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뷰포인트]작업의 정석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뷰포인트]작업의 정석

감독 오기환 | 출연 손예진, 송일국, 노주현 | 제작 청어람 | 배급 쇼박스 | 등급 15세 관람가 | 시간 100분

〈작업의 정석〉은 유쾌하다. 개봉시기가 크리스마스 시즌인 것을 감안하면 연애의 감정을 놓고 벌이는 두 남녀의 머리싸움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랑에 무심한 이도 이 시기만 되면 허전한 옆구리를 논하지 않던가. 제목이 암시하고 있듯 이 영화에는 성공적인 작업을 위한 에피소드들이 나열돼있다. 어느 날 갑작스레 찾아온 운명도 아니요, 긴 시간 바라보기만 하던 지고지순한 사랑도 아니다. 능동적이며 적극적으로 짝을 찾고 사랑을 얻기 위해 시나리오를 짠다. 그렇게 이성의 사랑을 쟁취하게 되면 미련 없이 또 다른 누군가를 찾아나선다. 그래서 고수들의 에피소드는 이른바 작업의 과정이다.

27세 펀드매니저 지원(손예진)과 31세 건축설계사 민준(송일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선수다. 타고난 선남선녀인 탓에 이성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그들에게 사랑은 유혹일 뿐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되면서 각자의 시나리오에 변수가 생긴다. 이쪽도 선수요 저쪽도 선수라면 서로 경쟁하는 게 당연한 일.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두 사람의 행각은 고도의 심리전과 테크닉이 동원되며 새로운 시나리오를 작성해나간다.

이들의 사랑은 세기가 바뀌고도 5년이나 지난 신식이다. 그만큼 기발하고 또 그만큼 럭셔리하다. 할리우드나 영국의 로맨틱 코미디가 간혹 최상류층을 등장시켜 잠깐 동안의 황홀함을 안겨줬다면 〈작업의 정석〉도 그에 못지않은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인다. 물론 그네들이 정석화한 로맨틱코미디의 흥행공식도 빼놓지 않는다. 작업에 대해 충고를 잊지 않는 충실한 조력자가 있고 어딘가 허점을 드러내며 웃음을 전담하는 캐릭터가 있다. 최근 코미디장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개그맨들의 까메오 출연도 활력을 더한다. 5년 전 〈선물〉을 연출한 오기환 감독은 CF프로듀서 경력을 살린 듯 각각의 에피소드를 빠르게 전개해나간다.

손예진과 송일국이 분한 지원과 민준은 두 배우의 고정적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별반 거부감없이 다가온다. 그간 멜로드라마에서 애절한 눈물로 관객을 울리던(〈내 머리속의 지우개〉와 〈외출〉을 돌아보자) 손예진은 똑부러지게 할말 다하는 내숭 9단으로 변신했고 부드럽고 따뜻한 이미지의 송일국은 짙은 눈썹을 실룩거리며 유혹의 눈길을 보낸다. 이쯤되면 크리스마스라는 시기적 분위기에 편승한 호기심어린 시선을 계속 붙들어둘 만하다. 그만큼 흥행을 위한 포석이 안정적이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작업은 자연스러움과 거리가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웃음을 유발하고는 있지만 몸을 뒤척이게 한다. 사랑이 아닌 작업에 포커스를 맞춘 컨셉은 신선하지만 코미디 강박증에라도 걸린 듯 웃음 유발에 너무 많은 설정을 첨가했다. 아들의 작업을 위해 폭풍 속에서 전용기를 조종하는 아버지, 물불을 가리지 않는 옛 남자친구의 행각, 감자밭에 현금을 묻어놓은 강원도 갑부 등의 설정은 본래의 임무와 동떨어져있다. 그로 인한 작업남녀의 오버액션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