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다시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결의를 표명했다. 지금의 평화시대는 살아 있는 사람들만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전몰자에 대해 경의와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수상은 10월 17일, 취임 이래 다섯 번째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후 기자단에게 이렇게 밝혔다고 한다(18일자, 요미우리신문 조간).
이 사람은 무지한 듯이 보이려고 하는건가. 아니면 정말 무지한 것인가. 야스쿠니는 단순히 전몰자 위령의 장소도 아니고, 더욱이 '부전의 결의(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하기 위한 장소도 아니다. 일본이 거듭한 침략전쟁에 동원되어서 전사한 황군병사를 '영령'으로 모시는 '전쟁을 긍정하는' 신사다. 야스쿠니의 '유슈칸(遊就館)'은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존자위를 위해서, 더욱이 세계사적인 시점에서 본다면, 피부색과 관계없는 자유와 평등한 세계를 달성하기 위해서, 피할 수 없는 많은 전쟁이 있었고" "그와 같은 전쟁에 귀중한 목숨을 바친 영령들이 있어, 그 영령의 무훈과 유지를 현창하고, 영령들이 걸어 온 근대사의 진실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遊就館이 가진 사명이다."(야스쿠니 신사 홈페이지로부터)
대일본 제국의 모든 침략전쟁을 긍정, 미화하고, 아시아 각지에서 수천만의 목숨을 앗아간 황군병사의 '무훈', '유지'를 칭송하는 신사. 합사된 약 246만 명 중에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항거한 대만인, 조선인 등 폭도를 '토벌, 진압'한 병사도 포함되어 있다(다카하시 데츠야,「야스쿠니문제」치구마신서: 한국에서는 역사비평사가 번역 출간). 고이즈미 수상은 이런 전사자들에게도 '경의와 감사'를 전달한 것이다.
수상의 야스쿠니 참배는, 헌법 제20조의 정교분리 원칙 위반과 A급 전범 합사 등의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나는 이것뿐만 아니라 '전쟁을 긍정'하는 신사에 참배한 것은 '정부의 행위에 의해서 다시는 전쟁의 참화를 일으키지 않는 것을 결의'한 헌법을 발로 차버린 행위라고 생각한다.
고이즈미 수상은 '무지'하지 않다. 야스쿠니 참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자각하고 있다. 수상 취임 회견 이후 '헌법 제9조'를 명언하는 고이즈미 수상에게 있어서 '야스쿠니 복권'은 이라크 파병 및 유사법제와 연동되는 '전쟁하는 국가' 만들기의 한 축이고, 중국과 한국의 반발도 계산에 넣은, 내셔널리즘 선동 퍼포먼스다.
그렇지만, 매스미디어의 대부분은, 야스쿠니 참배의 주요 문제점을 '외교문제'로 보도하는 것으로 본질을 비껴가고 있다. 일본 각 신문의 18일자 조간 1면을 제목을 살펴보자.
'야스쿠니 참배/수상, 직무외라고 강조/중ㆍ한 양 대사가 항의/아시아 외교에 악영향도'(아사히신문), '한국, 정상회담 연기도/중국은 외상이 항의'(요미우리신문), '일중외상 회담 곤란/한국, 정상회담 중지를 시사'(마이니치 신문)
마이니치신문 사설은 "수상이 야스쿠니를 참배할 때마다 이웃나라로부터 큰 반발을 불러 일으켜, 외교 당국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수상은 정체된 아시아 외교를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 책임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라고 밝히고 있다.
아사히신문의 편집위원은 1면에서 "지난 전쟁을 미화하는, 야스쿠니식 역사관에서 참배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수상의 야스쿠니 참배는, 동아시아를 불신과 긴장이라고 하는 '부(負)의 나선'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고 적고 있다.
물론 야스쿠니 참배는 동아시아 외교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 그렇지만, 개헌을 목표로 하는 고이즈미 수상에게 있어서 눈앞의 외교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정신적인 문제에 타인이 간섭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외국 정부가 전몰자에게 추모의 뜻을 전달하는 것에 대해서 '안 된다'라고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정색하면서, 내셔널리즘을 자극했다.
아사히신문 19일자에 게재된 '긴급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참배에 대한 찬반은 거의 반반이다. 6월 조사에서는 찬성이 36%, 반대가 52% 였는데, 거의 같은 비율을 보였다. 찬성의 이유는 '전사자에 대해서 영혼을 위로하는 것이다'가 37%, '외국으로부터 지적받는다고 그만두는 것은 이상하다'가 24%였다. 반대의견은 69%가 '주변국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들었다.
문제의 본질은 '외교'에 있지 않다. 일본사회의 본연의 모습과 근간에 관련된 문제다. (고이즈미 수상의 야스쿠니 참배는) '전쟁을 하는 카미노 구니(神國)'로 향해서 국수주의를 선동하고, '새로운 영령'을 만드는 기반을 다지는 참배다. 자민당의 개헌 문안은, (항구적인 전쟁 포기와 무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9조와 함께 20조를 주요 공격 목표로 삼고 있다. <슈칸 킨요비 2005년 10월 28일자, 579호>
<번역 이홍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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