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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새 방식을 찾아라

오랜 사고방식 버리고 새 방법 찾아야

TV에서 보이는 이미지들은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들이었다. 불 속에 갇힌 사람들이 1백층이나 되는 높이에서 뛰어내려 죽음을 맞고, 공포와 두려움에 싸인 사람들이 먼지와 연기 구름으로 뒤덮인 사건현장에서 달려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수천명의 사람들이 산 채로 매장됐으며 곧 산더미 같은 파편들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우리는 납치된 여객기의 승객들이 충돌, 폭발, 그리고 종말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을 때 그들이 겪었을 극심한 공포를 상상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장면들은 나를 소름끼치게 하고 구역질나게 했다.

다음으로 정치가들이 TV에 등장했다. 나는 다시 소름이 끼치고 메스꺼워졌다. 그들은 보복, 복수, 징벌에 대해 말했다. 그들은 우리가 전시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생각했다. 그들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구나, 결코 아무것도. 20세기로부터, 복수와 보복 그리고 전쟁으로 이어진 지난 1백년으로부터, 테러리즘과 대테러리즘, 어리석음의 끝나지 않는 순환과정에서 나타나는 폭력과 이에 대응하는 폭력으로 점철된 지난 1백년으로부터.

우리 모두는 대의를 위한다는 정신나간 명분을 가지고 수천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누군가에 대해 엄청난 분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분노를 가지고 어쩌란 말인가. 당황해서 반응하고, 강경하게 받아쳐서 우리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주는가. 부시 대통령은 "테러리스트와, 테러리스트들이 은거하고 있는 나라 사이에 구별을 두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폭격의 속성이 무차별적이기 때문에 이제 우리는 “구별을 두지 않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폭격하고 어쩔 수없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일 것인가. 우리는 테러리스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테러를 감행하게 될 것인가.

그전에도 이렇게 한 적이 있다. 이건 오래된 사고방식이며, 오래된 행동양식이다. 결코 효과를 본 적이 없다. 레이건은 리비아를 폭격했고, 부시는 이라크와 전쟁을 벌였으며, 클린턴은 아프가니스탄과 수단에 있는 제약공장에 폭탄을 퍼부었다. 테러리스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 그리고 나서 뉴욕과 워싱턴에 이같은 비극이 찾아왔다. 이쯤되면 테러리스트들에게 폭력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먹히지 않으며 결국 또다른 테러리즘을 부른다는 사실이 분명해지지 않았을까.

우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충돌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는가. 팔레스타인인들이 심어놓은 자동차 폭탄들은 이스라엘 정부에 의한 공습과 탱크공격을 불러왔다. 수십년간 이런 일들이 반복돼 왔다. 효과는 없다. 그리고 무고한 사람들이 양측에서 목숨을 잃을 뿐이다.

그렇다. 이건 오래된 사고방식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방법이다. 우리는 세계 도처에서 미군의 군사행동의 피해자였던 사람들이 느끼는 분노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베트남에서 미군은 네이팜탄과 집속탄을 민간인 마을에 퍼붓는 테러행위를 저질렀다.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칠레, 엘살바도르 등의 나라의 독재자와 암살대를 지원했다. 이라크에서는 미국의 경제제재로 백만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아마도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일텐데, 서안 지구와 가자 지역의 점령구에서는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최첨단 무기를 공급해 주고 있는 가운데, 1백만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잔인한 군사점령상태에서 허덕이고 있다.

우리는 현재 우리가 TV에서 목격하고 있는 죽음과 고통의 현장이 오랜 시간동안 세계의 다른 편에서 지속돼 왔다는 사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종종 미국의 정책의 결과로 사람들이 어떤 일들을 겪어왔는지를 알아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런 고통을 겪은 사람들 중 일부가 어떻게 조용한 분노를 넘어서 테러행위에 가담하게 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3천억 달러의 국방예산은 우리에게 안전을 보장해주지는 못했다. 전세계의 미군기지, 전 대양의 전함들도 안전을 보장해주지는 못했다. 지뢰, '미사일 방어망'도 안보를 보장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는 세계에서의 우리의 위치를 재고해야 한다. 우리는 자국 또는 타국민을 탄압하는 나라들에게 무기를 보내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 우리는 정치인들이나 언론이 어떤 명분을 만들어내든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시대의 전쟁은 언제나 무차별적이며,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전쟁이며, 어린이들에 대한 전쟁이기 대문이다. 전쟁은 수백배로 규모가 확대된 테러리즘일뿐이다.

우리의 안보는 국부를 총이나 전투기, 폭탄을 만드는 데 쓰는 대신 인민의 복지를 위헤 사용할 때만 얻어질 수 있다. 모든 사람을 위한 무료 의료서비스, 교육과 주거가 보장되는 적절한 임금, 모든 이를 위한 깨끗한 환경 등에 쓰일 때만 안보가 보장되는 것이다. 몇몇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인민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결코 안전해질 수 없다. 안보는 자유를 확대함으로써만 얻어질 수 있다.

우리는 이번 사태의 교훈을 '복수'나 '전쟁'을 외치는 군인이나 정치인들로부터 얻기보다는 생지옥의 현장에서 생명을 구해온 의사, 간호사, 경찰관 등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그들이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폭력이 아니라 치료였으며 복수가 아니라 동정심이었다.

번역/고현석

하워드 진(Howard Zinn)은 미 보스턴대 명예교수이며 조선소 노동자에서 시작, 지난 50년대부터 민권, 반전 운동에 앞장서 온 인물로 초암 놈스키와 함께 '미국의 양심'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의 저서중 '미국민중저항사'(A People's History of America) '오만한 제국'(Declarations of Indenpence)가 국내에 번역, 소개됐다. 이 글(Retaliation)의 원문은 미국의 진보적 잡지인 Z Magazine이 운영하는 ZNet(www.zmag.org/zinncalam.htm)에서 볼 수 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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