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부토 암살에 따른 동정표를 기대하고 있는 파키스탄인민당(PPP)과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 등 야당들은 총선 연기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총선 일정을 둘러싸고 여야 갈등이 심화될 경우 최근 진정 국면에 들어선 파키스탄 소요사태는 또 다시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파키스탄의 정국이 좀처럼 안정을 되찾기 힘들 것으로 보이자 핵무기를 보유한 파키스탄이 무정부 상태가 되고, 테러 단체들에게 핵무기가 유출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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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반군, 독자적인 연합체 구축
이와 관련해, 알카에다와 탈레반 등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국경 부근에 근거지를 둔 이슬람 반군세력이 일정한 영토를 갖춘 단일한 부족연합체를 갖춰가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탈레반에 관한 심층 보도로 정평을 얻고 있는 <아시아타임스> 파키스탄 지국장 시에드 살렘 샤자드는 1일 '알카에다가 파키스탄의 심장부를 노리고 있다'는 기사(원문보기)를 통해 "알카에다의 이념 아래에서 양성된 파키스탄 탈레반이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 대항하는 '이슬람 연합체'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미 파키스탄 북서부 국경의 와지리스탄 주에서는 최근 연합체 탄생이 선언됐다"고 덧붙였다.(☞관련 기사: "탈레반-알카에다 연합전선 구축")
와지리스탄 남부 출신으로 이 지역 이슬람 연합체의 수장인 바이툴라 메수드는 이번 총선을 거부할 것을 선언했다. 메수드는 파키스탄 정부가 부토 전 총리 암살의 배후로 지목한 인물이기도 하다. 파키스탄 정부에 따르면 부토 암살은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반군의 소행이며 메수드가 그 우두머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메수드 측은 "우리는 이번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 파키스탄 정부와 군, 그리고 정보기관이 공모한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샤자드 국장은 "고위 성직자들의 압력을 받아 메수드는 총선 거부 선언을 철회하기는 했지만, 파키스탄 정치체제를 폐기시키려는 연합체의 이념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이데올로그들이 있는 한 이런 철회는 가식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샤자드에 따르면, 2003년 이전만 해도 와지리스탄 주에 있는 부족 지역에 근거지를 둔 알카에다는 파키스탄의 이슬람 군부가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고 있는 외국 군대를 전투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 움직였다.
알카에다-탈레반, "파키스탄을 전략적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셰이크 에사 같은 이데올로그가 파키스탄을 탈레반(그리고 알카에다)의 전략적 대상으로 삼지 않는 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이론을 확산시켰다.
이에 따라 그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같은 무슬림은 가급적 해치지 않는다는 전통의 율법을 깨고 '성전'에 참여하지 않는 모든 무슬림은 이단자로 간주하는 이슬람 전사들이 대거 양성되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에사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표적이 되어왔다. <아시아타임스>에 따르면, 부토 전 총리가 암살된 바로 다음날(지난달 28일) CIA는 무인정찰기 '프레데터'를 에사가 거주하고 있는 와지리스탄 북부의 은거지에 급파해 폭격을 가했다. 에사는 이 폭격으로 간신히 생명은 건졌으나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샤자드는 "이번 공격이 부토의 사망을 기뻐하던 이슬람 반군에 찬물을 끼얹는 타격을 주었고,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은신처를 찾아 도주하게 만들었다"면서도 "하지만 이들이 더 많은 공격을 하겠다는 의도는 여전히 강고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부토 전 총리가 어떻게 살해됐는가에 대해 파키스탄 정부가 어설픈 해명을 했다가 정치적 분열을 더욱 자극하는 실책을 저질렀다.
파키스탄 정부는 당초 부토 전 총리의 사망원인을 총격이나 자살폭탄 테러가 아니라 폭발의 충격으로 타고 있던 자동차 내부에 부딪힌 충격이라고 발표했었다.
이러한 내무부 대변인의 발표에 대해 니와즈 내무장관은 "부토 전 총리가 자동차 선루프에 부딪혀 사망했다는 내무부 대변인의 발언은 실수였다"면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정부의 이러한 입장 변화는 괴한이 권총으로 부토 전 총리를 겨냥하고 있는 장면이 파키스탄 민영 TV에 공개되는 등 권총 피격으로 인한 사망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의혹이 커져 왔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 <채널4> TV는 부토 전 총리의 암살 순간을 포착한 새로운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부토 전 총리가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화답하기 위해 차량의 선루프 바깥으로 몸을 내밀고 있고,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부토 전 총리를 향해 권총을 발사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부토 전 총리 남편 "무샤라프보다 영향력이 큰 세력이 부토 살해"
또한 부토 전 총리 암살 배후 세력에 대한 논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부토 전 총리의 남편 자르다리는 "무샤라프 대통령보다 영향력이 큰 세력이 부토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토 암살의 배후로 파키스탄 정부가 알카에다를 지목한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총선이 (아내 암살의) 한 원인으로 그들은 아내가 권력을 얻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들은 늘 10가지 이유를 대고 10명을 비난하다가 결국 한 명을 처벌한다"며 "내 생각에는 닭들이 곧 알을 낳을 것이고 우리는 이들을 알카에다라고 비난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알카에다를 가장 유력한 테러 용의자로 내세우는 실체가 따로 있다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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