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헵번은 학생들이 그 구애춤을 소재로 시나 수필을 써 오면 특별 점수를 주었다. 학생들 중 절반가량은 뭔가를 제출했고, 그 가운데 또 절반은 그 춤이 동물들이 하느님을 숭배하는 증거라고 썼다. 나머지 학생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한 학생은 메리가 죽는 날까지 기억하게 될 시 한 편을 제출했는데, 그녀는 나중에 그 시를 만다락스에게 가르쳐 준다. 학생 이름은 노블 클라겟이었으며, 베트남 전쟁에서 죽는다. 그러나 그의 시는 이 세상에 살다 간 가장 위대한 시인들의 작품들과 나란히 만다락스에 저장된다. 내용은 이랬다.
물론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러니 아이를 하나 가집시다.
우리들이 했던 말을
이렇게 정확히 말할 아이를.
“물론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러니 아이를 하나 가집시다.
우리들이 했던 말을
이렇게 정확히 말할 아이를.
‘물론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러니 아이를 하나 가집시다.
우리들이 했던 말을
이렇게 정확히 말할 아이를’……”
― 노블 클라겟(1947∼66)
시는 그런 식으로 계속 이어졌다.
어떤 학생들은 제도의 다른 동물에 대해 쓰면 안 되느냐고 물었는데, 그러면 메리는 아주 좋은 선생답게 응당 “좋아요” 하고 대답했다. 학생들이 대신 택하길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부비새를 괴롭히고 약탈하는 큰군함새였다. 이들 조류 세계의 제임스 웨이트들은 부비새가 잡은 물고기를 빼앗아 먹고 살았으며, 저희 집을 지을 재료도 부비새의 둥지에서 훔쳐 갔다. 어느 부류의 학생들은 이를 신나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그들은 거의 예외 없이 남학생이었다.
수컷 큰군함새의 독특한 신체적 특성도 자신의 발기 능력에 관심 있는 남학생들의 주의를 끌게 마련이었다. 큰군함새 수컷은 짝짓기 철이 되면 인후의 기부(基部)를 선홍색 풍선처럼 부풀려서 암컷들의 주의를 끌었다. 짝짓기 철에 그들의 서식지를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빨간 풍선을 들고 있는 어린 아이들의 거대한 파티장이 연상되었다. 섬은 남편의 자격증인 폐를 폭발 직전까지 부풀린 채 머리를 뒤로 젖힌 큰군함새 수컷들로 뒤덮였다.
그 위로 암컷들이 선회한다. 암컷들은 하나하나 자기 취향에 맞는 풍선을 선택하고는 하늘에서 내려온다.
큰군함새 영화가 끝나 강당의 차일이 올라가고 전등이 다시 켜지면, 꼭 일부 학생(거의 항상 남성이다)이 때로는 분석적인 태도로, 때로는 코미디언처럼, 때로는 씁쓸하게, 여자들에 대한 증오와 두려움을 드러내며 이렇게 물었다.
“암컷들은 맨날 제일 큰 것만 선택합니까?”
그래서 메리는 만다락스가 알고 있는 어떤 명문에 못지 않게 낱말 하나하나가 일관성을 갖춘 대답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그 문제에 답하려면 큰군함새와 인터뷰를 해야겠지만, 내가 알기로는 아직 아무도 그러지 못했어요. 그러나 목숨을 바쳐가며 그 새들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의 견해에 따르면, 암컷들은 사실 제일 좋은 둥지터를 가리키는 풍선을 선택한답니다. 그 견해는 생존의 견지에서 봐도 일리가 있어요
그 견해에 따른다면, 우리는 다시 푸른발부비새들의 구애춤이라는 참으로 불가사의한 문제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 춤은 부비새의 생존에 필요한 집짓기나 물고기 사냥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 보이니까요. 그렇다면 무엇과 관계가 있을까요? 용감하게 그냥 ‘종교’라고 할까요? 그런 용기가 없다면, 우리는 그것을 최소한 ‘예술’이라 불러도 좋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말해 보세요.”
오나시스 여사가 별안간 보고 싶어 한 푸른발부비새의 구애춤은 백만 년이 지난 오늘날도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이 새들은 도무지 두려움이라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 또한 비행을 포기하고 수중 동물이 되고자 하는 희미한 낌새조차 보이지 않는다.
푸른발부비새들이 추는 구애춤의 의미에 대해 말하자면, 그들은 푸른 발이 달린 거대한 분자이며 이 문제에서 그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들은 본성상 그렇게 춤을 추어야 하는 것이다.
반면, 인간들은 자기 밸 꼴리는 대로 온갖 춤을 출 수도 있고 또 일체의 춤을 거부할 수도 있는 분자였다. 내 어머니는 왈츠, 탱고, 룸바, 찰스턴, 린디 홉, 지루박, 와투시, 트위스트 등 갖가지 춤을 추실 수 있었다. 아버지는 어떤 춤도 거절하셨는데, 그것도 당신의 특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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