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여론조사에 참가한 기독교인의 80%, 드루즈 80%, 수니파 89%가 시아파인 헤즈볼라의 투쟁을 지지한다고 대답했다. 2005년 7월의 조사에서는 기독교인의 74%가 헤즈볼라의 저항을 지지했던 것으로 볼 때, 이번 전쟁이 헤즈볼라에 대한 레바논 비(非)시아파 사회의 지지율을 상승시켰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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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는 레바논의 이슬람주의자 무장조직인 동시에 제도권 정당이다. 헤즈볼라는 1992년에 레바논 의회 선거에 처음으로 참가하여 128석 중 12석을 획득했고, 1996년에는 10석, 2000년 8석, 2005년에는 14석을 획득했다. 또 레바논 내각 총 15명의 장관 중 에너지·수자원 장관과 노동부 장관 등 2명이 헤즈볼라 소속이다.
2005년 총선에서 아말(Amal)-헤즈볼라 시아파동맹은 남부 레바논의 전 의석인 23석을 획득했고, 2명의 헤즈볼라 출신 장관을 포함해 외무 장관, 보건 장관, 농업 장관 등 5명의 정부 각료를 배출했다. 이 결과는 남부 레바논이 레바논 국내 정치에서 시아파의 아성임을 보여줬다.
2005년 선거와 관련해 헤즈볼라 출신으로 에너지·수자원 장관에 임명된 무함마드 프네이시는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는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저항을 수호하고 레바논을 보호하는 기치 아래 선거에 참가해 가장 높은 지지를 획득한 정치 세력이다.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헤즈볼라의 저항은 어떤 방식으로든 정치적 역할과 모순되지 않는다. 정부와 의회에 참가하는 것이 국민적 의무라면, 영토를 수호하는 것도 국민적 의무다."
이것은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에서도 헤즈볼라가 대중적인 지지를 획득함으로써 정부를 운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대중적인 지지를 토대로 대 이스라엘 투쟁을 강화시키겠다는 예고이기도 했다.
헤즈볼라의 사회·정치·언론 활동
아말 운동과 함께 헤즈볼라는 레바논의 가장 큰 종교 블록인 시아 공동체를 대표하는 주요한 정당이며 사회조직이기도 하다. 헤즈볼라는 환경부와 함께 광범위한 사회 서비스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가난한 사람들 및 농부들과의 연대를 강화시킨다. 헤즈볼라가 운영하는 병원은 다른 민간 병원들보다 훨씬 싸고 특히 헤즈볼라 대원들에게는 무료다.
사회 서비스 프로그램과 관련해 유엔 인권조정실(UN Office for the Coordination of Humanitarian Affairs)은 지난 5월 "헤즈볼라는 광범위한 사회발전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이 조직은 현재 최소한 4개의 병원과 12개의 의원, 12개의 학교, 농민들에게 농업기술을 교육하는 친환경 농업센터 2곳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난민을 포함해 정부 서비스로부터 소외된 가난한 사람들과, 시아 공동체에 속한 남부 베이루트에 있는 사람들은 헤즈볼라를 정치 운동 조직이자,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며, 지지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무장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을 내세우면서 사회 기층 세력들과 연대한 결과 2005년 선거에서 명실상부한 제도권 정치 조직으로 레바논 정치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헤즈볼라는 레바논에 <알 마나르>라는 TV방송국과 <알 누르>라는 라디오 방송국을 운영하고, <캅다트>라는 월간지도 발행한다. <알 마나르>는 아랍어, 영어, 프랑스어, 히브리어로 뉴스를 송출하고, 레바논과 다른 아랍 국가들에서 폭넓게 시청된다. 이러한 미디어 사업을 통해 헤즈볼라의 활약상이 레바논 국경을 넘어 아랍 세계에 널리 알져지게 되었다.
헤즈볼라의 군대
헤즈볼라의 군사 분과인 '이슬람 저항'은 중동에서 가장 능력 있는 비국가 무장 단체로 소규모의 무장 단체들을 지원한다. 이 중 정보와 관련된 부대도 3곳이나 있다. 하나는 이스라엘에 대한 정보활동을 하는 암호 수집 해독 부대로, 이스라엘의 군사 기지와 다른 잠재적인 목표물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기관을 운영하고 강화한다. '1800부대'는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위해 점령지 내부에서 팔레스타인 단체들의 운영하고 훈련시킨다. '예비부대'라는 곳은 조직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정보·통신과 관련된 일은 물론 감옥과 심문 센터 등도 관장한다.
또 헤즈볼라는 1만~1만5000기의 카츄샤 로켓과 파즈르3, 파즈르5를 비롯한 30기의 미사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슬람 저항'은 중동에서 가장 훈련이 잘된 게릴라들로 구성돼 있으며, 남부 레바논이나 이란 캠프에서 이슬람 혁명수비대로부터 군사훈련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병력 규모는 알려져 있지 않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헤즈볼라가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연간 수 억 달러의 돈을 쓰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 운영자금은 자선 기부금으로부터 충당되며, 이란으로부터도 일부 자금이 들어온다. 미국은 1980~90년대 이란이 헤즈볼라에게 매년 약 1억 달러의 재정 지원을 했으나, 헤즈볼라의 다른 수입원들이 생겨나면서 점차 감소해 왔다고 추정한다.
또 미국과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전략과 재정, 군사적인 측면에서 시리아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시리아와 이란은 헤즈볼라에 대해 '도덕적인 지지'를 하고 있다고는 인정하나 무기 공급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헤즈볼라 대변인 후세인 나블시는 "헤즈볼라가 이란으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시리아로부터는 받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점령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로서의 이슬람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략과 점령에 맞서 싸우면서 이란 혁명 수비대에서 파견된 1500명 병력과 이란의 재정적인 후원으로 창설됐고, 1985년 2월 셰이크 이브라힘 알 아민이 헤즈볼라 선언서를 공표하면서 정치조직으로 발전했다.
2003년에 출판된 헤즈볼라의 정치 강령을 보면 "헤즈볼라는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수단'으로 레바논에 '이슬람 정부'를 도입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강령이 제시한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수단'에 주목한다면, '수사적'으로 제시하는 목표인 '이슬람 공화국' 건설이 헤즈볼라의 '현실적' 목표라고 보기는 어렵다. 현실적으로 레바논은 여러 분파의 기독교(기독교인들은 전 레바논 인구의 약 30%를 차지한다)와 이슬람교, 자유주의, 사회주의, 이슬람주의 등의 정치 이념이 공존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이란과 같은 이슬람 공화국이 수립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5년 의회 선거에서는 헤즈볼라-아말-시리아사회민족주의자당(the Syrian Social Nationalist Party)이 연합해 '저항과 발전 블록(The Resistance and Development Bloc)'을 형성함으로써 35석을 획득했다. 시리아 사회 민족주의자들은 기독교인들이 다수다. 이와 같이 이번 선거에서 헤즈볼라는 정치 이념을 달리하는 정당과도 연합전선을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정치 세력과 적극 협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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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에 출판된 헤즈볼라 정치 강령을 보면 '이슬람 공화국'의 건설 동기가 명백히 드러난다.
"레바논 문제의 해결책은 '이슬람 공화국'을 세우는 것이다. 오직 이러한 유형의 통치만이 모든 레바논 시민들을 위한 정의와 평등을 확보할 수 있다. 헤즈볼라는 '서구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투쟁'과 레바논에서의 '제국주의 퇴출'을 중요한 목표로 간주한다. 헤즈볼라는 레바논으로부터 미국과 프랑스의 철수와 이들의 모든 시설들의 철수를 완수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처럼 헤즈볼라가 '이슬람 공화국'이라는 정치적인 목표를 설정한 것은 '레바논 문제 해결'과 '서구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투쟁을 위한 이념적이고, 현실적인 수단이지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은 서구에서 주장하듯 '종교적 동기'로 '이슬람 공화국' 건설을 위해서 폭력 투쟁을 일삼는 근본주의자들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이스라엘과 제국주의 국가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점령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정치적 동기'로 이슬람을 선택한 것이다.
1974년, 19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했을 당시 '기독교 무장단체 팔랑헤'는 이스라엘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으면서 협력했다. 이 때 팔랑헤가 이스라엘과 공모하여 무자비하게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공격함으로써 무슬림들과의 내전에 돌입했던 상황은 헤즈볼라가 왜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과 정치 이념으로 '이슬람'을 강조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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