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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조선반도 비핵화' 첫 언급,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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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조선반도 비핵화' 첫 언급, 의미는?

[심층분석] 북한의 북미 고위급 회담 제의의 역학관계

북한이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조선반도 비핵화"를 언급하면서 북미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북한의 국방위원회는 16일 대변인 중대담화를 통해 세 가지 입장을 밝혔다.

첫째는 "조선반도의 정세를 지속적으로 격화시켜온 장본인은 다름 아닌 미국"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둘째는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변함없는 의지이고 결심임을 다시금 내외에 천명한다"며 이는 김일성-김정은의 유훈이자 김정은 체제가 "실현하여야 할 정책적 과제"라는 것이다. 셋째는 북미 고위급회담을 제안하면서 회담 의제로 군사적 긴장 완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대체,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 비전인 '핵무기 없는 세계' 등 "쌍방이 원하는 여러 가지 문제"로 제시한 것이다.

이들 가운데 주목을 끄는 부분은 둘째와 셋째이다. 우선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이 "조선반도 비핵화" 의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등장한 김정은 체제는 핵보유국 지위 굳히기에 박차를 가해왔다. 김정일의 최대 업적을 '핵과 위성 보유'라고 과시하는 한편, 개정헌법 전문에 '핵보유국'을 명시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3차 핵실험, 비핵화 회담 거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및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 백지화 선언,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 노선" 채택, '자위적 핵 억제력 법' 제정 등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행태를 보였었다.

▲ 북한이 16일 국방위원회 대변인 중대담화에서 북미 당국 간 고위급 회담을 전격 제안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그런데 이번 '중대담화'를 통해서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이자 김정은 체제의 "정책적 과제"라고 밝혔다. 이러한 입장 표명은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처음이다. 이 담화 직전까지 북한은 "세계의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핵보유국 지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선반도 비핵화"로 그 수위를 낮췄다. 또한 비핵화 회담은 종말을 고했다고 했다가 이번에는 비핵화 회담에도 응할 수 있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한반도 비핵화'와 '조선반도 비핵화'의 차이

물론 여기에는 한반도 핵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반영되어 있다. 한미 양국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사실상 북핵 폐기를 의미하는 반면에,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남조선을 포함한 조선반도전역의 비핵화이며 우리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종식시킬 것을 목표로 내세운 가장 철저한 비핵화"라는 것이다.

이는 내용적으로 미국이 북한에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안전보장' 뿐만 아니라, 미국 핵무기의 남한 내 재배치 및 일시 반입·통과 금지, 핵무기 투발 수단을 동원한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중단 등을 포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남한에 대한 미국 핵우산의 철수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자신의 핵보유가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자위적이며 전략적인 선택"이라면서 이러한 지위는 "조선반도 전역에 대한 비핵화가 실현되고 외부의 핵위협이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본격적인 비핵화 대화 국면을 열기 위해서는 미국이 대화의 전제조건을 내걸지 말고 미국부터 핵위협과 대북 제재를 비롯한 "모든 도발부터 중지하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북미대화의 의제로?

북미 고위급 회담과 관련해서는 대화 제의 방식과 시점, 그리고 의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방식과 관련해 "위임에 따라서"라는 표현을 사용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임을 강조하면서, "회담장소와 시일은 미국이 편리한대로 정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6일 남북대화를 제안하면서 밝힌 내용과 판박이이다.

회담 제의 시점과 관련해서는 미중정상회담에서 북한을 압박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데 이어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및 한중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이는 북한의 북미 대화 제의 이면에는 미국 주도의 대북 고립 및 압박 구도를 흔들고자 하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보다 넓게는 5월 들어 본격화되고 있는 북한의 대화 노선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고 볼 수도 있다. 아베 신조 총리의 자문역인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내각관방 참여의 방북(5월 중순)→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최룡해 총정치국장 방중(5월 하순)→북한의 남북대화 제안(6월 6일)에 이어 북미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고 나섰고,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중국 및 러시아 방문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대화의 의제에 대해서는 긴장완화, 평화체제, '핵무기 없는 세계' 등 세 가지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군사적 긴장완화는 쌍방의 관심사라면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은 북한의 일관된 요구이다. 또한 '조선반도 비핵화' 대신에 '핵무기 없는 세계'를 회담 의제로 제안한 데에는 핵문제도 대화 의제로 삼을 의사가 있지만, 그것은 미국 핵문제도 포함되어야 하며 본격적인 비핵화 회담을 위해서는 대북 제재 등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완화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냉랭한 미국

이러한 북한의 대화 제의에 대해 미국은 일단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우리는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에 다다를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협상을 원한다. 그러려면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준수하는 것을 포함해 국제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리는 북한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북한이 이런 의무를 준수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는 조처를 하기를 기대한다"고도 덧붙였다.

데니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도 CBS 방송에 출연해 실질적인 대화를 강조하면서 "미국은 어제 북한이 한 그럴듯한 말(nice words)보다 행동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볼 때,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대화 제의가 아직은 함량 미달로 판단하고는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비핵화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 말하는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추가적인 핵실험 및 장거리 로켓 발사 유예뿐만 아니라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단의 복귀 허용 등을 포괄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행동을 먼저 취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북한은 최소한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 해제 등 '행동 대 행동'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미 고위급 회담이 조만간 재개되기보다는 회담 재개를 둘러싼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그리고 G2이자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입장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에게 북미 대화를 적극 권유할 가능성은 낮다. '격' 문제로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상황에서 북미대화 자체가 자신에 대한 압박으로 간주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베 신조 정권이 북미대화를 지지할 공산이 커 보인다. 북미대화가 시작되면 북일대화의 부담이 덜해질 수 있다고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북미대화와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미국은 물론이고 한중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을 설득하려는 노력도 배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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