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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G20 회의장 마이크 점검하면 국격 올라가나요?

[시론] 동포 배고픔 외면하는 '원조공여국' 아무도 존경 못해

온 나라가 G20 정상회의 준비로 분주하다. 대통령이 직접 행사장을 방문해 꼼꼼히 챙기는가 하면 경찰은 갑호비상경계령을 발동했다. 공항 검색대 통과시간이 배로 늘고 차량은 2부제를 시행한다고 한다. 행사장 주변에는 사람과 차량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고 심지어 백화점과 영화관도 휴관 예정이다. 세계 20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큰 행사인 만큼 손님맞이에 열과 성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G20 정상회의 준비과정에 그늘도 존재한다. 경찰력이 대거 동원되어 경비에 나서면서 민생치안에 구멍이 나기도 한다. 지나친 통제와 과도한 제한으로 생업에 종사하는 시민들의 불편도 야기된다. 손님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걸 넘어 비굴한 자세까지를 강요하는 듯한 분위기도 걱정이다. G20 정상회의를 선진국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 재편이라며 반대하는 시민단체 인사들의 입국이 거부되기도 한다. 한 대학에서 주최하려던 대안적 세계질서 관련 국제학술회의가 장소 불허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시위 및 테러 방지라는 명목으로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상위의 가치가 제한받고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우리는 이미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치루면서 국가주도의 과도한 행사준비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야기했는지 잘 기억하고 있다. 군사정권의 빈약한 대내적 정당성을 만회하려는 서울올림픽 준비 과정은 당시 서울시내에 달동네 재개발과 노점상 단속으로 도시빈민들의 생존권적 저항을 결과했다. 심지어 보신탕 가게를 사대문 밖으로 내모는 희한한 전시행정도 선보였다. 이번 G20은 그러한 전근대적 행태를 보이지 않길 기대한다.

G20 정상회의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고 중진국에서 세계 중심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세계질서를 이끄는 주요 20개국의 정상이 한 자리에 모여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을 논의하고 그 자리에서 의장국 대한민국이 중요한 해결사 역할을 한다면 분명 우리의 국격과 역량은 증대될 것이다.

그러나 1박 2일의 정상회의를 준비하고 개최하는 의장국이라고 해서 하루아침에 국격이 증대되고 세계가 우리를 존경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국격은 요란스럽고 떠들썩한 정상회의를 개최한다고 해서 올라가는 게 아니다. 회담 개최라는 이벤트 행사가 아니라 오히려 일관되게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꾸준히 인권과 민주주의를 신장시키며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를 아우르는 정당한 경제력 확보를 통해 국격은 높아진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6일 청와대 참모들과 함께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서울 코엑스를 찾아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청와대

지금 대한민국은 과연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향상시키며 공평한 세계경제에 공헌했는가? 이명박 정부하의 한반도 정세는 전혀 그 방향과는 다른 길로 가고 있음을 본다. 22년 전 서울올림픽 당시 군사정권은 북한의 도발과 테러를 막는 것이 제일의 목표였다. 실제로 1987년엔 KAL 858기 격추사건이 나기도 했다. 남과 북이 긴장과 대치 속에 소모적인 대결을 벌인 탓에 서울 올림픽은 북한의 위협을 경계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명박 정부 하에서도 남북관계는 최악의 대결과 긴장 국면을 계속하고 있다. 서울올림픽 이후 22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테러 위협을 거론하는 처지이다.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민족화해의 진전으로 화해협력의 남북관계를 거쳐 왔지만 G20을 맞는 지금의 남북관계는 수 십년전의 시계방향으로 되돌려진 것이다.

G20으로 국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단 경제적 성공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의 협력조차 이끌지 못한다면 화려한 G20 회담 개최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국제적 존경과 신뢰를 얻기에 부족하다. 동포와 적대하고 최악의 남북관계를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한반도 평화는 이미 실종된 지 오래다. 6자회담 재개는 이미 이명박 정부에겐 관심조차 없는 사안이 되었고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역시 흥미를 잃은 상태다. 지금의 이명박 정부는 북의 테러 위협을 공공연히 걱정해야 하는 남북관계가 되버리고 말았다.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협력의 남북관계가 망실된 상황은 결국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마저도 위협하게 된다. 천안함 이후 북중 대 한미의 대결 구도는 마치 신냉전 시대를 방불케 하는 정도였다. 중일간 영토분쟁은 격화되었고 미중간 환율 기싸움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에 올인하면서 지금 한중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한국은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를 주창하면서 미중간, 중일간 협력관계를 견인해내는 '평화촉진자'를 자임했었다. 남북의 평화는 물론 동북아 평화도 지켜내지 못하는 이명박 정부가 되고 만 것이다.

같이 살아야 할 동포에게 인도적 식량지원마저 끝까지 거부하고 북이 내민 대화의 손을 매정하게 뿌리치는 이명박 정부로서는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개선시킬 의지와 관심조차 없다. 동포의 식량난을 외면하며 공적개발원조(ODA) 공여국가가 되었다고 자랑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촛불 이후 정부비판에 재갈을 물리고 각종 통제장치를 통해 언론을 길들이며 정부정책과 다른 목소리는 서슴없이 법적 조치를 가하는 이명박 정부가 인권과 민주주의를 진전시켰다고 보기는 힘들다. 민간인 사찰을 위해 국가기관이 대포폰을 남용하고 본회의 개회 중에 국회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정치검찰의 기세 등등함은 어느 모로 봐도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쥐 관련 그림이나 동영상만 봐도 과잉반응하는 모습도 보기 흉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자화자찬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이 주도하는 불균형적인 경제해법에 손을 들어주고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적 평가가 제기된다. 미국이 저질러놓은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의 뒤처리를 대한민국이 감당하고 있다는 혹평이 쏟아지기도 한다.

G20 정상회의가 잘되기를 바라지만 그것만으로 대한민국이, 이명박 정부가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지나치다. 남북관계가 완전 망실되고 한반도 평화가 위협받고 동북아 협력이 흔들리는 작금의 정세에서 G20 정상회의는 외화내빈의 속빈 강정의 잔치가 될 지도 모른다.

1박 2일의 20개국 정상 회의가 대한민국을 하루아침에 지금과 전혀 다른 선진국으로 바꿔놓을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는 지금의 암울한 한반도 정세를 모르고 한 소리거나 애써 무시하고 하는 소리일 뿐이다. 지금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회의장 대기실 소파 높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회의실 마이크 소음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화해롭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이끌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일이다. 왠지 이번 주에는 코엑스 근처를 가고 싶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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