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청정기술 개발 및 시장창출에 주력해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청정기술 개발 및 시장창출에 주력해야"

미래연의 '지구촌 분석과 전망' <60> 포스트오일시대와 한국 (하)

이 대담은 지난 3월 23일 오후 미래전략연구원에서 정서용 명지대 교수(법학)와 이근 미래연 원장(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간에 이루어진 것이다. 지난 번 좌담에서 참석자들이 한국의 에너지자원 확보 노력 못지않게 에너지절약기술의 개발 및 시장 창출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데 이어, 정서용 교수도 환경문제를 유발하지 않는 청정기술의 개발 및 시장창출에 한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편집자

1. 환경과 에너지문제의 연관성

이근: 지난 주 '포스트오일 시대와 한국 (상)'의 대담에 이은 두 번째 시간입니다. 포스트오일 시대 에너지와 환경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향에 비하여 국내에서는 논의가 부족합니다. 에너지와 환경문제의 연계라는 중요한 국제적 트랜드를 이해하는 논리와 시각에 대해서 먼저 풀어주시기 바랍니다.

정서용: 환경과 연계된 에너지에 대한 학문적 관심은 시대에 따라 변해 왔습니다. 법학만 보더라도, 1990년대 이전에는 에너지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당시 에너지문제라면 미국의 정유회사 엑손 발데스 사건 등을 통해 유류오염유출방지 차원에서 다루어지는 정도였습니다. 기름유출이라는 오염원으로부터 환경을 보호하자는 정도였으며, 최근과 같은 환경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국제환경문제는 1990년대 이후부터 주목받기 시작하였습니다. 1972년 스톡홀롬 회의, UNEP의 창설, 그리고 1992년의 리우회의 이후에야 환경이 전세계를 바꿀 패러다임이라고 인식하게 되면서 전문적인 시각과 지식을 가지고 담론을 형성하려는 노력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 환경문제를 주제로 의제 형성을 하려는 노력의 하나가 기후변화 문제였습니다. 당시 기후변화가 국제적인 문제로 부각되었을 때, 사람들은 문제의 해결에 상당히 자신이 있었습니다. 기후변화 이전에 오존층 파괴가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때 비엔나협약이 만들어지고, 몬트리올 의정서가 성립되면서 CFC 사용을 금지시켰던 바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에 비추어 기후변화, 즉 온실가스 문제도 잘 해결할 수 있는 국제적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는 오존층파괴 문제와는 매우 다른 양상이 벌어지게 됩니다. 첫째, 개발도상국들을 참여시키는 과정에서 생긴 형평성의 문제로, 유해물질 사용을 금지할 경우 개도국에 타격이 크므로 '역사적 책임을 나누어 가져야 한다' (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y)는 주장이 제기된 것입니다. 둘째, 과학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과연 기후변화가 인간활동에 의한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미국과 유럽이 서로 입장을 강화하기 위한 의견대립이었는데, 미국은 과학적인 검증이 부족하다는 의혹을 제기하였고 유럽은 인간에 의한 문제라는 주장이었습니다. 당시 유럽은 1990년을 기점으로 이산화탄소를 5% 저감시키는 것에 별 부담이 없었지만, 미국은 이미 청정기술(Clean Technology)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추가 저감이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셋째, 확실한 대안이 없었습니다. 오존층에 대한 몬트리올 의정서를 만들 때에는 미국이 확실한 대체물질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었지만, 기후변화에는 확실한 대안이 없습니다. 기후변화협약 이후 여러 논의가 있었으나 신통치 않았고,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었지만 미국 내 반발이 커지면서 부시 정권이 탈퇴함으로써 의정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만 커졌습니다.

기후변화협상의 진전은 잘 안되었지만, 논의를 거듭하면서 그 주된 원인은 화석연료라는 점이 알려졌고, 그리하여 에너지 분야에 관심이 쏠리게 되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산업들에 대한 고찰이 시작되었고, 기후변화가 단지 청정기술을 이용해야한다는 차원을 넘어 인류의 에너지원에 변화를 가지고 올 수도 있다는 논의가 제기되었습니다. 또한, 당시 미국이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 노력하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저감 문제가 에너지산업 구조조정 문제로 이어지면서 에너지산업 구조조정이 중요 의제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시적인 문제만 다루던 미국의 전문가들이 점점 미시적인 에너지 이슈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교토체제의 논의 과정에서도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진 거시적이고 규제중심적 접근이 아니라, 미시적이고 시장중심적인 접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연구의 결과로 JI (Joint Implementation: 공동이행제도), CDM (Clean Development Mechanism: 청정개발체제) 등을 도입, 시장메커니즘을 통해 사업기회를 창출하면서 기후변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에너지문제에 대한 사회적 수요증가는 미국 로스쿨(Law School)의 교육 과정에 에너지법 수업의 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결론적으로, 에너지와 환경문제가 동시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처음에 환경문제로 시작하여 최근에 와서 에너지문제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에너지와 환경문제는 연관은 있으나, 사회적 의제 형성에 있어서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는 것입니다.

이근: 환경문제 중 기후변화와 에너지를 연결시켜 설명을 해주셨는데요. 다른 측면에서, 화석연료가 기본적으로 고갈에너지이기 때문에 자원고갈 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데, 환경적 측면에서 고갈에너지가 아닌 재생에너지로 가야 한다는 등의 논의도 있습니다만.

정서용: 법학 분야에서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연구는 아직 활발하지는 않고, 아직 기후변화 문제의 화석연료 대체에너지로 인식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좀 더 발전된 논의는 원자력발전 문제입니다. 원자력이 한참 밀려났다가 최근 다시 매력적인 주제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만, 흥미롭게도 아직 기후변화의 맥락에서 논의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기후변화에서 원자력을 다루려면 환경문제를 원자력이 풀 수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기후변화 협상메커니즘에 개도국의 환경론자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고, 한 번이라도 있을지 모르는 사고를 우려하여 원자력을 논외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와 원자력발전을 연결해 보면, 원자력 이용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저감되면서 국가의 의무부담이 줄어들 수 있고,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를 원자력으로 바꾸어주면서 신뢰구축 및 사업기회 창출 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원자력은 CDM(청정개발체제) 리스트에서 빠져 있습니다.

원자력을 사용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장점이 많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상황이 난감합니다. 원자력을 이미 쓰고 있고 많은 혜택을 보고 있지만, 폐기물을 타국으로 팔 수도 없거니와 좁은 땅에서 한번의 사고가 나면 그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쉽사리 원자력을 대체 에너지로 선택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근: 에너지문제가 환경과 접목되어 다루어지는 한 원자력이 다음 세대의 대체에너지가 되기는 힘들다고 보십니까?

정서용: 사회마다 여건이 다르겠습니다만, 화석연료의 대체에너지가 원자력밖에 없다면 쉽게 결정이 나겠지만, 현재 원자력 이외에도 여러 가지 대체에너지가 같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한 예로 바이오에탄올(옥수수) 사용이 논의되고 있는데, 사실 이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옥수수 밭이 대량 확장될 경우 생태지도가 완전히 바뀌게 되므로, 오히려 환경에 비친화적인 산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원자력이 매우 받아들이기 어려운 특성이 있고 기후변화와 접목되지 못하더라도 대체에너지에서 제외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신뢰한다면, 원자력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 환경적 위험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2. 국제적인 동향과 쟁점: 아시아태평양 청정기술 개발 파트너쉽

이근: 자연스럽게 두 번째 문제로 들어가서, 기술의 중요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존층 문제의 경우에도 CFC를 대체할 HFC를 개발하지 못했다면 쉽게 해결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화석연료 역시 기술적으로 안전이 확보된 원자력 또는 다른 대체에너지가 개발된다면 변화가 생길 듯 한데요, 환경문제를 고려한 에너지 기술의 동향은 어떤지요?

정서용: 청정기술이 등장했습니다. 요즘 에너지 관련사업을 하면서 청정기술을 쓰지 않으면 허가도 나지 않을 것입니다. 기술을 강조하는 경향의 한 예로, 기후변화 협약에서 미국이 빠져 있는데요, 작년에 미국이 6개 나라를 중심으로 새롭게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는 아시아태평양 파트너쉽 (Asia-Pacific Partnership on Clean Development & Climate)이라는 협력체제를 만들었습니다. 참가국은 미국, 호주, 중국, 한국, 일본, 인도입니다. 주도권은 미국과 호주에 있고, 실질적 목표는 중국과 인도입니다. 이 6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합치면 전세계의 50% 정도입니다. 기후변화 협약체계가 성공하려면 이 6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합니다. 아시아태평양 파트너쉽은 또 하나의 기후변화협약이 아니라, 기존 기후변화 체계를 보완하면서 기술 중심으로 시장에 사업기회를 창출해 줌으로써 기후변화 해결에 도움을 주려는 기구입니다. 최근 미국에서 여러 인사들을 만나면서 이와 관련한 인터뷰를 했는데요, 이 메커니즘의 핵심은 중국이나 인도가 발전산업 구조조정(Power Sector Restructuring)을 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미국이나 호주 등 선진국이 제공하는 것입니다. 기술을 제공받아 기술개발비용을 줄이고, 기술을 중심으로 한 다자간 협력체계를 세움으로써 청정기술이 중국과 인도에 전수된다면, 기후변화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파트너쉽이 아직 초기단계라 성공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만약 성공하게 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클 것입니다. 한국은 기후변화협약에도 참여하고 있고 아태 파트너쉽에도 참여하고 있어 좀 애매한 위치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입장에서는 공동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외교통상부가 기후변화를 다룰 때, 거시적 측면의 국제기후변화협약 포럼에서 의제 형성을 하고 실질적인 해결방안은 아태 파트너쉽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공사(KEPCO)는 이미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아태 파트너쉽을 통하여 이 기술로 중국과 인도에 시장을 창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현재 기후변화협약이 효과적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다소 의문입니다. 현재 기후변화협약의 의미는 국제적으로 논의가 지속될 수 있는 공동의 장을 만들어 준다는 데 있다고 봅니다. 어떤 굉장히 확실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는 한 현재의 기후변화협약이 성공하기는 힘듭니다.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에너지분야의 사기업을 위한 시장을 형성해주어야 합니다. 국가는 개별 국가간 투자나 기술 전수에 장애가 되는 요인들, 예를 들어 지적재산권 보호 같은 부분을 보장해주어야 합니다. 지적재산권 보호가 확실하지 않으면 청정기술을 가진 사기업들이 상대 국가에 투자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국제적으로 효율성이 보장된 체제를 수립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에너지분야에서 기술중심적 해결방안이 제시될 수 있고 기후변화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기술중심적 시장창출이 에너지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됩니다.

한국도 청정기술 개발 및 시장 창출에 적극 나서야

이근: 시장창출에 있어서 아태 파트너쉽을 말씀하셨고 지적재산권 보호 논의가 나왔는데요. 지적재산권이 개발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인센티브이지만, 기술을 이전 받는 개도국 입장에서는 지적재산권이 너무 비쌀 경우 기술이전이 잘 안 되는 등 이해 관계가 복잡한 면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정서용: 기술이전은 환경 관련 주요 조약의 '개도국에 대한 지원' 항목에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발자들에게 이윤창출이 안되면 기술은 개발되지를 않습니다. 공공부문보다는 사기업이 기술개발의 주체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기업의 목표는 이윤창출에 있으므로 이윤창출 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기술개발도 기술이전도 없는 것입니다. 기술개발의 핵심은 재정지원이며, 개별 국가나 국제사회가 지원할 수 있겠습니다만 사실상 공공부문에서는 힘들고 국제기구도 예산이 적습니다. 사기업도 공공부문에 지원을 기대하지 않게 되고, 국가에는 기술이전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결국 FDI 등 직접투자를 경로로 기술이전이 이루어집니다. 중국은 이런 측면을 고려하여 투자하는 외국기업에 대한 경영권을 50퍼센트만 보장해 줌으로써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고, 전력산업의 경우 주요 CEO들은 정치적인 주요 의제 형성을 할 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면서 재생산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방안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단지 이상적인 형태의 기술이전은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봅니다.

물론 지적재산권이 너무 비싸게 책정될 경우 기술이전이 안되어 국제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이전이 지연되는 등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거시적 접근과 미시적 접근이 동시에 필요한 것입니다. 미시적 접근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거시적 측면에서 풀어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기후변화협약에서는 개도국들이 일방적으로 기술이전을 요청하고 선진국들은 안 된다고만 하고 있어 해결이 요원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즉 시장이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차원의 기구가 설립될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 초보적 단계인 청정기술체제도 너무 환경문제에만 치중하지 말고, 기술개발과 지적재산권 보호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기술개발을 통해 에너지와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서, 그 시스템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는 또 다른 우리의 과제입니다. 기술중심으로 사업기회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근: 아태 파트너쉽은 미국과 호주가 주도하고 있는데, 유럽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기술시장기반체제를 구축하려는 동향이 있을 것으로 압니다. 유럽의 핀란드나 스웨덴, 독일의 청정기술이 매우 발달되어있고, 기술면으로는 결코 미국에 뒤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결국 기술표준을 둘러싼 싸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정서용: 아태 파트너쉽의 의사결정권을 가진 정책이행위원회(Policy Implementation Committee)의 3차 PIC 회의가 작년 제주도에서 열렸었습니다. 회의 개최 즈음하여 유엔협회 모임에서 네덜란드의 기후변화 및 환경 담당참사관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PIC 회의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미국이 PIC 회의에 대해서 아직 비밀스럽게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럽은 톱다운(Top-down) 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에, 미국이 실천적으로 시장중심적인 아태 파트너쉽을 만들어낸 것과 비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없는 것 같습니다. 유럽은 에너지관련 사기업들이 아주 국제화되어 있어서, 사기업들의 자체적인 움직임은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기술표준을 둘러싼 경쟁이 될 수도 있고, 기술을 공공부문과 연결시켜서 과연 유럽과 미국 중 누가 사기업 중심의 접근방식을 공공부문의 기구설립으로 해결해줄 수 있느냐의 대결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봅니다.

사실 일본도 상당한 기술수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만, 일본은 아태 파트너쉽에서 활동적이지 않습니다. 미국 또한 아태 파트너쉽에 있어서는,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완전한 아이디어가 없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의제 형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3. 한국 에너지외교의 문제점과 전망

이근: 말씀하신 내용 중에서 에너지외교와 관련하여, 일단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경제체제는 전환기로 들어섰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포스트오일 시대를 향한 전환기의 에너지외교를 어떻게 해야할지가 문제인데요. 지금까지 한국의 에너지외교는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이었습니다만, 말씀하신 대로 아태 파트너쉽을 통해 중국이나 인도에 시장 및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여 우리 청정기술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시장창출외교와 에너지안보외교의 접목인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정서용: 제가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그것입니다. 동북아 에너지협력을 보면, 한국, 중국, 일본은 모두 자원수요국으로, 수요만 필요한 국가간의 협력은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에너지외교는 두 가지 측면, 즉 공급을 확보함과 동시에 수요를 창출하는 면도 있어야 합니다. 산유국이 아닌 한국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부분은 말씀드린 것처럼 기술시장 창출입니다. 한국이 지향하는 지식기반사회, 고부가가치사회를 추구하는 정책과도 일치하는 부분입니다. 기술개발이 가능하도록 전략적으로 지원하되, 거시적 접근과 미시적 접근을 함께 해야 합니다. 외교부의 환경협력과의 기후변화 담당부분과 에너지담당과를 통합하여 기후변화에너지과를 따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미시적으로 기구간 협력사업을 하면서 거시적으로는 산자부 등 관련기관에서 지원을 해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산림프로젝트의 경우도 준비가 아주 철저해야 합니다. 재정계획을 비롯하여 지적재산권 문제, 투자계획은 어떻게 할지 등 자세한 계획을 토대로 진행해야 합니다.

이근: 현재 한국의 입장에서는 아시아태평양과 유럽, 두 곳의 전략적 선택지가 있습니다. 한국의 에너지안보외교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한다고 보십니까?

정서용: 아시아태평양 시장이 중요하지만, 유럽을 도외시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의 에너지외교를 보면, 일단 수요측면에서는 동북아 에너지협력에서 아시아 프리미엄을 없애는 데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협력을 하면 됩니다. 가격을 다시 낮추고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에너지와 관련된 대화의 장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기후변화 협약인데, 그곳에서 우리나라에 맞는 의제를 형성하고 진행중인 논의를 분석해야 합니다. 미시적인 부분에 치우쳐 단기적인 시각에 그치지 않고, 전문가들의 장기적인 안목을 토대로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접근하며, 에너지 인지공동체(Epistemic Community)를 형성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와 기업체 등 관련 기관들의 인지공동체를 통하여 가이드라인을 형성해야 합니다.

이근: 전환기 에너지 경제의 동향과 전망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정서용: 환경 문제의 역사를 보면,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합의를 해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여 이행된 적이 거의 없습니다. 국제환경문제에 제대로 협력이 이루어지고 이행된 경우는 실제적인 환경적 충격(Environmental Shock)이 왔을 때입니다. 최초의 국제적 환경회의인 스톡홀롬 회의가 생긴 배경도 아황산가스로 인한 산성비로 북유럽의 산림이 파괴되었을 때였습니다. 실질적인 충격이 왔을 때 협약을 만들고 해결이 된 것입니다. 에너지나 기후변화도 실직적인 충격이 왔을 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기후변화보다는 에너지에서 충격이 올 수도 있다고 보는데, 그런 충격이 왔을 때 신속한 협력과 이행방안이 마련될 것입니다. 충격이 닥치지 않는 한 변화의 트랜드는 천천히 진행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트랜드가 천천히 진행된다 하더라도 전환기에 맞춰서 지속적인 준비를 해야 하는데, 지금 한국은 공급측면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에너지외교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한국은 적극적으로 수요를 창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근: 국제법적인 측면에서 보충하실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정서용: 국제법적인 측면에서 보면, 법학의 기본적인 방법론까지도 관련이 있습니다. 문제해결을 하려고 하면 국제법의 범위가 굉장히 넓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기업 관련법을 포함한 국가간의 법체계를 조화시켜야 하고, 개별 국가의 민간 부문을 규율하는 국제적 차원의 규범까지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경제학, 사회학에서 논의를 하더라도 결국 법학적으로 규정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법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의 법학자들도 문제해결에 관심을 두고 전반적인 이슈를 다룰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합니다.

이근: 지난번 대담과 이번 대담을 통하여 에너지의 트랜드가 어디로 가고 있으며, 한국의 문제점과 대응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상당한 의견의 수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정부 및 국민들의 에너지문제의 의식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정서용: 현장에서 논의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의식수준이 굉장히 둔한데, 그것은 우리나라 사회 전반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국제적 트렌드를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 사회는 자신들의 이익 집단의 이익을 지키는 데 있어서 굉장히 보수적이고 외부적인 충격이 없으면 잘 변하지 않는 사회라고 여겨집니다.

한국 에너지외교의 발전을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이 제대로 된 사실과 비전을 보여줄 수 있다면, 한국 에너지외교의 외연을 넓히는 데 더욱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에너지는 접근 방법도 다양하고 통합적 사고가 필요한 분야이므로, 종합적인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전문가들의 양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근: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다음 시간에는 민경배 교수님(경희사이버대학교)과 윤성이 교수님(경희대학교)을 모시고 'UCC와 한국정치'라는 주제로 대담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