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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터 전국 순례'…평택주민들 "우린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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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터 전국 순례'…평택주민들 "우린 죽지 않았다"

"'10박11일' 순례 뒤 13일 '500일 촛불행사' 가질 것"

'탈탈탈탈….'

땅속에 날카로운 쟁기를 박아 넣어 흙을 갈아엎는 트랙터. 올해 농사 준비를 위해 한창 논밭을 갈고 있어야 할 농민들의 트랙터가 지방도로를 달리고 있다.

농민들이 화가 나면 "확 트랙터로 밀어버리고 싶다"고 말할 때 등장하곤 하는 트랙터이지만, 무게가 3~4톤에 이르는 몸체를 시속 20km로 터덜터덜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삼보일배를 하는 듯 간절하기만 하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 다 끝난 일 아니냐구요?"**

트랙터의 양옆 앞뒤에 청테이프로 고정시킨 대나무엔 빨간색, 까만색으로 '평택 미군기지 강제수용 결사반대'라는 글씨가 씌어진 노란 깃발이 아슬아슬하게 나부낀다. 그러나 이들을 반겨주는 건 도로변의 추수한 논과 비닐하우스, 마른 나무들, 눈 쌓인 산이 전부다.

"지금까지 협의매수 거부하고 버티는 평택 분들, 돈 때문에 그런 것 아닙니다. 1943년 일본군 활주로 공사, 1952년 미군 해군기지 확장으로 토지 강제수용이 있을 때마다 모든 삶의 터전을 잃고, 갖은 고생 하며 여기까지 온 분들이에요. 그 때마다 맨땅에서 맨손으로 시작해 이제 겨우 살아볼만한 땅 만든 겁니다. 그 한과 기억 때문에라도 이분들 그 땅에서 못 나가요…."

지금까지 수십 번 들었을 "왜 이렇게 시위를 하냐. 효과가 있을 것 같냐"는 질문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도 역시 피할 수 없는 질문에 김택균 평택대책위 상황실장은 말을 계속 잇는다.

***"그간의 상처와 불안, 이 트랙터에 실어 알리고 싶습니다"**

"국방부가 지난달 22일 보상금을 법원에 공탁해 이제 용역깡패가 들어와 사람 들어내고 논밭 밀어도 '합법'이 된 상황에까지 왔어요. 그래도 그간 정부와 싸우면서 해 온 고생, 상처, 불안을 모두 이 트랙터에 싣고 전국을 돌면서 알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희망의 메시지를 받아 그걸 꼭 안고 평택으로 돌아오고 싶어요."

이렇게 평택대책위는 아직 협의매수를 거부하고 있는 평택 250가구 주민의 염원을 모아 3일의 출발지인 평택 대추초등학교를 13일 다시 보기로 하고 10박11일의 '트랙터 전국 순례'를 떠났다. 부여, 군산, 부안, 나주, 남원, 광양, 마산,부산, 대구 대전 등 이들이 문을 두드리는 시, 군만 총 34곳.

'나 아직 살아 있소. 평택의 생명과도 같은 땅을 뺏기지 않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오'라는 이들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주민들은 1000만 원의 순례비용을 모았다. 이중 3분의 2가 기름값이라고 한다.

순례 차량은 선두의 방송차량과 트랙터 7대, 봉고차 1대 등 총 11대, 국도, 지방도로를 이용할 이들의 총 이동거리만 1200km다.

***"1~2월이 최대 고비"**

김지태 팽성대책위원장은 "오는 13일이 지난 2004년 9월 1일부터 시작된 '우리땅 지키기 위한 주민 촛불행사'가 500일을 맞는 날"이라며 "이날 '500일 촛불행사'를 진행한 뒤, 14일은 프랑스, 브라질, 일본, 한국의 미 대사관 앞에서 '국제 공동행동 행사'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땅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순례 길을 떠난 이들의 분위기는 비장함을 넘어 숙연하기까지 하다. 이들은 이 한겨울, 그 중에서도 특히 1~2월을 최대 고비로 보고 있다. 강제 수용이 공포됐고, 이들은 법적으론 '불법 거주자' 상태인 데에다, 정부는 주민들이 봄철 파종하기 전까지 땅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결국 여론입니다. 국민 여러분이 평택에 힘을 모아주셔야 합니다."

이들의 절박한 호소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귀를 열어둘지는 순례가 끝날 때까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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