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출생신고를 의무화함에 따라 혼외 출산신고 기록을 우려한 미혼모들이 아이를 유기한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 수가 늘어난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편집자 - 베이비박스란 지난 2009년 서울 관악 주사랑공동체교회가 불가피하게 키울 수 없는 아이를 놓아두고 갈 수 있도록 교회 건물 앞에 설치한 아기 상자다.)
그러나 현행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미혼모가 아이를 출산한 기록은 가족관계등록부에 전혀 남지 않는다. 이는 아이를 입양 보내기 전 친생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만, 일주일 동안의 입양 숙려기간을 거친 뒤 아이가 입양되고 나면 친생부모와 아이의 가족관계증명서에 있던 부모자 관계 기록이 삭제되기 때문이다. 사실 일주일이란 입양 숙려기간은 매우 짧은 편이다.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은 입양 숙려기간을 최소 30일로 권고하고 있다.
만약 입양인이 친생부모를 찾고 싶어 할 경우엔 친생부모 정보를 공개해달란 요청을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나처럼 친가족을 찾고 싶지만 출생신고기록이 없어 6년 동안 가족을 찾지 못하는 입양인의 수를 줄이기 위함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언론은 베이비박스를 거의 광고하듯 보도하고 있다. 사실 베이비박스는 불법이다. 따라서 언론은 베이비박스를 홍보하듯 계속 보도해선 안 된다. 언론은 미혼모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책임 있게 보도해야 한다. 예를 들면 입양특례법, 미혼모 시설, 각종 상담 등이다.
준비하지 않은 임신은 여성에게는 결혼 여부와 무관하게 충격적인 일이다. 충격 상태에서 베이비박스 보도를 먼저 접하게 되면, 아동 유기와 입양은 자연히 증가한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가 늘고 있는 건 언론 잘못이다.
게다가 개정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지난해 8월 이후 영아 유기가 증가했다는 통계는 아직 없다. 따라서 섣불리 입양특례법 재개정을 논하기 전에, 최소한 전국적인 영아 유기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베이비박스라는 하나의 사례만으로 미혼모 영아 유기가 늘었다는 논리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부른다.
| ▲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사랑공동체의집에 설치된 베이비박스가 '유아 보호'와 '유기'의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벽을 뚫어서 공간을 만들고 앞뒤로 여닫이 문을 단 형태인 베이비박스는 집 밖에서 손잡이를 당겨 문을 열고 아기를 안에 넣어두면 집안에서 벨소리를 듣고는 아기를 데려올 수 있게끔 설계된 박스로 옆에는 '불가피하게 아이를 돌보지 못할 처지에 있는 미혼모의 아기와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를 버리지 말고 여기에 넣어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
혹자는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후 입양 의뢰 건수가 크게 줄었고 입양 건수도 줄었다는 점을 들어 해당 법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편집자 - 예컨대 홀트아동복지회는 개정 입양특례법 시행 전인 지난해 7월까지는 기관으로 들어온 아동입양 의뢰가 한 달 평균 60여 명에 이르다, 8월 이후 평균 30여 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주장은, 입양 의뢰 건수가 줄어든 이유는 미혼모가 아이를 불법으로 입양하거나 유기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으로 이어진다. 그러면서 24세 이하 미혼모에게는 예외적으로 입양 숙려기간(7일) 제도를 적용하지 않고, 입양기관이 출생신고를 대신할 수 있도록 입양특례법을 재개정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말 입양 의뢰 건수가 줄어든 게 개정 입양특례법 때문일까. 의뢰 건수가 감소하는 원인은 입양이 아닌 양육을 선택하는 미혼모가 늘고 있어서일 수도 있다. 어느 쪽도 이유가 될 수 있으므로, 의뢰 건수 감소 이유를 확인하기 위한 치밀한 실태조사가 먼저 필요하다.
아울러 24세 이하 미혼모라고 해서 입양 숙려기간 제도를 예외 적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낳은 아이를 양육할 것인지 또는 입양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일은 아이를 낳은 여성에겐 일생일대의 고민이다. 사실 일주일도 국제 권고 기준에 비하면 짧다. 그런데 이 일주일마저 없애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외려 엄마의 나이가 어릴수록 제대로 된 상담과 진지한 고민을 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장애아동은 현실적으로 국내 입양이 잘 안되기 때문에 국내외 입양이 함께 추진될 수 있도록 개정 입양특례법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본래 장애아동을 잘 입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외 입양을 쉽게 하는 법을 만들자는 생각이 바람직할까. 이런 주장은 장애가 있는 아이를 차별하는 그릇된 아동 인권 침해 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애초에 포기한 생각이다.
한편, 개정 입양특례법이 아동의 권리와 복지를 증진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면서 "그 어떤 가치나 주장보다 아동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아동 최우선의 가치를 지키며 아동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다름 아닌 개정 입양특례법이다. 개정 입양특례법이 영아 유기문제를 만들었다고 호도해선 안 된다. 영아 유기라는 뿌리 깊은 사회 문제는 단 몇 개월 만에 완전히 사라질 수 없는 일이다.
개정 입양특례법을 재개정하잔 주장은 결국 지난달 20일 민주통합당 백재현 의원의 일명 '코제트 입양법' 대표 발의로 이어졌다. 여기서 '코제트'란 단어는 입양인이 듣기엔 굉장히 불쾌한 표현이다. 일단 우리 삶이 인기 영화에 비유된다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
게다가 이 개정안이 기존 법안 중 어떤 대목을 바꾸려고 하는지도 부정확하다. 영화 <레미제라블>에 등장하는 코제트의 엄마도 아이를 자신이 키우고 싶어 했지만, 미혼모를 향한 편견 때문에 직장에서 해고됐고 경제난에 시달리다 아이를 다른 집에 맡겼다. 백 의원이 발의한 법을 '코제트법'이라고 명명하는 것은, 코제트의 엄마가 아이를 다른 집에 맡길 수밖에 없었던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도 미혼모를 향한 사회적 편견이 강하고, 정부와 노동시장은 홀부모 자녀가 탈 없이 성장할 수 있게끔 하는 지원과 취업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미혼모는 아이 양육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예컨대 정부는 현재 아동보호시설에 있는 아이에겐 한 명 당 월 105만 원 이상을 지원한다. 정부가 이 지원금 전부는 아니더라도 절반이라도 친생부모에게 지원해준다면 양육을 선택하는 친생부모는 훨씬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편견, 경제적 어려움 등의 문제가 해결됐는데도 아이가 계속 유기된다면 그때는 까다로운 입양 절차를 탓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내버려둔 채, 까다로운 입양 절차만을 문제 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이런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는 없다. 다양한 정부 방책이 필요하다. 개정 입양특례법을 과거로 되돌리는 것만이 해결책이 아니다. 그리고 친생부모가 아이를 입양 보내더라도 아동 권리가 최소한 국제사회기준에 맞게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는 보편적 출생등록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출생 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 이는 친모를 비롯해 누구도 빼앗아서는 안 되는 기본 인권이다. 기본 인권은 친모를 비롯해 누구도 빼앗아서는 안 된다. 지난 60년 동안 해외 입양인 20만 명 중 상당수가 나처럼 출생 정보가 조작되거나 위조됐다. 그 결과 입양인이 친가족을 찾는 성공률은 단 2.7퍼센트에 불과했다. 이는 분명한 인권 침해다.
이런 인권 침해를 계속 반복할 것이냐 아니면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할 것인가. 한국 사회는 이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아동을 위하는 최선의 길로 입양특례법을 재개정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나와 같은 성인 입양인들의 목소리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닌가.
| 필자 소개 : 섀넌 하이트(Shannon Heit) 샤논은 네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됐고, 한국에 온 지는 6년째다. 현재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 석사 과정에 있다. 또 한국미혼모가족협회에서 2년 반째 자원 활동가로 해외 입양인들을 위한 연대 활동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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