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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직장폐쇄, '사장님의 권리'가 아닙니다!"

[法의 눈으로 본 유성기업 사태·①] "걸핏하면 직장폐쇄, 따져볼 때 됐다"

2011년 5월 18일 저녁 8시 유성기업 아산공장은 직장폐쇄조치를 단행하였다. 2009년 임단협 합의사항인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을 위한 노사간 교섭이 결렬된 이후 금속노조 유성지회는 쟁의조정절차와 쟁의찬반투표절차를 거쳐 5월 18일 주간조 2시간 파업을 진행하였는데 그로부터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조합원들에 대한 직장폐쇄조치를 취한 것이다. 조합원들은 공격적인 직장폐쇄에 항의하면서 그날 밤 다시 공장안으로 들어갔다. 정부와 사용자는 직장폐쇄 중 공장진입은 불법이라는 이유로 조합원들에 대한 강경진압을 천명해 오다가 결국 5월 25일 500여명에 이르는 조합원들과 가족, 연대대오를 강제로 연행하였다.

조합원들이 공장을 점거하게 된 원인은 불과 2시간 주간조 파업에 대하여 직장폐쇄를 단행하면서 출근하는 야간조 조합원들을 막고 공장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직장폐쇄가 공장점거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직장폐쇄는 최근들어 노사간 분쟁이 있는 노동현장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도 직장폐쇄가 문제되는 사건들이 있었지만 현재 장기투쟁사업장의 경우 직장폐쇄로 인한 피해를 당하지 않은 노조가 거의 없을 지경이다. 많은 경우 직장폐쇄는 공격성을 띄고 있다. 노조의 쟁의행위로 사업수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조치로 사업을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을 사업장에서 배제시키고 비조합원과 파업불참 조합원들을 데리고 사업을 지속시키기 위한 방면으로 남용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직장폐쇄가 거의 무제한 남용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과연 사업지속을 목적으로 쟁의행위에 참가 조합원에 한정하여 사업장 출입을 금지시키는 방식의 직장폐쇄가 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것인지 다시 한번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헌법에는 근로자들의 노동3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사용자의 단체행동권을 규정한 적이 없다. 다만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에서 쟁의행위의 개념규정에서 '직장폐쇄'를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단체행동권은 노동자들의 권리이지 사용자의 기본권이 아니라는 점에서 직장폐쇄를 사용자의 권리라 할 수는 없고 쟁의에 대한 대항행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그런데 직장폐쇄에 대하여는 노조법 제2조 6호에서 쟁의행위 개념규정에 직장폐쇄를 포함시키고, 제46조 1항에서 직장폐쇄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만 할 수 있도록 하고, 2항에서 행정관청 및 노동위원회 신고의무를 규정하고 있을 뿐, 직장폐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한 바는 없다.

직장폐쇄의 개념에 대하여 여러 견해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항하여 근로자측이 제공하는 노무의 수령을 집단적으로 거부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근로계약상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사업장의 점유를 배제시키는 효과를 생기게 하여 근로자측에게 경제적인 압력을 가하고 노동조합과의 교섭력의 균형을 도모하려는 행위'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그리고 노동부는 근로자들 중 쟁의행위에 참가하는 조합원에 한정해서 직장폐쇄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허용된다고 하고 사법부에서도 이를 문제삼지 않고 있다.

그런데 법해석의 원칙상 직장폐쇄를 그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대법원은 "법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 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아가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위와 같은 법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대법 2010다81254 판결)라고 판시하고 있다. 직장폐쇄도 법해석 원칙에 입각해서 의미와 적용범위, 효과 등을 해석해야 한다.

먼저 문언적 해석에 의하면, 폐쇄(閉鎖)라는 것은 "문을 닫아걸거나 막아 버리는 것", 혹은 "기관이나 시설을 없애거나 기능을 정지하는 것"이므로, 직장폐쇄란 근로자들이 다니는 직장의 문을 닫고 사업을 중지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문언해석에 합치한다. 직장폐쇄라는 것은 사용자의 권리가 아니고 노동자의 쟁의행위에 대한 대항행위로서 법률에서 비로소 정해진 것으로서, 직장폐쇄의 허용범위에 따라 노동자의 노동3권이 직접적인 침해를 받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 없이 확장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판례는 국민에게 납세의무를 부과하는 세법의 해석과 관련하여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과세요건이거나 비과세요건 또는 조세감면요건을 막론하고 조세법규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쟁의대항행위에 불과한 직장폐쇄를 해석함에 있어서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은 허용될 수 없다 .

문언해석과 함께 해당 법률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직장폐쇄는 1953. 3. 8. 노동쟁의조정법에 제정되면서부터 입법화되었다. 제정법 제3조(쟁의행위의 정의)에서 "본법에서 쟁의행위라 함은 동맹파업, 태업, 직장폐쇄 기타 근로관계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한 운영을 저해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제9조(직장폐쇄의 보고)에서 "사용자가 직장폐쇄를 하고저 할 때에는 행정관청과 노동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였다.

1953년 1월 30일 제2대 국회 제15회 제18차 국회본회의에서 위 노동쟁의법안에 대한 제2독회가 진행되었는데, 제9조에 대하여 "사용자가 직장폐쇄를 하고저 할 때에는 조합대표자와 노동위원회에 1개월 전에 보고하여야 한다."라는 수정안을 발의한 이진수 의원은 수정안의 취지에 대하여 "근로자가 그 공장이 문을 닫기 때문에 해고당할 때에는 적어도 한달 전에 딴데 구직을 할 여유를 달라는 것이 이 수정안이올시다."라고 하였다. 제정법 제6조 1항에서는 "공장, 사업장 기타 직장에 대한 안전보지시설의 정상한 유지운행을 정폐 또는 방해하는 행위는 쟁의행위로 할 수 없다."라고 규정된 것에서 확인되듯이 당시 제정안에서 "직장"이란 "공장, 사업장 등"을 의미하므로, "직장폐쇄"는 "공장, 사업장 등의 문을 걸고 사업을 정지"하는 의미인 것이며, 이진수 의원은 이를 전제로 수정안을 설명하였다. 이에 대한 찬반토론이 진행되었는데, 반대의견인 김지태 의원은 직장폐쇄에 두 가지가 있는데 "한가지는 노동쟁의의 수단으로서 직장을 폐쇄하는 경우가 있고 또 하나는 경영난 혹은 천재지변으로서 부득이한 경우에 공장을 폐쇄"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면서, 급하게 공장을 폐쇄하는 경우가 많이 때문에 사전 통지는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하여 찬성의견을 가진 박기봉 의원은 위장폐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러한(위장폐업) 동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종이쪽 한 장에다 도장 찍어서 폐쇄한다고 제출만 해버리면 노동자는 어디가서 살 수 있습니까."라고 하고, 다시 반대의견의 김용우 사회보건위원장은 "만일 그 공장을 닫는다고 예고를 한다면 공장자체가 그때 가지고 있는 자금 전체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채무도 있는 것이며 은행관계도 있는 것인데 만일 이것을 예고를 해놓으면 한 달을 끌기 커녕 오히려 예고한 그 다음날에는 문을 닫게 되어버릴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수정안에 대한 찬반 양론 모두 노동쟁의법 제정안 "직장폐쇄"의 입법취지가 공장 또는 사업장의 영업을 정지함을 의미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는 것이다.

전진한 의원은 제정법 제9조를 "사용자가 직장폐쇄 또는 조업단축을 하고저 할 때에는 행정관청과 노동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라는 수정안을 제출하면서, 그 이유를 "공장의 폐업 뿐만아니라 공장을 절반이나 삼분지이(2/3)라든지 상당한 부분의 작업을 안하고 폐업한다면 역시 공장폐쇄와 같은 결과가 나기 때문에 이것을 더 넣었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조업단축"을 "직장폐쇄"와 구분하고 있는 것에서 확인되듯이, 제정법상 "직장폐쇄"는 공장 내지 사업장 전체의 운영중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김지태 의원은 "종업단축이라는 것은 노동쟁의의 한 수단이 아닙니다. 이것은 경영면에 있어서 노동시간을 연장하느니 하는 것은 경영에 속하는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종업의 단축이라는 것은 노동쟁의법규에 넣어서 논의할 문제가 아니고 이것을 논의하자면 노동규준법(勞動規準法)에 가서 이런 문제를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이법에 넣서는 안됩니다."라고 하였다. 결국 전진한 의원이 제출한 수정안은 부결되었다. 전진한 의원이 제출한 수정안의 논의과정을 통해 제정법의 "직장폐쇄"는 공장 또는 사업장의 영업을 정지를 의미한다는 것이며, 사업의 지속을 위해 일부 조합원을 사업장에서 배제하는 방식의 직장폐쇄는 노조법상 쟁의대항행위로서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입법화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 19일 새벽 유성기업이 고용한 용역 직원이 몰던 대포차량에 치인 유성기업 노동조합 조합원이 쓰러져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유성기업지회

노조법상 직장폐쇄에 대한 문언적 해석과 입법취지, 제·개정 경위, 노동3권과 직장폐쇄의 조화로운 해석 등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에 따르면, 노조법상 직장폐쇄는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인해 더 이상의 사업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사용자가 파업불참자에 대한 임금지급의무를 면하기 위하여 사업운영을 중단하고 공장의 문을 닫는 것을 의미하며, 그렇지 아니하고 근래에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직장폐쇄처럼 파업 참가자에 한정하여 사업장 출입을 금지하고 비조합원, 파업 불참자 및 대체근로를 통해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방편으로 남용되는 것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직장폐쇄를 인정하는 판례에서도 직장폐쇄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노사간의 교섭력이 깨지고 오히려 사용자측에게 현저히 불리한 압력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회사를 보호하기 위하여 수동적, 방어적인 수단으로서 상당성이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부득이하게 개시되는 경우에 한정되며 공격적인 직장폐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적법하게 쟁의권이 확보된 상태에서 불과 2시간 파업한 이후 단행된 직장폐쇄를 수동적, 방어적이라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직장폐쇄가 위법하여 이루어진 이상 사용자는 직장폐쇄로 인해 업무를 방해당한 노동자에 대하여 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하고 동시에 직장폐쇄 자체가 불이익취급 내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직장폐쇄에 대하여 노동조합이 고소한 사건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피해배상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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