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들의 시위로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입었다"는 권재홍 MBC 보도본부장의 주장에 대해 MBC의 고참급 기자들이 성명을 내 강하게 비판했다.
25일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MBC 22~26기 기자들은 성명을 내 권 본부장을 향해 "참으로 구차하고 치졸하다"며 "이미 폐기대상이 된 김재철 사장과 더불어 MBC에서 퇴출되기를 바라느냐"고 꾸짖었다. 이들은 지난 1985년부터 89년 사이 MBC에 입사했다.
이와 관련, 권 본부장은 당초 지난 16일 저녁 퇴근길을 막은 노조 조합원들 때문에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으나, MBC 노조에서 관련 동영상을 공개하고 공식 대응에 나서자 사실과 달랐다고 해명한 바 있다.
권 본부장은 25일 사측 특보에서 "수십 명의 기자들이 마이크로 고함을 지르고 카메라를 들이대며 차를 막아서는 바람에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입었다. 가슴이 옥죄어들며 머리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며 "송곳이 심장을 찌르는 고통을 느끼고 있다. 기자들이 정신적 충격을 가한 행위는 과연 정당한 것인가? 그 정도로 충격을 입을 만큼 심신이 약한 게 문제라면 저는 아무 할 말도 없는 건가?"라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22~26기 기자들은 "'괴로웠다'는 말은 이럴 때 하는 게 아니다. 보도책임자로서 권력에 굴복한 불공정 편파 왜곡보도를 막지 못한 막중한 잘못으로 후배기자들을 대할 때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심적 불안에 휩싸였다'라고 해야 옳은 표현"이라고 꼬집었다.
보도본부장이 편집권 독립을 위해 나서지 않았는데도 이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파업 중인 후배들과 대치하는 게 올바르냐는 지적이다. 그간 MBC 노조에서는 김 사장과 함께 권 본부장을 왜곡 보도의 주범 중 하나로 꼽아왔다.
또 "보도본부장으로서 시청률이 추락하고 하루하루 뉴스가 처참하게 망가지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있느냐며 (겨우) '파업 땜빵용 경력기자 채용'을 강변한다. 어불성설"이라며 "시청률 추락의 본질적인 원인은 파업이 아니라 'MBC 뉴스의 신뢰 상실'임을 모른단 말이냐"라고 지적했다.
기자들은 "얼굴 붉히며 싸우고 싶지 않은 건 후배기자들"이라며 "MBC 뉴스가 3류로 전락하고 있는데도 그냥 쳐다볼 수밖에 없다는 것은 고통을 넘어 분노로 바뀌고 있음을 권재홍 본부장은 잊지 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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