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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수주의자들의 비밀무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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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수주의자들의 비밀무기는?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8> 미국은 어떻게 보수화 되었나 ⑤

우리가 6.2지방선거 기간 동안 체험한 바이지만 반공(反共)과 같은 투쟁적 이념을 표방하는 보수 우익은 적대 세력을 공격하는데 있어서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절차와 방법을 중시하는 민주주의 원칙에 배치되는 사고다. 반공 세력과 기독교 우익이 연합한 미국의 보수 우익이 리버럴(진보)울 공략하는데 있어서도 유사한 패턴을 엿볼 수 있다.

보수 우익의 기본 입장은 미국 사회가 전통적으로 보수 사회인데 리버럴이 미디어를 지배하여 분수에 맞지 않게 사회여론을 조종하고 있으니 이러한 불균형은 시정돼야 한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이들은 리버럴의 미디어의 지위가 너무 확고하다고 믿고 정면으로 공격하는 것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들은 "레이더에 걸리지 않게" 주류 미디어를 우회해서 보수 이념을 확산하고 보수 세력을 신장하려 한다.

이러한 목적으로 보수우익이 이용한 대안 미디어가 직접메일(direct mail)과 토크 라디오(talk radio) 케이블 뉴스 텔레비전(cable news tv)과 인터넷이다. 보수 세력은 주류 리버럴 미디어를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자신들이 사용하는 미디어를 뉴 미디어 또는 대안 미디어라고 부른다. 그리고 보수 우익의 권력 장악이라는 장기 목표가 세워져 있는 만큼 언론윤리나 보도의 객관성과 공정성은 중시하지 않는다. 보수 언론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이다.

보수 우파의 "비밀무기" 직접메일(DM)

<미국의 우향우> 저자인 '직접 메일의 대부' 비게리는 책을 낼 때까지 25년 동안 계속 직접 메일을 보내왔다. 그는 '직접 메일'이 없었으면 우리가 아는 보수운동은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토크 라디오, 케이블 뉴스 TV, 인터넷이 보수운동을 확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들 뉴 미디어는 나중에 참가한 후참자에 불과하다. 이들은 레이건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미국 의회의 판도를 바꿔 놓은 1980년 이후에 출현한 미디어였다. 보수운동을 키우고 보수 세력이 정권을 잡게 만든 것은 직접메일이었다. 한 마디로 직접메일은 오늘의 보수운동이 있게 만들어 준 "비밀무기"였다는 것이다. 비게리는 토크 라디오와 케이블 뉴스 TV 인터넷이 출현하기 이전의 직접메일은 보수에게는 "TV, 라디오, 신문, 잡지를 통합한 우리의 매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 직접메일은 리버럴 미디어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으면서 어떻게 보수세력이 집권하게 작용했는가. 보수운동이 작동하기 전에는 3대 지상파 방송 네트워크와 <뉴욕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등 주류 미디어가 무엇이 뉴스이고 무엇이 뉴스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게이트키퍼(gatekeeper)였다는 것이 보수의 생각이다. 그러므로 보수에게 유리한 뉴스나 보수의 의견은 이 게이트키퍼의 심사를 통과하기가 어려웠으며 이 장벽을 우회해서 보수주의의 주장과 이익을 알리는 역할을 한 것, 리버럴 뉴스 미디어의 여과를 거치지 않고 국민에게 직접 보수의 의견을 전달해 줄 수 있었던 것이 직접메일이었다는 것이다.

DM은 메일의 반응을 통해서 미국 3억 인구 중에서 누가 보수주의자인지 찾아내는데 도움을 주었다. 이렇게 발견된 보수주의자들에게 다음 주 다음 달 어떤 투쟁을 해야 하는지를 알리는 최선의 수단이 DM이었다. 보수주의자들에게 보수 후보가 어디서 출마했고 그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알리는 비밀통로이기도 했다. 속으로는 보수주의자이면서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보이지 않는 보수주의자들에게 보수주의의 장점을 강조해 해주는 역할도 했다. 이렇게 해서 보수주의자 명단이 늘어나고 전국적인 보수주의자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이들이 보내는 정치헌금은 보수주의 운동에 큰 도움이 되고 보수주의 조직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레이건이 대통령에 당선되는데 사용한 선거자금의 75%가 직접메일을 통해 모은 것이었다. 정치광고와 지지자 확대 및 모금의 1거3득의 효과를 가져다 준 셈이다. 무엇보다도 직접메일은 겉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리버럴 미디어에 잡히지 않아 진보 쪽에서는 보수가 무엇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보수가 직접메일을 진보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비밀무기" 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리버럴이 이러한 "비밀"을 알았을 때는 이미 때가 늦은 다음이었다. 보수가 직접메일이 미국에 보이지 않는 정치혁명을 가져왔다고 자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평등 시간의 원칙' 사라지고 토크라디오 '독설' 살아나

직접메일이 초기에 보수 운동을 육성·확산하고 보수가 정권을 잡는데 크게 기여한 미디어인 것은 사실일지 모르나 DM은 뉴스 매체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보수의 성장을 촉진한 미디어는 단연 토크라디오(토크쇼)와 케이블뉴스 TV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종전의 라디오가 방송국에서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방송이이라면 토크라디오는 방송 진행자가 전화로 청취자와 대화하는 쌍방형 라디오라고 볼 수 있다. 자연히 프로그램 진행자의 역할이 커진다. 진행자에 따라 프로그램의 성패가 좌우된다. 진행자가 튀는 말을 많이 하면 단연 화제의 인물이 되고 시청율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진행자에게 막 말을 할 자유까지 허용한다면 방송의 품위를 떨어트리고 명예훼손 관련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 뻔하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미국에서는 1949년부터 공정성원리(Fairness Doctrine)라는 것을 도입하고 이 원리에 따라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방송의 탈선을 견제할 권한을 부여했다. 방송이 제3자에게 불공정한, 불이익을 주는 내용을 내보냈을 경우 피해 당사자에게 "평등 시간(equal time)의 원칙"에 따라 같은 시간의 해명 기회를 주어여 한다는 원칙이다. 신문의 반론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공적으로 중요한 문제 보도에 그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했다.

그런데 '보수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레이건정부는 공정성원리를 사회주의가 자유주의(liberalism)로 위장해 활동하던 전성기에 도입된 원리라며 언론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입법을 금지한 수정 헌법 제1조에 위반된다는 명분 아래 1987년 FCC의 공정성원리를 폐지해버렸다. 민주당 집권 시기를 사회주의의 전성기로 보는 레이건 정부의 시각도 문제지만 언론자유 원칙을 내세워 공정성 원리를 폐지한 것은 언론윤리를 뿌리부터 부인하는 것이었다. 아무튼 공정성 원리의 폐지는 미국의 방송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혁명'을 가져왔다. 이제 방송에 관한한 토크쇼 진행자는 무슨 소리를 하던 '평등 시간의 원칙'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다. 항상 보도의 공정성에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에 불편하기는 했지만 보수와 진보의 갈등 대립을 어느 수준에 묶어놓을 수 있었던 견제장치가 없어져버렸다. 그래서 민주당 하원에서 이 원칙을 다시 부활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레이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공정성 원리는 끝내 부활하지 못했다.

미디어 분야에서 약세에 있다고 느끼기고 있던 보수 우익은 새 여건을 보수 세력 확장에 최대한 이용했다. 당장 1000여 개의 라디오 방송이 그 형식을 토크쇼로 전환했다. 토크쇼 시대의 봇물이 터졌다. 토크라디오는 대부분이 보수의 소유였다. 보수 세력과 토크라디오는 공공연히 서로 '우의'를 과시했다. 공화당 보수의 기수로 하원의장에 당선된 뉴트 깅그리치와 토크쇼의 왕 러시 림보의 우정은 특히 뜨거웠다. 토크 라디오는 공화당이 민주당의 정책을 공격하는 장갑차 역할을 했다. 초선 의원들은 림보를 하원 명예위원으로 추대했다. 해리스 여론조사에 의하면 공화당원 5%가 림보를 공화당 대통령후보로 추천했다. 클린턴 행정부가 공화당과 토크라디오의 양면 협공에 몰린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클린턴 대통령 부부가 정열을 쏟은 의료보험 개혁안이 러시 림보(Rush Limbaugh)의 독설에 희생됐다는 것도 역사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기독교우익과 보수 세력의 결속 '단일 이슈' 전략

보수에 더욱 힘을 실어 준 것은 기독교 우익 방송이었다. 1973년 대법원이 낙태를 합법화하는 판결(Roe v. Wade)이 기독교 보수를 정치보수 진영으로 밀어 넣는 계기가 됐다. 미국에서 가장 큰 종교방송인 살렘 라디오(Salem Radio) 네트워크는 1500 개의 라디오 방송을 운영하고 있다. 기독교 우익은 케이블TV도 운영했다. 이 들이 보수 방송으로 전환할 때 그 영향은 어떠하리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기독교 우익은 학교 내 기도 문제에 있어서도 보수와 손을 잡았다. 기독교 우익이 모든 문제에서 정치적 보수와 의견을 같이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하나의 문제로 진보와 대립하고 보수와 생각을 같이 하게 될 때 다른 문제에 관해서도 기독교 우익이 보수와 공동 보조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보수는 바로 그런 심리를 기독교 우익을 다루는데 이용했다. 이른바 '단일 이슈' 전략이었다. 그래서 종교적 쟁점이 제기될 때 보수 우익은 기독교 보수 교인들에게 그들을 지지한다는 직접메일을 보내 이들과의 행동통일을 유인하고 과시했다.

케이블 뉴스텔레비전도 토크라디오의 유형을 따라 텔레비전 토크쇼로 시청률을 높이고 보수 세력 확장에 이용했다. 토크쇼의 진행자는 라디오건 TV건 대부분 언론인이 아니다. 그런데도 시청자들은 이들이 시사문제를 다룰 때 언론인으로 착각하고 이들이 하는 말을 권위있는 언론인의 논평처럼 믿는다. 보수가 토크쇼에서 노리는 것이 바로 이런 '착각효과'이다. 또 토크쇼는 시청자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진행자들이 말을 재미있게 한다. 그러므로 방송의 질은 떨어지는데도 시청률은 지상파 방송이나 종편 TV를 능가한다. 특히 선거운동 뉴스의 경우 케이블 뉴스는 2000년 35%이었던 시청률이 2004년에는 38%로 올랐다. 반면 지상파는 2000년 45%이던 것이 2004년에는 35%로 10% 이상 줄었다. 18-29세 세대의 경우 케이블 시청이 37%인데 비해서 지상파는 23%로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러한 추세는 시간이 갈수록 더 심화될 전망이다. 보수 후보가 선거에서 유리해진 배경이다.

'새 보수기자'와 보수 칼럼니스트를 양성하라

보수가 뉴미디어, 대안 미디어를 통해 리버럴 미디어를 우회해서 보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우회작전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아직도 리버럴 미디어 기자의 질이 보수 미디어보다 훨씬 더 우수하기 때문이다. 보수가 토크 라디오나 케이블 뉴스를 통해 여론을 보수화하는데 성공한 것을 자랑하지만 언론의 질에 있어서는 아직도 주류 리버럴 미디어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보수가 이 점을 인정하고 질 높은 보수 언론인을 양성하겠다고 하면 권장할 일이다. 그러나 보수주의를 확산하려는 정치적 이념적 목적으로 언론인을 양성하고 칼럼니스트를 양산 보급(?)한다면 이런 행동은 언론인의 자유와 독립을 제한하고 언론인을 조직의 도구로 사용하는 비 민주적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향하는 이념만 다를 뿐 공산주의 체제의 언론인 양성과 다를 게 없어진다.

미국의 보수가 대안 미디어를 활용해서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은 리버럴(진보)도 사실로 인정한다. 그러나 언론을 지나치게 정치 목적의 도구로 간주하는 왜곡된 언론관 때문에 보수의 언론정책은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 효과도 이제 한계를 드러냈다고 보는 관측이 있다. 2008년 선거에서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하 양원을 모두 민주당에 넘겨준 사실 자체가 보수의 미디어 전략이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우향우>의 저자들도 이미 2004년 인터넷의 정치적 이용 면에서 리버럴이 보수 보다 앞서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다음에는 다년간 보수 싱크탱크에서 보수의 미디어 전략에 직접 관여했다가 리버럴로 전향한 후 미국 보수가 추진해 온 미디어 전략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부패시키고 있는지 폭로한 데이비드 브록의 고발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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