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찬성한 소비자들이 바란 효과 중 하나는 수입제품의 가격인하다. 그러나 미국기업 제품이라고 무조건 가격이 내려가는 건 아니다. 가격인하 효과가 기대보다 낮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를 계기로 미국산 자동차는 즉시 가격인하에 들어갔다.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는 포드와 링컨의 2012년형 전 모델 가격을 최대 405만 원까지 인하했고, 부품가격도 최대 35%가량 낮춘다. 가격인하 폭이 국내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크다.
이에 따라 토러스 SHO는 5240만 원에서 285만 원 인하된 4955만 원에 판매된다. 링컨 MKS는 종전 5800만 원에서 405만 원 인하된 5395만 원으로 판매가가 책정됐다.
그러나 소비자 밀접도가 높은 상당수 상품은 가격인하 효과가 미미하다.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의류브랜드다. 나이키, 리바이스, 폴로, 캘빈 클라인 등 인기 의류브랜드는 대부분 미국에서 디자인만 진행하고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다. 이 업체들은 관세 혜택을 받지 않는다.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는 이미 무관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한미 FTA 발효로 인한 가격인하 효과가 없다. 휴대폰, 컴퓨터, 오디오, 소프트웨어 등은 한미 FTA와 무관하게 무관세가 적용돼 왔다.
FTA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는 다른 나라와 협정에서도 그리 크지 않았다. 2004년 칠레와 FTA가 발효돼 포도주에 부과되던 관세 13%가 사라졌으나, 포도주 가격은 한동안 오히려 올랐다. 국내 수요가 늘어나자 그에 따라 유통업계에서 마진폭을 키웠기 때문이다. 인기 브랜드 '몬테스알파'는 오히려 관세가 완전히 없어진 최근에만 20% 이상 가격이 뛰었다. 칠레 와인 가격은 와인열풍이 수그러든 올해 들어서야 공급가격이 10%가량 내렸다.
한 유럽연합(EU) FTA 역시 가격인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았다. 에르메스와 샤넬 등 극소수 브랜드를 제외한 유럽산 화장품, 자동차 등의 가격인하는 이뤄지지 않았거나 미미했다.
정부가 한미 FTA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를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는 이유다. 한미 FTA가 워낙 극심한 반발에 부딪혔던 만큼, 소비자들이 그 효과를 누리지 않을 경우 정부로서는 부담이 된다.
당장 정부는 올해부터 주류 수입업자에 대한 '겸업 금지'와 '소비자 직판 금지' 규정을 폐지해 유통단계를 축소했다. 유통 과정에서 업자들이 챙기는 마진의 규모를 줄여, 관세인하 효과를 소비자들이 더 크게 체감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관세청은 관세 인하 효과가 실제 가격에 반영되도록 FTA 발효 전후의 주요 품목 수입가격·물량 비교분석 내용을 공개하고 모니터링 결과를 정기적으로 물가관계장관회의에 보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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