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크 미로드 | 출연 로빈 윌리암스, 홀리 헌터, 지오바니 리비시, 우디 헤럴슨 | 수입, 제공 ㈜유레카 픽쳐스 | 배급 CJ 엔터테인먼트 | 등급 15세 관람가 | 시간 100분 | 2005년
사방 어느 곳을 둘러봐도 백설이 그득한 알래스카. 한 가운데 살포시 발걸음 내디디면 세상 시름이 한 순간에 사라질 듯한 이곳에서 지저분한 보험사기극이 벌어진다. 사건의 주인공은 폴 바넬(로빈 윌리암스). 작은 여행사를 운영하는 그는 사무실 전기가 끊길 만큼 궁지에 몰렸고 뚜렛 증후군이란 생소한 불치병을 앓는 아내 마가렛(홀리 헌터)의 치료비로 거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나마 한가닥 희망은 5년 간이나 행방이 묘연한 동생 레이먼드(우디 헤럴슨)의 100만 달러짜리 생명보험증서. 허나 그마저도 보험회사 직원 테드(지오바니 리비시)의 일목요연한 설명에 요원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폴은 쓰레기통에서 이름 모를 시체 한 구를 발견하고 기겁한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머리를 스친 것은 동생 레이먼드. 폴은 시체를 동생으로 위장, 보험사기극을 시작한다.
〈빅화이트〉는 코엔 형제의 〈파고〉를 닮았다. 아침 저녁으로 눈에 보이는 경치가 하얗다는 것이 그렇고 소심한 주인공이 선택한 불법행위가 걷잡을 수 없이 뻗어나간다는 것도 그렇다. 물론 100만 달러를 놓고 벌어진 사건은 예측불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바닥을 헤매는 인간군상의 면면을 헤집은 〈파고〉의 블랙코미디가 제대로 전수되지 못했다는 것. 사랑을 위해 시체를 훔치고 거짓말을 반복하는 폴의 사기극은 이미 사랑이란 명제에 갇혀 더 이상 뻗어가지 못한다. 갑작스레 등장한 동생 레이먼드와 집요하게 사건을 파고드는 보험회사 직원 테드, 시체를 찾아나선 갱단이 얽히고 설키지만 아내를 위한 폴의 사랑을 뛰어넘진 못한다. 소심한 소시민 폴이 살아 돌아온 동생의 얼굴에 총을 겨누며 고민하고, 성공에 집착하는 테드가 인생의 쓴맛에 괴로워하지만 캐릭터 설정의 호기심을 해피엔딩으로 귀결시키며 다분히 할리우드적 코미디로 선회한다.
어쩌면 가족분위기 충만한 한겨울이라는 개봉 시기가 기획단계부터 마지노선을 정해놓지 않았을까? 이름만으로도 믿음직한 로빈 윌리암스, 홀리 헌터, 우디 해럴슨 등 명배우들이 등장하지만 정작 도드라지는 건 최근에 빛을 발하고 있는 지오바니 리비시다. 무표정한 얼굴로 사건을 바라보며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그의 눈빛은 하얀 눈의 경치와 함께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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