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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란' 태운 불길, 아프간 전역으로 옮겨붙나…미군 2명 추가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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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란' 태운 불길, 아프간 전역으로 옮겨붙나…미군 2명 추가 사망

탈레반 "우리가 죽였다"…나토, 아프간 정부 파견 관리들 전원 철수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NATO)의 아프가니스탄 국제안보지원군(ISAF)이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 등을 소각한데 따라 빚어진 반미 시위의 불길이 거세다. 아프간 정부의 고문 역할을 하던 미군 장교 2명이 25일(현지시간) 정부 청사 내에서 총격을 받고 숨지는 등 유혈사태 규모도 커지고 있다. 시위 사태로 숨진 나토 소속 군인은 4명으로 늘었다.

이날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내무부 청사에서 근무하던 미군 장교 2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피살자들은 ISAF의 훈련 교관으로 일하던 미군 대령 1명, 소령 1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토는 사망 사실은 확인했으나 사망자들의 국적 등은 밝히지 않은 채 'ISAF 소속 장교'라고만 언급했다.

아프간 내무부는 사건 발생 몇 시간 후 탈레반이 이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스스로 주장했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인터넷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서도 이번 사건은 코란 소각에 대한 보복의 의미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탈레반은 앞서 23일에는 "아프간 정부군들은 자신들의 종교적, 국가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자국 국민 대신 외국의 이도교 침공자들에게 총부리를 돌려 이슬람과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과거의 죄를 뉘우치라"라고 요구했었다.

이날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자비울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총격을 가한 남자가 압둘 라흐만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이며 아프간 내무부 내의 탈레반 동조자가 사건 장소로의 접근을 도왔다고 주장했다.

아프간 내무부는 압둘 사부르(25)를 주요 용의자로 단정하고 그를 검거하기 위한 수사에 돌입했다고 <BBC> 방송이 전했다. 사부르는 아프간 경찰관으로 내무부에서 보안 관련 업무에 종사해 왔다. 사부르는 공격 직후 내무부 청사에서 도주했으며, 이날 밤 파르완주 북동부에 위치한 그의 가족들이 사는 집을 경찰이 급습했지만 사부르는 잡지 못하고 그의 친척들을 체포했다고 내무부는 설명했다.

나토는 사건 직후 고문관들을 포함해 아프간 정부와 협력하며 일하던 수백 명의 민간 및 군 관리들을 정부청사에서 철수시켰다. 존 앨런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우리 군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백한 이유로 카불 시내 또는 인근의 정부 청사에서 일하는 모든 ISAF 직원들에게 즉각 철수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알자지라>는 철수 조치에 대해 "나토 고문관들이 아프간 어디에 있어도 안전하지 않음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라고 논평했다. 영국 외무부도 이날 현지 정부기관에서 일하던 모든 정부 관리 및 민간 고문들을 임시로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철수 조치로 인해 나토와 아프간 정부 간의 협력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우려된다. <BBC>는 기술적 지원과 정보 공유, 안보 유지를 위한 작전 등이 '마비'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양 측의 공조가 역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에 대해 보안기구 등 나토와 긴밀히 협력해 온 아프간 정부 기관들 사이에서도 코란 소각 사건에 대한 분노가 퍼져 있음을 암시한다고 전했다. 신문은 나토가 현지의 서방 관리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사건을 '그린 온 블루'(green on blue)라는 암호명을 사용해 묘사했다면서, 이 용어는 아프간 보안군이 서방에 총구를 거꾸로 돌린 사태를 의미하는 군사용어라고 설명했다.

▲25일(현지시간) 총격사건이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내무부 청사로 향하는 미군 장갑차량의 모습. ⓒ로이터=뉴시스

이번 사건은 격렬한 반미 시위가 5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나왔다. 25일에도 최소 4명의 시위대가 사망했고 34명이 부상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현지 병원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고, <뉴욕타임스>는 사망자 수를 6명이라고 보도했다.

사망자 중 3명은 쿤두즈 지방의 유엔(UN) 건물 밖에서 시위를 벌이다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위에서는 또한 30명 이상이 부상했다. 쿤두즈 지방 경찰관인 사르웨 후세이니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시위는 당초 평화적이었으나 일부 시위대가 돌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폭력사태로 번졌다면서 경찰이 이를 해산시키기 위해 총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앞서 23일 미군 병사 2명과 아프간 시위대 2명이 숨진 낭가하르 지방 등 아프간 전역에서도 시위가 이어졌다. 당초 7명으로 알려졌던 23일의 사망자 수가 11명으로 늘어난 것을 포함해, 현재까지 닷새 동안 나토 소속 군인과 아프간인 시위대를 합쳐 최소 3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사과도,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자제 당부도 먹히지 않는 형국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보낸 비공개 서한에서 공식 사과 입장을 밝힌데 이어 이날도 앨런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사태를 논의했다.

<뉴욕타임스>는 앞서 일어난 아프간 군인의 프랑스군 살해사건과 미 해병대원들의 아프간인 시신 방뇨 사건으로 악화된 나토-아프간 간의 관계가 이번 코란 소각사건으로 인해 "새로운 수준"으로 접어들었다며 특히 미국과 아프간 정부 간의 신뢰가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또 탈레반이 미군 장교 총격사건의 배후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탈레반이 미국 및 아프간 정부와 진행하고 있는 평화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래저래 11년 간의 전쟁을 마치고 아프간에서 빠져나오는 출로는 험해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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