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자식 교육열은 매한가지

[강현구의 창지앙(長江) 통신] 차이점은 '관리' 대 '동반'

지금 중국은 입시 전쟁 중이다. 지난 6월에 있었던 가오카오(高考)라 불리는 대입 시험 결과가 발표 되면서 7, 8월 두 달간 순차적인 대학 지원 및 전형이 진행 중이다.

중국 대입 제도는 각 성에 따라, 또 각 계열별로 총점, 구체적인 시험 일정 및 전형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기본적으로 매년 6월 7~9일(일부는 7, 8일)로 정해진 시험 날자와 '본1'에서 시작 돼 '전2'로 끝나는 대학 수준별 전형 방식은 동일하다.

중국의 대학은 4년제의 경우 대학원이 있는 공립대학 학과로 구성 된 '본1'과 대학원이 없는 공립대학 및 극히 일부 유명 사립대학 학과로 구성 된 '본2', 그리고 사립대학 및 공립대학에서 투자한 사립 독립학원으로 구성된 '본3'으로 나뉜다. 2~3년제의 경우는 공립 전문대인 '전1'과 사립 전문대인 '전2'로 구분된다.

이 중 본1이 가장 먼저 전형을 치룬다. 그리고 거의 같은 시기 본2가 전형을 치루고 난 뒤 본3과 전1이 같이 전형을 치루고 최후로 전2가 전형을 치루 게 된다. 이 과정은 빠르면 6월 말에서 시작돼 전2의 경우는 8월말까지 이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무엇보다도 본1, 그 중에서도 베이징대학, 칭화대학, 난징대학, 푸단대학 등 최고 명문에 어느 학교의 누가 들어가느냐가 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지인이 명문대에 들어가게 되면 서로 축하해주고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이다.

그럼 어떤 사람들이 이런 명문, 그 중에서도 칭화대학이나 베이징대학에 들어가는 걸까? 중국 대학은 각 학과의 학생 모집 인원이 각 직할시, 성 별로 정해진다. 예를 들면 베이징대학의 중문학과에는 각 직할시, 성별로 각각 인원이 몇 명이라는 식이다. 당연히 국가급 대학을 제외한 대학들은 현지에 있는 학생들을 다수 선발하고 나머지는 각 성별로 배정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농어촌 전형처럼 특정 지역의 인원을 더 배정하기도 한다.

수시가 따로 없는 중국 대입 구조 상 칭화대학이나 베이징대학의 입학생의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이 성 수석, 시 수석으로 채워지게 된다. 물론 베이징런민중학 같은 최고의 명문 고등학교에서는 다수의 합격자를 내기도 한다. 중국 고등학교 자체가 평준화가 안 된 지역이 많은 까닭이다.

이런 명문대 입학생 부모의 직업 중에는 의외로 대학 교수 및 직원 자녀, 초중고 선생 자녀가 많은 것이 눈에 뛴다. 많이 좋아지고는 있지만 중국에서는 아직 특수한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학교 교직원이 고소득층이라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이런 상황은 지방으로 갈수록 더 강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현상은 중국 특위의 '관시(關係)' 문화와도 관련이 있겠지만 자녀들에 대한 교육 방식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보여 진다. 여기서 의미하는 관시 문화는 교직원들이 자신들의 자녀들을 서로 배려해 주고 심지어는 대입 전형 시 특혜를 주는 상황을 얘기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심각한 교육 과열 국가다.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같은 대도시부터 작은 마을에 이르기까지 태어나면서부터 지역 유명 유아원에 보내려 경쟁을 하고, 지역 유명 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찬조금(贊助金)이라는 일종의 입학 기부금 경쟁, 중학교 입시 경쟁, 가장 치열하다는 고등학교 입시 경쟁, 그리고 세계 제일이라는 대입 경쟁에 이르기까지 경쟁의 연속이다.

이 과정에서 학교는 학교대로 우열반, 방과후반, 방학 중 반을 운영하고, 다양한 학원에 모자라 현직 교사의 과외까지도 공개적으로 묵인되는 현상을 포함하면 중국 전역이 강남 안부럽다 할 수 있다.

중국의 모든 교육 기관 입학은 관시, 돈이 전제 되어야 한다. 여기에 중학교 입시부터는 학생 개인의 실력이 더해져야 이른바 명문 중학교,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고, 대학은 여기에 지역운과 시운까지 합해져야 명문에 입학할 수 있다.

장수(江蘇)성의 소도시인 양조우((揚州))를 예를 들면 이곳에서는 양조우대학 유아원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양조우대학 유아원 혹은 양조우대학에 아는 사람이 필수다. 아는 사람을 통해 소개를 받고 또 직업에 따라 외지인이면 그에 더한 찬조금을 내야 등록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양조우대학 유아원 교직원, 양조우 대학 관계자는 당연히 특혜를 받는다. 이런 단웨이(單位)의 보이는 손이 등록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얼마 안남은 자리를 놔두고 관시 간 돈의 전쟁이 벌어지게 된다.

초등학교부터는 본격적인 돈의 전쟁이다. 양주 제일의 위차이소학(育才小學, 소학은 초등학교)은 사립이므로 6년 학비가 6만 위안을 호가한다. 여기에 관시에 따라 1~5만위안의 찬조금은 기본이다. 물론 위차이소학 관계자는 학비 및 찬조금 전액 무료이다.

양주에서 좋은 대학을 가려면 양조우중학(揚州中學, 중학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통칭, 중학교는 초중, 고등학교는 고중)에 가야하고 양조우중학에 가려면 양주우중학에서 갈라져 나온 수런중학(樹人中學) 중학부(初中)에 가야 한다. 양주우중학은 강소성 교육청의 명문고 육성 정책에 따라 중학교 과정인 중학부를 분리 시켜 사립학교로 만들었다. 중국은 공립학교도 독립채산제 그룹이 되면 산하에 사립학교를 두기도 한다.

수런중학은 각 학년 1500명 정도를 뽑는데 먼저 400명을 선발한다 이 학생들을 포함한 일부 학생은 2010년부터 새로 건설된 신캠퍼스에 기숙시키며 집중 교육을 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구캠퍼스에서 교육한다. 당연히 양 캠퍼스 간 성적 차이가 완연 할 수밖에 없다. 학비는 3년에 3만9000위안, 여기에 입학 성적이 안 되는 학생은 찬조금이 따라 붙는다. 물론 여기서도 수런중학 관계자의 자녀들은 학비, 찬조금 면제는 물론 이고 성적에 따라 사전입학의 특혜를 받는다. 물론 성적이 낮은 경우에도 특별 입학이 가능하다.

다음은 양조우 같은 소도시에서는 대입보다 더 경쟁이 심하다는 양조우중학, 수런중학의 반 10등 안이 아니면 명함도 내밀 수 없다는 양조우 최고의 고등학교다. 이곳은 먼저 성적순으로 180명을 먼저 선발한다. 이들은 찬조금 없이 공립 고등학교의 규정 잡비만 내면 된다. 중국 공립 고등학교의 학비는 면제다. 나머지는 성적에 따라 관시에 따라 차별된 찬조금을 납부해야 한다(최근에는 2차 통합 모집 합격생인 470명까지도 면제해 준다. 중국 정부가 공립 교육에 투자할 여력을 가지면서 찬조금 제도는 점점 주는 양상이다). 여기서도 당연히 양조우중학 관계자는 입학 및 비용면에서 특혜를 받는다.

왜 양조우중학인가? 매년 베이징대학과 칭화대학에 학생을 보내기 때문이다. 보낸다? 표현이 좀 이상한 것 같지만 딱 맞는 표현이다. 현실적으로 양조우 같은 소도시에서 위 두 학교의 합격자가 나오는 것은 몇 년에 한번도 힘들다. 이런 문제 때문에 중국 내 명문 고등학교들을 대상으로 베이징대나 칭화대는 빠오송(包送)이라는 특수 제도를 두고 있다. 성적에 의한 추천 입학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한국의 교장추천제와 비슷하지만 그 대상 학교가 명확히 정해져 있고 그 학교 별 티오 또한 정해져 있다는 게 다르다. 그 넓은 중국에서 양조우 같은 작은 도시에 있는 학교가 이런 특혜를, 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위해 장쩌민주석의 고향이 양주라는 점을 상기시켜 드린다.

이런 복잡한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성적을 유지하는 것이다. 돈과 관시는 그 다음이다. 중국이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지금 같은 한판 승부 식의 대입 제도를 유지하는 이유는 그나마 이 제도가 돈과 관시에서 가장 자유롭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성적 자체가 턱도 없으면 일반적인 수준의 돈과 관시는 무용지물인게 중국의 명문대 입학이다.

중국 초중고의 학생 관리는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학생에 있어서 뿐 아니라 매학기 1~2회 열리는 학부모회의에는 그 시의 시장도 모든 일정을 빼고 참여할 정도이다. 당연히 학생이 교사에게 대든다던가 말을 듣지 않는 일은 적어도 명문 학교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학습 분위기는 강남의 학원보다 더하면 더할 것이다.

이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게 예습과 복습, 그리고 좋은 정보이다. 예습과 복습은 중국에서 쭈어예(作業)라는 한마디로 끝난다. 숙제다. 그만큼 숙제가 엄청나나다. 평일의 경우 밤 9~10시까지 해야 하는 양에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다. 부모의 확인과 부모의 자체 테스트가 숙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시간 여유가 있는 교직원들이 유리하게 된다. 실제로 숙제를 같이한다고 보면 된다.

모두 다 하는 숙제가 성적을 가름하는 기준 일 수는 없다. 그래서 주말과 방학을 이용한 과외가 등장한다. 이 과외의 꽃은 현직 교사, 그중에서도 지금 그 과목을 담당하는 교사의 과외이다. 그런데 그 교사가 과외를 하는지 안하는지, 하면 어디에서 언제 어떻게 하는지를 파악 하는 게 중요하다. 이게 좋은 정보의 핵심이다.

지금의 경제 수준에서 사립학교를 보내는 대부분의 학부모가 자녀에게 과외를 시킨다. 현직 담당 교사의 과외는 수런중학의 경우 시간당 50~100위안, 보통 10여명 많게는 30명을 모아 놓고 하니 웬만한 학원장 안 부러운 자리다. 그런데 이 교사의 수업을 듣는 학생은 최소 300여명, 이것도 10대 1의 경쟁이다. 그 교사와 관시가 있던지 관시 있는 사람을 찾아야 이마저 들을 수 있다. 여기서도 당연히 교직원 자녀가 유리하다.

자녀가 양조우중학을 들어갔다. 이제부터 부모가 자신 전공이 아닌 이상 숙제를 봐주는 것은 어렵게 된다. 여기서 국영수를 전공하는 부모의 존재가 빛나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소질이 비슷하다면 같이 공부하고 가르쳐 주는 교사의 자녀가 유리한 구조다. 특히 교직원 자녀의 위대함은 빠오송 할 학생을 정할 때 빛이 난다. 손은 안으로 굽는다고 한다. 관시의 나라에서 관시 중의 관시는 식구를 제외하면 한 단웨이 사람이다.

중국인들은 관시에 의한 특혜를 당연시 하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여기서 관시란 한국인들이 흔히 오해하는 몇 번 만나 형, 동생하는 관시가 아니라 내 식구라는 범주의 관시이다. 중국인은 나와 남을 자기사람(自己人)이냐 아니냐(別人)로 나눈다. 이런 구조와 중국의 교육 풍토가 단순한 매니저가 아닌 동반자가 될 수 있는 교직원 자녀가 좋은 대학을 가는 풍토를 만든다.

한때 매를 이용한 교육의 우월성을 주장한 미국 중국계 여교수의 책이 유행했었다. 중국 교육의 힘은 매가 아니라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모가 만든다. 매니저 역할에만 충실한 부모는 중국에서는 엄청난 돈과 관시가 아니면 자식을 명문대에 보내는 게 그리 녹녹하지만은 않다.

물론 동반자 역할도 쉬운 건 아니다. 하지만 중국 교육계 친구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가 뭐가 있나? 지위, 돈? 자식에게 물려 줄 거라고는 좋은 대학 보내는 것 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노후에 자식 먹여 살리는 일을 면할 수 있다. 자식 교육에도 충분히 실리적인 게 중국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