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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오른 복지 논쟁, '부동산·학벌 특권' 해체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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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달아오른 복지 논쟁, '부동산·학벌 특권' 해체가 먼저"

[기고] "복지 수요, 왜 생겼는지부터 살펴야"

1. 무엇이 엄청난 복지수요를 초래했나?

공자의 <논어> 정언(正言)편에 보면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라는 제자의 질문에 대해, 공자가 "사물의 이름을 정확하게 붙이는 것"이라고 답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런 공자의 대답에 따르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아니 한국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사회 구성원들을 괴롭히고 있는 문제의 원인에 적확한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 사회 문제의 원인을 뭐라 부르는 것이 좋을까? 다시 말해서 엄청난 복지수요의 원인에 무슨 이름을 붙여주면 좋을까? 오늘날 진보 진영의 많은 사람들은 한국 사회 문제의 원인을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라고 보지만, 필자는 그것이 적확하지 않은 용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혼동 없이 한국 사회의 제반 현상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최적의 이름이 아닌 것이다. 필자는 그보다 '특권구조'가 가장 쉽고 대중적이면서 다양한 현상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는 용어라고 본다.

필자는, 오늘날 복지수요의 증거들, 즉 고임금-고생산성의 좋은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저임금-저생산성의 나쁜 일자리는 급격히 늘어나는 일자리 문제, 소득불평등 문제, 주택문제, 가계의 과다한 사교육비 지출문제는 대기업과 대기업 정규직의 특권, 관계(官界)와 재계(財界)의 요직을 독차지하는 명문대학이라는 특권, 어마어마한 불로소득을 향유할 수 있는 부동산 특권이 초래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 문제의 원인이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라고 생각하게 되면, 특권구조 해체를 통해서 시장을 바로잡는(correcting market) 대안을 모색하기보다, 아무래도 시장을 거스르는(against market) 방향에서 해결방안을 찾게 된다. 소득불평등을 억제하기 위해서 강력한 재분배 정책을 제시하고, 나쁜 일자리가 급속도로 많아지는 것에 대해서는 공공이 중소기업에 임금을 보조하거나 사회서비스와 같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을 구상하고,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공공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대담한 주거복지 정책을 발표하고, 가계의 사교육 부담에 대해서는 무상교육 정책을 구상하게 된다.

그렇다면 오늘날 엄청난 복지수요를 초래한 것이 과연 특권구조 때문인지를 살펴보자.

2. 대기업과 대기업 정규직 특권이 초래한 복지수요

- 점점 벌어지고 있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생산성 격차



<표 1>에서 우리는, 한국의 제조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1980년에서 2008년까지 28년 동안 25% 포인트 추락한 것을 보게 된다. 반면 일본 제조 중소기업은 대기업 생산성의 약 50% 전후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고, 미국도 마찬가지여서 제조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종업원 5∼499인)의 생산성은 1997년 58.2%에서 2002년에는 59.8%로 오히려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조덕희·주현. 2006. <대·중소기업 양극화의 현황 및 정책과제> 산업연구원 연구보고서(41). p. 112).

- 점점 벌어지고 있는 대기업 노동과 중소기업 노동의 임금 격차

생산성 격차가 벌어지니 임금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표 2>에서 보는 것처럼 1980년에 한국 제조 중소기업의 연간급여는 대기업의 80% 정도였다. 그러다가 1996년에는 62.1%로 떨어졌고, 급기야 2005년 이후엔 대기업의 절반 수준으로 추락해버렸다.



반면에 일본의 제조 중소기업은 1996년에서 2007년까지 11년 동안 3.7%포인트(65.2%→61.5%) 하락하는 데 그치고 있고, 미국은 1996년 80.5%에서 2007년 85.1%로 오히려 4.6% 포인트 상승했으며, 캐나다(중소기업중앙회, <2010 해외중소기업현황>) 역시 80% 대를 유지하고 있다.

- 저임금-저생산성 일자리의 증가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저임금-저생산성의 나쁜 일자리가 집중되어 있는 중소기업의 고용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데 있다. <표 3>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한국 중소기업의 고용비중은 외환위기 이후에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70% 후반 대를, 영국은 50% 후반 대를, 미국은 50% 초반 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고용상황이 한층 심각한 까닭은 이른바 좋은 일자리라고 알려진 대기업의 일자리가 비율적으로만 하락한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수에서도 하락했다는 점 때문이다. 1994년 250만 여명이었던 대기업 고용인원은 2008년에는 160여 만 명으로, 무려 90만 명이 줄어들었다. 반면에 미국은 1994년에서 2007년까지 종사자 500인 이상 대기업의 고용인원이 1500 만 명이 증가했고, 일본은 1994년에서 2006년까지 종사자 300인 이상 대기업의 고용인원이 190만 명이 증가했으며, 영국은 종사자 250인 이상 대기업의 고용인원이 1995년에서 2008년까지 140만 명이 증가했다.



그런데 선진국과 달리 한국의 시장생태계는 왜 이렇게 피폐해진 것일까?

- 특권이 시장생태계를 파괴한다

모든 것은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좋은 일자리가 절대적·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이유, 대기업은 하늘을 날고 있는데 중소기업은 바닥을 기고 있는 이유, 임금불평등이 확대되는 이유, 다시 말해서 복지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하는 이유는 종합적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한국이 다른 선진국과 달리 고용을 포함한 시장생태계 전반이 황폐화된 까닭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에서 찾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문제의 상당한 원인이 대기업과 대기업 정규직 노동의 특권에 있음을 알게 된다.

대기업은 자신이 가진 중소기업에 대한 우월적 지위인 특권을 이용하여 근로연수와 임금이 비례하는 불합리한 임금구조와 고용의 경직성, 정규직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처우개선 요구에서 기인하는 부담, 그리고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위험 부담을 중소기업에 떠넘긴다. 이런 부담에 대해서 대기업은 정규직을 뽑지 않고 비정규직이나 아웃소싱, 사내하청을 늘리는 것으로, 더 나아가서 하청업체의 납품단가를 사정없이 후려치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중소기업들 역시 대기업의 위와 같은 요구에 직면하게 되면 재하청 내지는 비정규직 고용을 늘리는 것으로 대응한다.

이뿐만 아니라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일궈놓은 시장을 자신의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을 가지고 빼앗는 반칙도 빈번하게 일삼는데, 이것 역시도 중소기업의 생존을 어렵게 하고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을 받게 되는 원인이 된다.

결국 이런 연쇄반응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투자율, 생산성, 임금지불능력이 하락하고, 대기업의 고용흡수력은 저하되는 반면 중소기업의 고용비중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중소기업 노동자나 비정규직의 처우수준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기업과 대기업 정규직의 특권구조를 해체해서 대기업의 고용흡수력을 높이고 (한계)중소기업의 생산성과 임금지불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상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오늘날 엄청난 복지수요의 증거로 제시되는 '고임금-고생산성 일자리 감소·저임금-저생산성 일자리는 증가', 대기업 노동과 중소기업 노동의 임금격차 심화,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 심화는 대기업과 대기업 정규직 노동의 특권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할 수 있다.

3. 광범위한 복지수요를 초래하는 부동산 특권

다음의 특권은 부동산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부동산이야말로 '특권중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특권으로 생기는 이익, 즉 불로소득이 어마어마하고, 상당히 안정적으로 누릴 수 있다는 것도 매우 매력적이다. 대한민국의 특권층이라 할 수 있는 재벌, 고위공무원, 거대언론의 물적 토대가 바로 부동산이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의 진보 개혁 진영은 이런 토지(부동산) 문제가 다른 영역에 미치는 파장의 크기와 깊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조금만 검토해보면 토지가 엄청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도 말이다. 집을 사는 데 엄청난 대출을 받아서 내수가 위축되는 문제, 토지 불로소득이 일부 토지 소유자에게 집중되어서 생긴 빈부격차 문제, 땅값이 비싸서 도로와 같은 기반시설을 설치하기 어려운 문제, 높은 땅값으로 창업하기 어려운 문제, 그래서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 문제,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빚어지는 재산권자와 세입자 간의 갈등 문제,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문제, 막대한 정부재정을 토건사업에 낭비하는 문제, 적대적 노사관계 문제, 부동산 거품 붕괴가 초래하는 금융시스템 마비 문제 등등. 요컨대 토지(부동산)는 주택, 금융, 일자리, 사회갈등, 빈부격차 등 영향을 미치지 않은 곳이 거의 없을 정도다.

그 중에서 토지문제가 고용을 아우르는 시장생태계 전반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 잠깐 살펴보자. 시장이 경쟁적이고 역동적이기 위해서는 진입과 퇴출이 용이해야 한다. 기술력이 있고 창의력이 있는 기업은 시장에 신속하게 진출할 수 있어야 하고, 기술력이 떨어지거나 경영능력이 모자라는 기업은 얼른 퇴출되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이 더욱 역동적이고 효율적인 모습을 띄게 되는데, 이것은 시장 진입과 퇴출의 장벽이 얼마나 낮으냐에 달려있다.

그러나 토지는 일반적으로 고가(高價)인데다, 투기까지 일어나면 가격이 폭등하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시장 진출 희망자의 진입이 어려워진다. 반면에 기술력이 없거나 경영능력이 떨어지는 회사인데도, 엄청난 토지를 가지고 있으면 퇴출되지 않고 그대로 남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덩치를 더 키울 수 있게 된다. 게다가 토지를 많이 가지고 있으면 금융권에 있는 돈을 끌어다 쓰기가 훨씬 쉽기 때문에, 이런 경향성은 더욱 강화된다. 한마디로 시장이 토지 과다 소유자들에 의해서 독점화 되는 것이다.

한편 우리는 오너인 중소기업 경영자가 열심히 기술개발해서 양질의 부품을 공급하는 것보다 적당히 몇 년 운영하다가 안 되면 공장이 터하고 있는 토지를 팔아서 불로소득을 노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보는데, 이것 역시 부동산 특권이 만들어낸 비효율 내지는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애써서 조성한 산업단지에 기업이 들어갈지를 결정할 때 사업 자체의 타당성도 고려 하지만, 앞으로 산업단지의 땅값이 얼마나 오를 것인지도 엄청 신경을 쓴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렇게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요약되는 부동산 특권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s)을 엄청나게 갉아 먹는다. 다시 말해서 부동산 특권은 생산의 용수철을 짓눌러서 건강한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을 엄청 방해한다는 것이다.

한편 부동산 특권은 여타의 특권과 좀 다른 면이 있다. 부동산을 제외한 다른 특권의 해체는 대기업과 대기업 정규직이 독식했던 이익이 중소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와 비정규직에게 흘러들어가도록 해서 시장 전체에 활력을 집어넣는 것이라면, 다시 말해서 특권 이익을 공공이 환수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경제주체가 공유하는 것이 특권 해체의 내용이라면, 부동산 특권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공공이 환수해야 특권이 해체된다는 점이다(여기서 자세히 논할 순 없지만, 필자는 부동산 불로소득이 가장 좋은 복지 재원이라고 본다.)

복지국가를 주창하는 진영에서는 복지 차원에서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요약되는 부동산 특권을 해체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거복지 수준을 크게 높이면 엄청난 재정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집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주거복지가 불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부동산 특권이 만들어 놓은 높은 집값을 불로소득 환수를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상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부동산 특권은 엄청난 복지수요의 증거로 제시되는 주거문제 뿐만 아니라, 일자리 문제, 빈부격차 문제, 시장의 독점화 문제, 내수위축 문제, 사회갈등 문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4.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을 초래하는 명문대학 특권

현재 복지국가 주창자들은 가계의 교육비 지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무상보육과 반값 등록금을 제안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른바 명문대학이 주는 엄청난 특권을 해체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정책을 추진하게 되면 가계의 교육비 지출 부담은 줄어들기 어렵다고 본다.

왜 사람들은 먹고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데도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지 못하는 걸까? 그것은 자녀들을 명문대학에 들여보내기 위해서다. 그러면 왜 그 많은 학생들이, 아니 학부모가 자녀들을 명문대학에 진학시키려고 할까? 학문적 관심 때문에?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것은 명문대학 입학 자체가 주는 각종 유·무형 프리미엄, 즉 엄청난 재력과 권력이라는 특권을 거머쥘 수 있느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문대학이 주는 특권을 해체하지 않으면 사교육 열풍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고, 학생들을 비인간적으로 만드는 입시교육도 계속될 것이며, 고등학교 졸업생 80% 이상이 대학에 들어가는 사회적 낭비도 막기 어려울 것이다.

어떤 사람은 명문대학이 누리는 특권이 많이 완화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고위직으로 올라가면 갈수록 명문대학 출신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에서 우리는 이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06년 2월 22일자 <한국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참여정부 2006년 2월 현재 청와대와 행정부의 1급 이상 고위공직자 322명 가운데 서울대 출신은 42.5%, 고려대는 11.1%, 연세대는 6.8%로 이른바 명문대학으로 불리는 세 학교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60.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정부의 1~3급이 대부분 포함되는 고위 공무원 중 서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0.3%, 고려대 9.5%, 연세대 7.1%로 세 대학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위클리경향> 2008년 10월 16일). 입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18대 국회의원 당선자의 출신대학 중 서울대는 38.4%, 고려대 8.8%, 연세대 8.5%로 세 대학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55.7%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재계(財界)는 어떨까? <조선일보>(2010년10월 4일)에 따르면, 국내 30대 기업에서 가장 많은 임원을 배출한 학교는 역시 서울대 225명이었고, 그 다음이 고려대 174명, 연세대 131명 순이고, 이들 세 대학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외국 대학을 제외하면 1724명 중 530명으로 무려 30.7%나 된다. 한마디로 말해서 한국의 수많은 대학 중 세칭 명문대학이 관계(官界)와 재계(財界)의 중요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명문대학이라는 학벌은 한국 사회에서 계급을 넘어 하나의 신분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노동자는 자본가로 변신할 순 있지만, 학벌은 한번 정해지면 죽을 때까지 따라다닌다. 사람이 출신이나 소속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현실이 이러하기에 부모들은 명문대학 입학을 위한 사교육에 올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고, 중고등학생이, 심지어 초등학생이 성적 스트레스로 자살을 하고, 수많은 지방대 학생들이 편입을 준비하고 심지어 대학에 입학해 놓고도 다시 대학입학 시험을 준비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는 근본적인 방법은 명문대학이 누리는 특권을 해체하는 것이다. 특권구조를 해체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아무리 공교육을 강화한다고 해도 입시교육으로 집약되는 비참한 교육현실은 고치기 힘들고, 따라서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가계는 국가의 교육지출 확대를 통해서 절약한 돈을 다시 사교육에 투입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 한 학원 수업 풍경. 직업과 학벌에 따른 차별을 줄이지 않는 한, 사교육 과열을 해결할 방법은 없다. ⓒ뉴시스

5. 가장 좋은 대안은 원인 제거

앞서 살펴본 것을 포함해서 한국 사회의 모든 영역을 들여다보면 대한민국은 특권이 구조화되어 있는 사회라는 것을 알게 된다. 특권의 피해자들과 수혜자들이 체감하는 것은 너무나 다르다. 특권의 수혜자들은 따뜻한 성(城) 안에는 여유 있게 지내고 있는데, 대다수의 피해자들은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시베리아 벌판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은 피해자들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다시 말해서 엄청난 복지수요를 초래하는 특권구조를 해체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 일각에서 특권구조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특권구조는 약화되기는커녕 점점 공고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그만큼 이 구조를 해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이 특권구조를 깨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어렵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생기기 어려울 것이고, 소득불평등이 완화되기 힘들 것이며, 주택문제도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고, 시장도 점점 활력을 잃을 것이며, 가계의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도 줄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앞에서 말했듯이 이런 상태에서 복지를 확대하게 되면 문제 해결은커녕 엄청난 재정낭비와 도덕적 해이라는 또 다른 문제만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좋은 대안은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진보 진영이 우선해야 할 일은 엄청난 복지수요를 충족시킬 방안을 구상하는 것이라기보다, 복지수요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특권구조 해체에 관심과 역량을 집중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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