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년 전 페루에 조종사가 한 사람 있었다. 대기권 한 끝에서 자잘한 파편들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전폭기를 몰고 있는 젊은 중령이었다. 그의 이름은 길레르모 레이예스, 복장과 헬멧에 인공 공기가 주입되어 있어서 그런 고도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다. 당시 인간들은 참으로 경이로운 존재여서, 스스로 지어낸 불가능한 꿈들을 현실로 만들었다.
레이예스 중령은 언젠가 동료 조종사와 성교보다도 더 삼삼한 게 있는지를 놓고 입씨름을 하다가 끝을 보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는 지금 무선으로 페루 공군 기지에 남아 있는 바로 그 동료와 교신하고 있었다. 페루가 에콰도르에 전쟁을 선포하면, 그가 곧바로 레이예스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레이예스는 이미 전폭기 밑에 탑재된 무시무시한 미사일을 발진시킬 태세를 갖추었다. 이번이 그놈의 첫 실전 실험이었지만, 그놈은 벌써 과야킬 국제공항 관제탑 꼭대기의 접시 레이다를 열렬히 연모하고 있었다. 과야킬 국제공항은 에콰도르 공군의 비행장이기도 해서 국제법상 합법적 타격 목표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중령의 전폭기 아래에 탑재된 이 놀라운 레이다 연모자는 필요한 모든 영양분을 제 껍데기 안에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갈라파고스 제도의 커다란 육지거북과 비슷했다.
이윽고 그놈을 놓아 주어도 좋다는 연락이 왔다.
그래 그는 그놈을 놓아 주었다.
지상의 동료가 그놈에게 자유를 주는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는 성교보다도 더 삼삼한 일을 마침내 찾았노라고 대답했다.
발사 순간 젊은 중령이 느낀 감각은 선험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전적으로 그의 커다란 뇌가 낳은 산물이었다. 그러기에 미사일이 오르가즘의 절정에 도달하기 위해 떠났을 때 비행기가 진저리를 치거나 기우뚱거리지도 않았고 급상승을 하거나 급강하를 하지도 않았던 것이 아닌가. 전폭기는 자동 조종 장치를 갖춘 덕에 무게나 공기역학적 변화를 즉각 보전했으므로 끄떡없이 비행을 계속했다.
미사일 발사 후 레이예스는 무엇을 보았을까? 미사일은 아주 높이 날아가 비행운(飛行雲)을 남기지 않았고 배기 가스도 깨끗했기 때문에, 레이예스가 보기에 그것은 처음엔 하나의 막대기에서 하나의 또렷한 점으로, 그리고 다시 작은 반점에서 무(無)로 사라져 갔다. 그 사라지는 속도가 너무나도 순식간이라, 그것은 원래부터 없었던 게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성층권에 남은 그 사건의 잔류물은 레이예스의 커다란 뇌 속 말고는 아무데도 없었다. 그는 황홀했다. 초라했다. 두려웠다. 허탈했다.
레이예스는 지금 자기가 한 일을 굳이 성교시의 사정 행위에 견줄 생각까지는 없었다. 일단 버튼만 누르면 자신의 통제권을 벗어난 컴퓨터가 정확한 발사 순간을 결정하고, 그에게서 어떤 조언도 들을 필요 없이 발사 장치에 상세한 지시를 내렸다. 그는 그 장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몰랐다. 그런 지식이야 전문가들 몫이었다. 사랑에서나 전쟁에서나 그는 두려움 없는 낙천적 모험가였다.
사실, 미사일 발사는 재생산 과정에서 수컷의 역할과 거의 같았다.
"즉시 물건을 전달하라."
이것이 중령이 받은 암호 명령이었다.
그토록 빠르게 점으로, 작은 반점으로, 무로 사라진 그 막대기는 이제 다른 누군가가 책임질 것이었다. 이제부터 모든 것은 물건을 받는 쪽이 알아서 할 일이었다.
그의 역할은 끝났다. 달콤한 졸음이 밀려들었다.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내 이야기를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여기 등장하는 일부 인물이 진짜 미치광이이다 보니 백만 년 전 사람들이 모두 미쳐 있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때 당시 거의 모든 사람은 온정신이었고, 나는 레이예스에게도 기꺼이 그러한 편견 없는 찬사를 부여한다. 문제는 광기가 아니라, 인간의 두뇌가 너무 크기만 할 뿐 진실하지도 실제적이지도 못했다는 데 있었다.
그토록 완벽하게 작동하는 미사일을 만든 공이 오롯이 자기에게만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은 다수의 집단적 성취였다. 그들은 저마다 자연 속에 널리 흩어져 있는 폭력을 취합하고 농축시켜 그것을 작은 용기에 담아 적에게 떨어뜨리는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자신들의 커다란 뇌를 혹사시켰다.
나도 베트남에서 그러한 꿈의 실현과 관련해 극히 직접적인 경험을 몇 차례 했었다. 박격포와 수류탄과 대포들을 만졌으니까. 인간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자연은 그토록 작은 공간에 그렇게 확실한 파괴력을 담을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에게 수류탄을 던진 노파를 내가 쏘아 죽였다는 이야기는 이미 했다. 베트남에서 내가 겪은 일은 그밖에도 많았다. 그러나 내가 베트남에서 보고 들은 그 어떠한 폭발도 이 페루군의 미사일이 제 코끝을, 신경 종말이 집적된 그 코끝을, 에콰도르의 접시 레이다에 쳐박았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못했다.
오늘날엔 조각에 관심 있는 사람이 없다. 지느러미발과 입으로 어떻게 조각칼이나 용접 활대를 다룰 수 있겠는가?
그래도 이곳 제도에 기념비를 세워 기릴 만한 과거의 대사건을 들라면, 꼭 적절한 장면이 있다. 폭발 직전 그 미사일과 접시 레이다가 교미한 순간이다.
기념비를 받쳐 줄 화산암 대좌에는, 그 미사일의 설계와 제작과 판매와 구매와 발사에 관계한 모든 사람들의 감상, 그리고 고성능 폭약을 오락 산업의 한 부문쯤으로 여기는 모든 사람들의 감상을 담아서 이런 말을 새겨도 좋을 것이다.
…… 이것이야말로 열렬히 바랄 만한 절정이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
('햄릿'의 유명한 독백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가 나오는 대목의 일부. 여기서 '이것'은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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