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세계는 언론전쟁 중인가. 최근 미국에서 리크게이트에 연루된 <뉴욕타임스>의 주디스 밀러,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에 대한 진보진영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거대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비판적 저널리즘 활동을 펼쳐 온 진보적 언론인에 대해 대표적 우익 잡지인 <주간문춘>이 '성희롱' 의혹을 제기하며 인신공격성 기사를 게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격의 표적이 된 인물은 도시샤(同志社)대학 신문학과의 아사노 겐이치 교수. 그는 현역 기자 시절인 1984년 <주간문춘>의 '보험금 사기를 목적으로 부인을 살해했다'는 이른바 '로스앤젤레스 의혹 사건' 보도에 대해 처음으로 의문을 제시해, 이후 20년 간의 법정소송 끝에 2003년 <주간문춘>으로 하여금 명예훼손에 의한 배상과 함께 사과문을 게재하도록 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교도통신에서 인도네시아 특파원 등으로 활약했던 아사노 교수는 1994년 퇴사 후 주로 '인권과 프라이버시' 문제에 초점을 맞춰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해 오고 있다. 현재 '인권과 보도' 모임의 간사와 함께 <슈칸 긴요비>의 '인권과 미디어'란을 야마구치 씨와 함께 격주로 집필하고 있다. 또한 <프레시안> 등 한국의 인터넷신문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한국을 방문해 양국 진보적 언론인들의 연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비판적인 저널리즘 활동가들에 대한 주류언론의 대응에는 한일 양국간에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글은 <주간문춘> 보도에 대한 비판의 글이다. <편집자>
***<주간문춘>의'아사노 교수 고발'기사 - 익명과 '카더라'에 의한 인신공격 보도**
『주간문춘』11월 24일호(17일 발매)는 "'인권옹호파' 아사노 겐이치 도시샤대학 교수 '학내 성희롱'으로 관련자들이 고발!"이라는 4쪽짜리 기사를 게재했다. 아사노 교수는 <슈칸킨요비>의 '인권과 미디어' 집필자 중 한 명이다. 독자 중에서는 이 기사를 읽고 놀란 분들도 있을 것이다.
아사노 교수는 "(주간문춘) 기사는 사실무근이고 날조"라며 <주간문춘>측을 명예훼손으로 제소했다. 기사가 밝힌 성희롱 의혹에 대해 <주간문춘>은 법정에서 '사실'을 입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재판정까지 가지 않더라도 기사 자체만 가지고도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많다. 기사가 익명의 고발자의 일방적인 '카더라' 정보로 구성되어 있고 '고발 대상자'만이 실명으로 처리된 불공정한 수법으로 작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형태의 비겁한 보도가 퍼져간다면, 누구라도 '의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기사가 지적한 의혹은 5가지다. 요약한다면 1.전 도시샤대 대학원생 A씨 "성적인 소문을 퍼트렸다" 2. 같은 대학의 C씨 "해외 출장에서 성적인 유혹을 받았다" 3. 같은 대학의 D씨 "협박성 메일, 전화를 받았다" 4. 리츠메이칸 대학생 E씨 "비열한 유혹성 전화를 받았다" 5.전 대학원생ㆍ유학생 H씨 "RA(연구조수)의 급여를 지급받지 못했다"(알파벳 가명은 <주간문춘>의 표기)는 내용이다.
이 중에서, <주간문춘>의 취재에 응한 사람은 A씨와 D씨의 2명. 나머지 3명은 '당사자'의 이야기가 아닌 '카더라' 정보다.
기사 중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준 건은 C씨에 관한 기술이다. 호텔에서'성적인 유혹을 받아', '목욕탕으로 달아났다'고 하는 부분과, '당시의 공포를 친구에게 밝히는 장면' 등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이런 모든 부분이 '도시샤대학 관계자' 등 출처가 불분명한 괴정보로 구성되어 있다.
정보원을 명시하지 않은 C씨 등 3인에 관한 전언을 배제한다면 남는 것은 <주간문춘>에 '고발'한 A씨, D씨의 주장뿐이다.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A씨의 지도를 담당한, 당시의 대학원 신문학 전공 교무 주임인 B교수의 증언이다. B교수는 "아사노 선생에 의한 성희롱ㆍ아카하라(academic harassment의 일본식 표기. 대학 등 학내에서 교수가 지위를 남용해서 학생 및 부하들에 대해 벌이는 갖가지 희롱 행위) 피해에 대해서, 신문학 전공의 교원 앞으로, 문서로 피해를 호소한 사례가 몇 건 있었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여서 다른 교원과 상담해 나가면서 대학의 성희롱 방지 위원회에 상당해야만 하는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밝히고 있다. '아사노 씨는 실명, 자신은 익명'의 기사가 게재된다는 것을 신문학전공 연구자로서'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이 기사는 또 '아사노 교수의 학내 성희롱을 대학 당국이 인정했다'고 적고 있다. 그 근거로서, 대학의'성희롱 방지위원회' A씨에게 보낸 보고서의 내용을 인용했다. 그렇지만,'보고서'에는 어떤 성희롱을 인정했는지에 대한 기술은 없다.
한편 <주간문춘>의 기사는, 아사노 씨가 조사에 응하는 전제로서 고발의 내용, 성회롱 방지위원회의 위원 명의 제시 등을 요구했다고 하는 '보고서'의 내용, 학장이 성희롱위원회에 "아사노 씨가 조사에 응한 뒤에 다시 보고하도록 재조사를 지시했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그 '보고서'는 어떤 내용을 결정한 것이 아니고,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문서였다.
아사노 씨에 따르면, 이번 달 중에도 '청취'가 있고, 전면적으로 '고발 내용'에 대해 반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간문춘> 기사는, 청취를 통한 정식 결정(학장의 조치)이 나오기 전에, 자신들의 지면을 통해서 '고발내용'이 인정된 듯이 취급해 버렸다.
<주간문춘>은 이전에도 '로스엔젤레스 의혹보도'로 일반 시민을 의혹의 주인공으로 만든 적이 있다. 이런 보도 행태를 가장 먼저 비판한 사람이 아사노 씨다. 2001년의 구석기 유적 날조 의혹 보도에서는 개인적인 원한을 가진 사람의 말을 믿고 '의혹'기사를 게재해, 벳부대학 명예교수를 자살로 내몰았다. 유족들이 제기한 소송으로 법원은 지난해 <주간문춘>에 대해 배상과 사죄광고를 명했다. 이번에도 똑같은 수법의 '의혹' 기사로 아사노 씨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고 한다.
B교수 등은 이에 이용당했는가, 아니면 <주간문춘>을 이용했는가. 미디어 연구자라면, <주간문춘>의 '의혹 보도'수법과 인권침해의 전력을 몰랐을 리가 없을 것이다.
<슈칸킨요비> 11월 25일자
번역: 이홍천(게이오대학 정책미디어 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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