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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젊은이들 불만을 '배타적 민족주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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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젊은이들 불만을 '배타적 민족주의'로!

야마구치가 본 '일본 사회와 미디어' 〈7〉'만화 혐한류' 비판

다음은 지난해 일본에서 출판돼 대히트를 친 '만화 혐한류(嫌韓流)'에 대한 비판적 서평이다. 야마노 샤린(山野車輪)이 그린 이 만화는 올해 2월 속편이 출판될 정도로 일본의 일부 젊은이들을 포함한 보수층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필자 야마구치 씨는 이같은 현상은 장기침체에 따른 고용불안 등 일본 국내 상황에 대한 불만을 대외적으로 돌리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글은 반전·평화를 지향하며 지난해 창간된 일본의 진보적 계간지 '전야(前夜)' 7(봄)호에 실린 것으로 '전야' 측의 양해를 얻어 번역, 전재한다. 아울러 앞으로도 '전야'와의 합의에 의해 한국 상황과 관련이 있는 기사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편집자>


'침략을 추천함'

이런 재미도 없는 만화가 왜 45만 부나 팔렸을까? 작품이 갖고 있는 어마어마한 폭력성, 공격성보다도 그것이 대히트를 친 현상에 심각한 의문을 갖게 되었다.

스토리는 있지만 없는 것과 매 한가지다. 표지에 의하면 평범한 고교생이던 주인공이 월드컵이나 할아버지의 이야기 등을 계기로 '한국은 무엇인가 이상한 나라'라고 느끼며 대학 역사 동아리 선배의 권유로 '한국의 놀라운 실태'와 '진정한 역사'를 알아가게 된다는 것이 그 주된 내용.
▲ 만화 혐한류. ⓒ프레시안

단, 이 주인공은 '독립운동의 탄압이나 황민화정책, 창씨개명, 강제연행, 종군위안부 등등을 학교에서 제대로 배웠다'고 말하는 고교생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를 제대로 배우는 학교는 얼마 없을 것이다. 그는 (그러한 의미에서) 평범하지 않다. 그런 주인공이 '진정한 역사'를 자각해 간다는 설정에 '교육과 언론매체의 세뇌'라는 허구도 교묘히 장치되어 있다.

만화에서 다뤄지고 있는 주제는 전후보상, 강제연행, 외국인참정권, 한일합방 등. 그 사이사이에 '일본문화를 훔치는 한국', '반일언론매체의 실상' 등을 다루는 장(章)이 끼어 있고 '한국인 특유의 정신질환', '한국에 만연한 날조와 들치기' 등을 고발하는 리포트, 니시오 칸지1, 오오쯔키 타카히로2의 컬럼을 끼워넣고 있다.

이 만화가 특별히 새로운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집필진들이 잡지와 인터넷 상에서 떠들어대는 혐한국적 분위기의 변설 등을 짜집기 한 정도다.

예를 들면, '일본은 구미제국의 침략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조선을 합병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일본국민이 된 조선인들은 대부분 이익을 얻었다.', '(3.1운동에 관하여) 한국측의 요구도 있어서 합병한 것이었는데 그 은혜를 잊고 테러나 폭동을 일으키는 일은 도를 넘어선 행동이었다'라고 주인공이 말하는 부분 등이 그러하다.

일본의 침략 및 식민지 지배의 정당화, 미화, 한국인에 대한 모욕과 공격은 90년대 이후 나타난 역사수정주의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다만 '만화 혐한류'의 새로운 점은 그것을 토론 형식으로 만들고 만화의 표현 양식을 빌려서 역사를 모르는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패턴화시켜 보여주고 있는다 점이다.

(만화에 등장하는) 한국인 대학생 등의 주장은 처음부터 왜곡된 슬로건의 감정적 호소 등으로만 나타날 뿐이다. 주인공들의 주장은 사실과 데이터에 근거한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으로 포장하여 상세히 서술한다. 마지막으로 동아리 선배가 '역사의 심판자'처럼 등장하여 냉정하게 '진상'을 말하며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다.

이와 같은 패턴은 독자들에게 '일본의 올바른 행동'을 설득하고 그것을 반복함으로써 '조선인들은 무지하고 감정적'이라는 생각을 박아 넣는다. 또한 주인공들의 용모는 소년만화의 전형적 '미남형'으로 그리면서 한편으로 한국인 대학생이나 반일감정을 갖는 시민은 철저하게 추악하게 그리고 있다. 정의의 주인공과 흉포하고 못생긴 악인. 최후에 정의가 이긴다. 독자는 카타르시스를 하면서 '혐한' 감정을 갖게 된다.

주인공의 고교시대의 친구인 재일한국인이 대학에서는 대립 동아리의 회원으로서 주인공과 논쟁을 하지만, 점차 동요하기 시작하면서 주인공의 동아리에 가입하게 된다. 그것이 에필로그인 '한일우호의 길'이다. 일본의 침략 논리에 재일한국인이 굴복하는 것이 바로 '한일우호의 길'인 것이다!

나에게는 뻔히 보이는 스토리의 전개가 너무나도 지루하게 느껴졌다. 등장인물들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드라마틱한 전개도 없으며 그림의 지저분함과 그 폭력성에 불쾌함을 느꼈다. 그러나 이러한 만화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새로운 편집판이 서점에 들어섰다. 올해 2월에는 '혐한류2'라는 속편까지 출판됐다.

나는 바로 이 시점에서 두 가지 커다란 위기감을 느꼈다. 첫번 째는 이와같은 배타적 내셔널리즘을 선동하는 책이 '쌍방향 채널'을 갖는 인터넷 공간을 넘어 대히트해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거기에 호응하는 언론매체와 출판계의 '시장화'가 여기까지 진행되고 있는 사태. 두번 째는 십대에서 삼사십대까지 확장된 독자들의 다음과 같은 독후감(진유사 웹사이트의 '독자들의 목소리' 게시판에 실린 내용들) 때문이다.

"지금까지 일본인들이 부지불식간에 느끼고 있었지만 확신하지 못하던 생각들을 이렇게 정확히 표현한 책은 없었습니다. 그 신선함에 감동했습니다."

"중국이나 한국의 반일데모가 있었던 올해, 이 책을 읽고 그들의 비정상스러움을 깨달았다. 지금이야말로 일본의 정당성을 증명할 때다."

일본사회는 버블경제의 붕괴 이후 '신자유주의', 즉 약육강식의 경쟁세계에 빠져들면서 제대로 된 직업을 얻지 못하거나 직업을 구해도 장시간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게 되어 살아가는 목적이나 즐거움을 잃어버린 세대에게 시니컬한 폐쇄감이 만연하고 있다.

어용 언론매체들은 그 울분과 불만이 억압구조의 실제 근원을 향할 수 있는 위험을 교묘히 회피하면서 '역사교육의 빈틈'을 이용해 뒤틀린 피해자 의식을 배타주의로 흡수해 나간다. 타인을 폄하하고 공격함으로써 맛볼 수 있는 우월감, '일본인으로서의' 자기확인. 그것은 세계화시대의 침략군을 재편하고 있는 '자위대'의 전쟁에 젊은 세대를 동원할 수 있는 강력한 회로가 된다.

일본말에 '기껏해야 만화, 그래도 만화'3라는 말이 있다. 이 위험한 회로를 어떻게 봉쇄하고 '타인과 더불어 공존'하는 새로운 회로를 열 수 있을까? 우리들은 역사수정주의나 어용언론과의 끈기있는 싸움을 계속해나가며 젊은 세대가 억압구조의 진정한 적을 깨달을 수 있도록 사회개혁의 이치를 만화에 지지 않는 '알기 쉬운 언어'로서 알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역자 주:

[1] 니시오 칸지(西尾幹二) : 1935년생. 독일문학자. 평론가. 전기통신대학 명예교수. 동경 출신. 동경대학 문학부 독어과 졸업. 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문학박사.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명예회장(2001~2006년 1월). 니체에 대한 번역으로 유명. 친미보수 성향이지만 고이즈미 내각에는 매우 비판적이다. 특히 대북정책과 대미외교, 우정국민영화 등을 격렬히 비판했다.

[2] 오오츠키 타카히로(大月隆寛) : 1959년생. 동경 출신. 민속학자. 경마평론이나 일본민중문화, 문학성립의 시대 등과 같은 테마를 연구한 이색적인 필드워크로 주목을 받음. 와세다대 법학부 졸업. 세이죠대학 대학원 문학연구과 박사과정 수료. 그 이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 참여했으나 다른 회원들과의 의견충돌로 도중하차. 그 뒤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의 객원조교수로 일했으나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중.

[3] 만화는 기껏해야 만화일 뿐이지만 그와 동시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갖고 있다는 뜻.

<번역: 최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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