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헵번의 옆방에서, 히로구치 부부는 *앤드류 매킨토시를 두고 정말로 미친 사람이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그건 좀 지나쳤다. *매킨토시가 거칠고 탐욕스러우며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인 건 분명했지만, 그렇다고 머리가 돈 건 아니었다. 그의 큰 뇌가 벌어지고 있다고 믿는 일들은 대부분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으니까. 셀레나와 카자크와 히로구치를 태우고 메리다에서 과야킬까지 자가용 소형 제트기를 직접 몰고 왔을 때, 그는 그 도시가 계엄령이나 뭐 그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되리라는 것, 상가가 모두 철시하리라는 것, 굶주린 사람들이 떼거리로 몰려다니게 되리라는 것, 그리고 바이아 데 다윈 호는 예정대로 출항하지 못하리라는 것까지도 훤히 알고 있었다.
유카탄 그의 대저택에 설치한 통신 시설이 에콰도르는 물론 그가 관심 가질 만한 곳이면 세계 어느 곳의 일이든 최신 정보를 끊임없이 전달해 주었다. 하지만, 그가 입을 닫고 있었기 때문에, 그 사태에 대해서는 눈먼 딸이 아니라 히로구치 부부가 맹인이었다.
그가 과야킬에 온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 이 역시 딸에게만 알리고 히로구치 부부에게는 비밀로 했는데, 호텔 엘도라도와 바이아 데 다윈 호는 물론 금광이나 유전 등 바닥 시세로 떨어진 에콰도르의 물건들을 되도록 많이 잡아 두자는 것이었다. 이런 사업 기회를 공유함으로써 *젠지 히로구치를 영원히 자신에게 속박하려는 속셈도 있었다. 그도 에콰도르의 대자산가가 될 수 있도록 돈을 빌려 주면 되는 것이었다.
*매킨토시는 히로구치 부부더러 꼼짝 말고 호텔 엘도라도의 방에 있으라고 했다. 곧, 기가 막힌 소식을 가져오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오후 내내 전화기에 붙어서 에콰도르의 금융회사와 은행들에 전화질을 했다. 그가 듣고자 하는 소식이란 하나같이 이틀 후면 그와 히로구치의 손에 들어올 재산에 관한 것뿐이었다.
그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세기의 자연 유람? 지옥에나 가라지!”
히로구치 부부는 *앤드류 매킨토시에게서 이제 더는 좋은 소식 같은 것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를 미친 사람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오해는 역설적이게도 *젠지 자신의 발명품인 만다락스에 의해 각인된 것이었다. 당시 세상에는 열 대의 만다락스가 존재했는데, 아홉은 도쿄에 남아 있었고, 하나는 *젠지가 이번 여행길에 갖고 왔다. 만다락스는 고쿠비처럼 통역기였을 뿐만 아니라, 고쿠비와 달리 스무 종의 신경 장애를 비롯해 호모 사피엔스를 침범하는 가장 일반적인 질병 천 가지를 경탄할 만큼 정확히 진단할 수 있었다.
만다락스가 의료 분야에서 하는 일은 사실 지극히 단순했다. 만다락스는 진짜 의사들이 하는 대로 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어서, 사용자에게 다음과 같은 일련의 질문을 해 나갔다.
“식욕은 어떻습니까?”
“내장은 제대로 움직입니까?”
“대소변 색깔은 어떻습니까?”
유카탄에 있을 때, 히로구치 부부는 만다락스와 이런 질의 응답을 하면서 *앤드류 매킨토시의 행동을 설명했다. 만다락스는 마침내 트럼프 카드 한 장만한 화면에 이런 말을 띄웠다.
“병적 인격.”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아무것도 아랑곳 않는 만다락스에게야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사실 히로구치로서는 불행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컴퓨터에는 ‘병적 인격’이라는 정신적 장애는 대다수의 다른 장애들에 비해 증세가 훨씬 경미하여 그런 사람들은 거의 병원에 가지 않으며 오히려 지구상에서 가장 유복한 사람들 축에 든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행동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곧잘 고통을 받지만 정작 그들 자신은 전혀 고통스러워하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설명까지는 프로그램되어 있지 않았다. 진짜 의사라면 매일 거리를 걸어다니는 수백만의 사람들에 대해 회색 영역에 들긴 하겠지만 병적인 인격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을 것이다.
하지만, 의학에는 문외한인 히로구치 부부는 그런 진단 결과를 놓고 무서운 병이라도 되는 듯이 반응했고, 그리하여 어떻게든 *앤드류 매킨토시에게서 벗어나 도쿄로 곧장 돌아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럴수록 그에게 더욱 얽매였다. 그들은 만다락스를 통해 그 슬픈 얼굴의 호텔 지배인과 이야기를 하던 중에, 과야킬발 항공편이 모두 취소되었으며, 전용 비행기를 굴리는 회사들과도 일체 통화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겁에 질린 히로구치 부부가 과야킬을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은 *매킨토시의 소형 제트기를 타거나 바이아 데 다윈 호를 타는 것 그 두 가지뿐이었다. 물론, 두 번째 길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 배가 다음날 정말로 출항할 때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