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메리 헵번은 호텔 방 침대에 누워 ‘재키 드레스’의 폴리에틸렌 옷덮개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자신을 살해하고 있었다. 옷덮개 안이 입김으로 가득 차자, 그녀는 자신이 오랜 옛날 덥고 습한 범선의 밑창에 드러누워 있던 커다란 육지거북이라는 환각에 빠져들었다.
그녀는 완전히 지쳐서 두 팔을 허우적거렸다. 그러고 보니 영락없이 드러누운 육지거북이었다.
그녀가 학생들에게 늘 말했듯이, 태평양을 횡단하러 나가는 범선들은 방심한 거북을 잡으려고 갈라파고스에 들르곤 했다. 거북은 등을 대고 누운 채 먹이도 물도 없이 몇 개월을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짐승은 느려터지고 온순했으며 몸집이 크고 살이 기름졌다.
선원들은 물거나 할퀴지도 않으니 거북들을 손쉽게 잡았다. 그러고는 그 짐승의 쓸모없는 갑옷을 썰매 삼아 해안에 대기 중인 보트로 끌고 내려갔다.
선원들은 거북을 어둠 속에 처박아 두고서 먹어치울 때가 될 때까지는 두 번 다시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항해자들에게 거북이 특히 유익했던 것은 냉장하거나 곧바로 먹어치우지 않아도 신선도가 유지되는 양식이라는 점이었다.
그 옛날 일리엄에서는 해마다 그 수업을 할 때면, 자기를 그처럼 믿어 주는 동물을 인간이 그토록 학대한 사실을 두고 분통을 터뜨리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러면 메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인간이라는 동물이 그곳에 가기 훨씬 전부터 자연의 질서가 거북들을 가혹하게 다루었음을 일러주었다.
수백만 마리의 거북들이 땅덩이 크기에 상관없이 온난한 곳이면 어디든지 엉금엉금 기어 다녔다고 그녀는 말했다.
근데 아주 작은 동물들 몇 종이 설치류로 진화했어. 이놈들이 거북의 알들을 순식간에 찾아내서 먹어치웠지. 남김없이 말이야.
그리하여 도처에서 거북들이 절멸했다. 설치류가 없는 일부 섬만 예외였다.
메리가 헐떡거리는 중에 자신이 육지거북이라는 환상에 빠진 것은 자못 예언적인 사건이었다. 오랜 옛날 거북에게 일어났던 것과 매우 흡사한 일이 당시의 인류에게 일어나기 시작했으니까.
맨 눈에는 보이지 않는 어떤 신종 미생물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연례 도서전을 시발로 인간의 난소에 있는 모든 난자를 먹어치우고 있었다. 전시장에 갔던 여성들은 발생 후 하루이틀 만에 사라지는 미열을 겪었는데, 때론 시력이 흐려지기도 했다. 그런 다음에는 꼭 메리 헵번처럼 되었다. 더는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이다. 인류는 어떤 처방으로도 이 병을 퇴치하지 못했다. 병은 거의 지구 전역에 퍼지게 된다.
설치류에 의해 힘센 육지거북이 거의 절멸된 것은 확실히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였다. 여기 그런 이야기가 또 하나 있다.
Yes, and 메리는 내세로 통하는 하늘색 터널이 보일 정도로 죽음에 가까이 갔다. 거기서 그녀는 자신을 그 지경으로 만든 뇌에 반란을 일으켰다. 그녀는 죽기를 포기한 뒤 머리에 뒤집어썼던 옷덮개를 벗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는데, 거기서 제임스 웨이트가 판매대 뒤편에서 여섯 칸카보노 소녀에게 땅콩과 올리브 그리고 마라스키노를 가미한 앵두와 칵테일 양파를 먹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어줍잖은 자선 장면은 그녀의 뇌에 각인되어 죽을 때까지 남게 된다. 그녀는 그 후 평생 동안 그가 이타적인, 동정심 많은, 사랑할 만한 인간이라고 믿었다. 이 가증스러운 사내는 그 직후 심장 발작을 일으키게 되므로, 그에 대한 그녀의 평가는 수정할 기회를 영영 갖지 못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사내는 살인자였다.
살인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그가 맨해튼 섬에서 호모 남창 생활을 할 때, 몸이 온통 비곗덩어리인 부자가 웨이트의 멋진 새 하늘색 벨루어 셔츠 깃에 가격표가 그대로 달려 있다고 지적해 주었다. 사내의 몸속에는 왕가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크로아티아-슬로보니아 왕국의 리하르트 왕자로, 영국의 제임스 1세와 독일의 프리드리히 3세와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요셉과 프랑스의 루이 15세의 직계 후손이었다. 그는 매디슨 가에서 골동품상을 했는데, 호모는 아니었다. 그는 웨이트더러 자기 드레싱가운의 실크 허리띠로 자신의 목을 졸라 죽음에 최대한 가까이 이르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리하르트 왕자는 아내와 두 자식이 있었는데, 그들은 그때 스위스에서 스키를 즐기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아직도 배란할 정도로 젊었으므로, 웨이트는 그런 고귀한 혈통이 또 한 명 태어나는 걸 막은 셈이었다.
이런 가능성도 있었다. 만약 리하르트 왕자가 살해당하지 않았더라면, 그들 부처가 바비 킹으로부터 ‘세기의 자연 유람’에 참여해 달라는 초대를 받았을 수도 있었다.
과부가 된 그의 아내는 넥타이 디자이너로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어 스스로 ‘프린세스 샬로테’로 행세한다.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기와장이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그런 지위에 오를 자격도, 그의 방패꼴 문장을 사용할 자격도 없었다. 그 문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디자인한 모든 넥타이에 등장했다.
죽은 앤드류 매킨토시도 프린세스 샬로테 넥타이를 몇 개 가지고 있었다.
웨이트는 턱과 목이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비대한 이 귀족을 두 발과 두 날개를 다 벌린 독수리 모양으로 대형 침대에 뉘였다. 왕자의 설명으로는, 헝가리 요셉 1세의 어머니 팔츠-노이부르크의 엘료노르가 쓰던 침대라 했다. 웨이트는 미리 길이를 맞춰 잘라 놓은 나일론 줄로 그를 굵은 네 기둥에다 묶었다. 이 줄들은 침대 발치의 주름 장식에 가려진 비밀 서랍 속에 들어 있었다. 낡은 서랍이었는데, 한때 엘료노르의 은밀한 성 생활을 감춰 주던 것이었다.
“꽉 묶게. 달아나지 못하게 말이야.”
왕자가 말했다.
“하지만 혈액 순환을 차단하진 말게. 회저(壞疽)를 겪긴 싫거든.”그의 커다란 뇌는 지난 3년 동안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은 이 짓을 하도록 시켰다. 모르는 사람을 고용해서 자신을 묶고 목을 좀 조르게 하는 것이었다. 대단한 생존 방식이야!
크로아티아-슬라보니아의 리하르트 왕자는, 어쩌면 조상들의 혼백이 지켜보는 가운데, 젊은 제임스 웨이트에게 의식을 잃을 정도로 제 목을 조르라고 지시했다. 왕자는 그저 ‘지미’로만 알고 있는 웨이트에게 “1천하고 1, 1천하고 2 ……” 하는 식으로 천천히 스물을 세라고 일러두었다.
유고슬라비아의 왕권을 주장하는 몇 사람 가운데 하나인 왕자는, 어쩌면 제임스 왕과 프리드리히 황제와 프란츠 요셉 황제와 루이 왕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미’에게 목에 두른 띠 말고는 자기 몸 어디에도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줬다.
“난 호모가 아니야. 난 자넬 시종으로 고용했을 뿐이네. 창부로 고용한 게 아니란 말이야.”
그러고는 또 이렇게 덧붙이는 것이었다.
“만약 자네가 내 짐작대로 살고 있다면 내 말을 믿기 힘들지도 모르겠네만, 지미, 이건 내겐 영적 체험일세. 그러니 영적으로 해 주게나. 그렇지 않으면, 팁 100달러는 어림도 없어. 이해가 가나? 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
웨이트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큰 뇌는 그가 의식을 잃고 있는 동안 그를 위해 기가 막힌 영화를 한 편 상영했다. 그의 큰 뇌는 그에게 직경이 근 5미터나 되어 트럭이 지나갈 정도로 큰, 그리고 안쪽에 불이 켜진 채 토네이도의 바람 기둥처럼 꿈틀대는 하늘색 관의 한쪽 끝을 보여 주었다. 그렇지만 토네이도와 달리 굉음을 울리진 않았다. 대신, 이 세상 것이 아닌 음악이, 마치 유리 하모니카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소리가 50미터 저쪽 끝에서 들려 왔다. 그 관이 뒤틀리는 각도에 따라, 리하르트 왕자는 언뜻언뜻 반대편 입구를 볼 수 있었다. 녹색 식물의 기미가 느껴지는 황금빛 점이었다.
이 관이 내세로 통하는 터널이었음은 물론이다.
하여, 웨이트는 어느 날 갑자기 유고슬라비아의 해방자로 부상할지도 모르는 이 왕자의 지시대로, 그의 입에 작은 고무공을 넣고서 침대 기둥에 붙여 두었던 규격 반창고로 입을 봉했다.
그런 다음 왕자의 목을 졸라 대뇌로 가는 혈액과 폐로 가는 공기의 공급을 차단했다. 왕자가 의식을 잃고서 오르가즘을 느끼며 꿈틀거리는 관을 보고 있을 때, 웨이트는 천천히 수를 세었다. 그런데, 스물까지가 아니라 3백까지를 세었다. 5분이 걸렸다.
이는 웨이트의 큰 뇌가 내놓은 생각이었다. 웨이트 자신이 특별히 원했던 건 결코 아니었다.
만약 살인 혐의나 인간 도살 혐의 혹은 정부가 그 이름을 결정한 어떤 혐의로 행여 재판이라도 받았더라면, 그는 필시 잠시 광기가 도졌었노라고 변명했을 것이다. 자신의 커다란 뇌가 그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뿐이었다고 변명했을 것이다. 백만 년 전에 살았던 사람치고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어이쿠!”, “죄송합니다”, “어디 다친 데는 없는지요?”, “내가 그런 짓을 했다니 믿어지지가 않아요”, “너무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내 이런 일에 대비해 보험을 들어 두었지”, “대체 어떻게 내 자신을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탄알이 장전되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등등 두뇌의 일시적 장애에 대한 변명은 모든 대화에 다반사로 등장했다.
청년 웨이트가 서턴 광장의 트리플 아파트에서 나왔을 때, 왕자의 공단 침대 시트에는 왕가의 올챙이들이 방향 없이 경주를 벌이는 정액 덩어리가 그득했다. 웨이트는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고, 지문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그가 들어가고 나온 것을 본 그 아파트의 수위는 경찰이 그의 인상 착의를 물을 때, 호리호리한 젊은 백인이고 가격표가 그대로 붙어 있는 파란 셔츠를 입고 있었다는 것 외에는 달리 진술할 것이 없었다.
그리고 공단 시트 위에 쏟아진 그 수백만 마리의 오갈 데가 없는 왕가 올챙이들 속에도 어떤 예언 같은 것이 숨겨져 있었다. 인간의 정자에 관한 한, 갈라파고스를 제외한 전 세계는 이제 곧 이 공단 시트 꼴이 될 참이었다.
감히 나는 이렇게 덧붙인다.
“극히 적절한 때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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