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中 부동산, 막차는 아직 떠나지 않았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中 부동산, 막차는 아직 떠나지 않았다

[강현구의 창지앙(長江) 통신] 새로운 부동산 붐 꿈꾸는 中

<프레시안>은 강현구 세한대(구 대불대) 경영학과 교수의 칼럼 '강현구의 창지앙(長江) 통신'을 새로 연재합니다.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중국 경제로 학위를 받은 강 교수는 현재 한국과 중국을 넘나들며 강의를 하면서 언론에 중국에 대한 글을 써왔습니다. '창지앙 통신'은 필자가 직접 중국을 오가며 느낀 중국의 구조적인 문제를 다루고자 합니다. <편집자>

중국 장수(江蘇)성의 성도인 난징(南京)에 사는 C 씨는 요즘 부동산에 푹 빠져있다. 시간이 날 때면 모델하우스를 돌며 새로운 아파트 구입의 희망에 젖어 산다. 그렇다고 C 씨가 여유돈이 많은 편도 아니다. 평범한 중국의 지식분자(知識分子, 중국의 인텔리전트) C 씨는 평생 월급을 모아 단웨이(單位, 중국의 직장)의 지원으로 마련한 지금 살고 있는 집, 그리고 차와 약간의 저축이 전부이다. 하지만 C 씨는 올 말에는 반드시 아파트를 한 채 더 구입해야겠다고 작심을 한다.

C 씨는 50대 초반에 대학을 나와 지식 노동에 종사하는 전형적인 중산층이다. 아이를 대학에 보내고 부인과 비교적 안정된 삶을 보내고 있다. C 씨의 유일한 고민은 노후 대책이다. 자식을 결혼 시켜야 하고, 또 결혼을 시키려면 집을 사줘야 하고, 그 뒤에 늘어난 평균 수명 만큼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그러나 그러기에는 미래가 조금은 불안한….

C 씨는 다른 중국 중산층 보다 한발 늦었다는 자괴감에 빠져 있었다. 동료들은 난징의 집값이 1㎡에 2000위안(약 37만 원)이 안 될 때 근교에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구입했다. 물론 대부분을 융자로 조달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기존의 자신들이 사는 아파트 외에 두 번째 아파트를 준비했고, 자식은 대학에 보낸 뒤에는 차를 구입해 근교로 나가 살고 있는 상황이다. C 씨는 1990년 대 후반에서 2000년 대 초의 부동산 붐을 어정쩡하게 날리고 말았다. C 씨가 다시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난징의 집값이 1㎡에 10000위안을 넘어 섰고, 대출마저 규제되면서 엄두도 못 낼 상황이 됐다.

C 씨는 이런 상황을 만회해 보고자 주식에도 손대고 펀드도 기웃거려 봤지만 결론은 손해난 원금만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나마 얼마 남은 여유 돈을 은행에 넣어 놓자니 물가 인상도 따라가지 못하는 이자를 생각하면 답답할 뿐이고, 매일 사무실 화면 컴퓨터를 뚫어지게 쳐다봐도 답답하기만 주식 시장에 지쳐 있던 C 씨에게 올해 말 아파트 구입은 마지막 희망이다.

세계 경제가 침체인 지금, 중국도 경기가 안 좋다는 데 웬 부동산 투자? 며칠 전 발표된 중국 국가통계국의 자료에 의하면 중국의 상반기 경제 성장은 연속 6분기 하향선을 그리며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8%대마저 붕괴됐다. 그런데 C 씨는 왜 올해 말을 부동산 구입의 적기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로이터=뉴시스

중국의 압축 고성장은 중국 자체 뿐 아니라 중국인들도 부유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대다수의 중국 중산층들의 부가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중국 주택이 사영화(私營化, 중국의 주택은 공유에서 주룽지(朱鎔基) 총리 때 사유화 됐다)된 1990년대 중반 이후로 평범한 중국인들의 부 축적 과정은 일반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과 보조를 맞췄다.

중국 주택의 사영화 과정은 먼저 자신들이 살던 단웨이 방을 분양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자신들의 호봉, 가족 형태, 기존 주거 형태 등을 점수화 해 그 점수가 높을수록 더 할인된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 받는 형태다. 쉽게 이해하자면 부부의 합산 호봉과 한국에서의 임대주택 분양 순위 개념을 합한 개념이다. 당시 50대의 부부라면 약 90% 할인 된 가격에, 3-40대의 부부라면 약 70%의 가격에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었다. 당시 가격으로 평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방 두 개짜리 아파트는 한국 돈으로 약 1000만원, 방 세 개짜리라면 1500만 원 정도에 구입이 가능했었다. 당시 기준으로 저축률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중국의 중산층으로서는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 가격이었음은 물론이다.

발 빠른 사람들은 이 시기 주로 시 중심지에 있는 단웨이 방을 팔거나 세놓고 근교 아파트를 사거나, 베이다이허(北戴河)나 하이난다오(海南島) 같은 유명 관광지의 아파트를 사는 게 유행이었다. 이렇게 사 놓은 집의 가격이 2000년 대 들어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를 시발로 한 전국적인 부동산 폭등 현상을 거치면서 10배 이상 뛰었다. 이 시기 중국 중산층이 지금의 부를 쌓은 것이다.

물론 이 시기 본격적으로 부동산 투기에 뛰어 든 사람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부를 축적하게 된다. 그 중 대표적인 부류가 원조우(溫州) 상인들이다. 원조우는 집집마다 공장이라 할 정도로 가내 공업이 발달 한 곳이다. 현금을 중시하는 중국인들 중에서도 가장 황금색에 가깝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 들은 집안에서 자기 식구들 끼리 공산품을 생산해서 그 이득의 대부분을 부동산에 투자했다. 원조우 사람들의 부동산 투기 방식은 아파트 한 동을 통째로 사는 것이다. 그리고 가격이 오를 때까지 비워 둔다. 언젠가는 가격이 오를 거라는 낙관과 풍부한 현금력이 결합된 형태이다. 한 때는 원조우 아파트 구매단이 뜨면 그 지역 아파트 값이 배로 뛴다고 할 정도로 이들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관광버스를 동원한 이들의 막강한 구매력은 중국을 넘어 일본 후지산 일대의 별장과 미국 캘리포니아 고급 주택가를 휩쓸 정도였다.

하지만 원칙론자로 알려진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부동산 거품 걷어 내기에 나서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대출 규제와 세제 강화로 이어지는 일련의 부동산 규제 정책은 부동산 가격을 꺽어 놓지는 못했지만 그 무시무시하던 상승세를 늦추기에는 충분했다. 여기에 중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고, 은행 구조 조정으로 인해 금융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먼저 부동산의 큰손들이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지금 원조우는 하루가 멀다 하고 야반도주하는 기업가와 자살하는 투기꾼들이 생겨나고 있다. 세계 경제 침체로 인해 수출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원조우 상인들의 기반이 제조업이 흔들리는데다가 금융 구조 개혁으로 인해 대출 시장이 축소되면서 현금난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묻지마 투기에 묶인 자금의 경색으로 이어지면서 중국 부동산 큰손들에게는 악몽이 되고 있다.

부동산 큰손들과는 달리 중산층들에게는 이러한 일련의 조치가 아직은 먼 나라 얘기다. 오히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소득 배가(倍加) 정책과 사회보장 완비에 따른 유효수요 진작의 가장 큰 수혜자인 이들에게 작금의 상황은 새로운 투자의 기회로 다가 오기도 한다. 특히 C 씨와 같이 지난 부동산 광풍을 놓친, 뼈저린 후회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제 다가오는 새로운 부동산 붐이 마지막 기회로 느껴 질 수밖에 없다.

웬 부동산 붐? 세계 경제 침체에 부동산 불패 신화를 자랑하던 한국마저 흔들리는 상황에서…. 중국의 중산층들이 새로운 부동산 붐에 기대를 갖는 이면에는 올 10월에서 내년 3월에 걸쳐 있을 중국 권력교체가 자리 잡고 있다.

간단히 얘기하면 원칙론자인 원자바오가 물러나면 다음에 올 리커창(李克强)은 경기 부양과 민심 진작의 차원에서라도 부동산 규제를 풀 수밖에 없을 거라는 기대다. C 씨가 요즘 매일 아파트를 보러 다니면서도 구입은 올 말로 미루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이러한 C 씨의 희망은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다. 지금의 후진타오(胡錦濤)-원자바오 체제는 다가올 권력 이양기를 대비해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을 아끼고 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10년을 자신들의 기조로 무사히 마무리 짓는 것이다. 후진타오-원자바오 시대를 축약하는 허시에(和諧)사회의 핵심 과제는 소득 배가와 농촌 소득 증대, 그리고 사회보험제도의 완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섯부른 경제 부양을 할 이유도 없고, 또 하려하지도 않을 것이다.

경제 둔화에 맞선 새로운 성장의 문제는 차기의 문제이고, 실제로 시진핑(習近平)-리커창 체제는 전 지도자들보다 더 확대된 인민들의 요구를 수렴하기 위해서라도 보다 적극적인 경제정책을 운용할 가능성이 많다. 시장은 이런 현실에 주목한다. 올 상반기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부동산 개발 투자는 16.6% 증가한 3조610억 위안에 달했다. 시장은 벌써 차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올 상반기 상품방 판매는 면적 기준으로 10%가 줄었다. 중국 사람들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를…. 중국 부동산 시장을 규정하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아마도 올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 까지는 권력 교체와 이에 따른 기대 심리가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 할 것 같다. C 씨의 분발이 기대된다. 그는 과연 지난 실패를 만회 할 수 있을까?

*물론 중국 부동산은 이보다는 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지금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듯이 C 씨의 다가 올 행운이 반드시 해피엔딩으로 끝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 문제는 후에 다시 거론했으면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