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년 전 갈라파고스 제도에는 섬이 몇이나 있었을까? 큰 섬이 13개에 작은 섬이 17개 있었다. 소소한 것들도 318개나 되었는데 그 중 몇은 해면 위로 겨우 1, 2미터 솟은 바위에 불과했다.
지금은 큰 섬이 14개에 작은 섬이 7개, 그리고 소소한 섬이 326개다. 화산 활동은 지금도 왕성하다. 우스갯소리로, 신들이 아직도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 제도의 북단(北端)에는 지금도 나머지 섬들과는 너무나 멀리, 완전히 외떨어진 곳에 산타 로살리아 섬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1백만 년 전, 그러니까 1986년 8월 3일, *로이 헵번이라는 남자가 뉴욕 주 일리엄 시의 아주 작은, 갑갑할 정도로 작은 자기 집에서 임종을 맞았다. 바로 그 마지막 순간에도 그가 제일 애석해한 것은 그들 부부에게 자식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아내에게 자기가 죽고 난 후에라도 좋은 남자를 만나 아이를 가져 보라고 권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배란이 멈췄던 것이다.
“우리 헵번 집안은 이제 도도새처럼 절멸되었어.”
날개가 퇴화하고 몸집이 거위만했던 도도새는 17세기 말에 멸종된 새였다.
그는 계속해서 진화의 가지에 열매도 잎도 맺지 못하게 된 다른 많은 동물들의 이름을 장황하게 늘어놓기 시작했다.
“큰뿔사슴 …… 흰부리딱다구리 ……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
한데, 그 말미에 그의 메마른 유머 감각이 느닷없이 튀어나왔다. 줄줄이 주워섬기던 가엾은 동물들의 명단에 우습게도 후손이 없기는 마찬가지인 두 개의 이름을 덧붙이는 것이었다.
“천연두 …… 조지 워싱턴 ……”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 나라 정부가 자신을 방사능으로 망쳐 놓았다고 진심으로 믿었다. 그는 어느 순간 절명할지 몰라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메리와 의사와 간호사를 보고 말했다.
“하느님이 노하셔서 나를 부르시는 거라면 차라리 낫겠소!”
메리는 그것이 그의 마지막 대사라고 생각했다. 그 말을 해놓고는 확실히 죽은 것처럼 보였으니까.
하지만 그때, 정확히 말해 10초 후에, 그의 창백한 입술이 다시 움찔거렸다. 메리는 그의 말을 들으려고 몸을 바싹 기댔다. 그녀는 그 말을 놓치지 않았던 걸 남은 평생 기뻐하게 된다.
그는 눈을 감은 채로 속삭였다.
“여보, 인간의 영혼이 무엇인지 말해 줄께. 동물에겐 그게 없어. 그것은 당신 뇌가 언제 작동을 멈추게 될지 알고 있는 당신의 일부야. 난 항상 알고 있었어. 그렇다고 어떻게 해 볼 수는 없었지만, 항상 알고 있었어.”
그러더니 느닷없이 빨갛게 충혈된 두 눈을 흡뜨고 똑바로 일어나 앉는 것이 아닌가. 메리를 포함해 그 방에 있던 모든 사람이 혼비백산했음은 물론이다.
그는 온 집안이 쩡쩡 울리도록 소리쳤다.
“성경책 가져와!”
병치레 기간을 통틀어 그가 종교와 관련된 뭔가를 입에 담은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두 사람은 평소 교회에 나가지도 않았고 곤경에 처해서도 기도도 하지 않았지만, 성경책만은 집안 어디에 분명 있을 것이었다. 메리는 얼른 생각나지 않았다.
“성경책 가져와!”
그가 다시 소리쳤다.
“이 여편네야, 성경책 가져오라니까!”
전에는 한번도 그녀를 ‘여편네’라고 부른 적이 없는 남편이었다.
어쨌든 메리는 성경책을 찾으러 갔다. 성경책은 예비 침실에 있었는데, 다윈의 『비글호의 항해』와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도 거기 함께 있었다.
*로이는 일어나 앉아 다시 한번 “이 여편네야” 소리를 하며 아내에게 명령을 내렸다.
“성경책에 손을 얹고 내 말을 따라해. ‘나 메리 헵번은 임종 자리에서 사랑하는 남편에게 엄숙히 두 가지 약속을 하겠습니다.’”
그녀는 시키는 대로했다. 그녀는 그 두 가지 약속이 정부를 고소하는 식의, 너무나 황당해서 자기로서는 도저히 지킬 수 없는 것들이리라 예상했다. 아니, 사실은 그러길 바랐다. 하지만 그녀는 운이 그리 좋지 않았다.
남편의 한 가지 요구는 실의에 빠져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서둘러 재혼하라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11월에 과야킬에 가서 ‘세기의 자연 유람’에 꼭 참가해 자기 몫까지 다 구경하라는 것이었다.
“내 영혼이 그 여행길 내내 당신을 지켜 줄 거야.”
그는 이렇게 말하고는 숨을 거두었다.
하여, 지금 그녀는 이곳 과야킬에 와 있었다. 그녀 자신도 뇌종양이 아닌지 의심하면서. 이제 그녀의 뇌가 옷장에서 빨간색 이브닝드레스를 꺼내도록 했다. 그녀는 그것을 ‘재키 드레스’라 불렀다. 메리가 그 옷에 그런 별명을 붙인 것은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가 같은 배를 타게 되어 있어서 그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옷장 속에서, 메리는 과부 오나시스 여사가 과야킬에 오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군인들이 거리와 옥상을 순찰하고 있고 공원에는 참호와 기관총좌를 설치된 상황에서 미치지 않고서야 뭐 하러 올 것인가.
그녀는 빨간색 이브닝드레스의 덮개를 벗기다가 그만 옷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방바닥에 떨어진 이브닝드레스는 붉은 진흙처럼 보였다.
그녀는 줍지 않았다. 이제 이승의 물건들이 다 무슨 소용이겠느냐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이름 앞에 별표를 달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녀는 실제로 서른 해를 더 살게 된다. 게다가, 지구상의 어떤 중요한 물질을 이용하여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실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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