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이 접시 레이다에 그토록 뜨거운 프렌치키스를 퍼붓기 20분 전, 폰 클라이스트 선장은 이제 망대에서 내려가도 괜찮다고 판단했다.
바이아 데 다윈 호는 깨끗이 털렸다. 하여 그 내부 시설이나 항해 보조 장비는 이제 1831년 11월 27일 세계 일주를 떠난 여왕 폐하의 멋진 소형 범선 비글 호보다도 더 적었다. 비글 호에는 최소한 나침반과 육분의(六分儀), 그리고 별들에 대한 지식을 활용해 우주라는 시계 장치에서 자기들 배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상당히 정확히 추정할 수 있는 항해사들이 있었다. 거기다 비글 호에는 밤에 쓸 유등(油燈)과 초 그리고 선원용 해먹이며 매트리스며 베개들이 있었다.
하지만 바이아 데 다윈 호에서 밤을 보내려면 누구든 피곤한 몸뚱이를 맨 철판에 눕혀야 했다. 히사코 히로구치만이 예외적 행동을 취했는데, 그녀는 더 이상 눈을 뜨고 버틸 수 없을 때면 종종 일등 객실 화장실의 변기 뚜껑에 앉아 깍지 낀 두 팔을 세면대에 얹고서 거기에 머리를 기댔다.
나는 호텔에 난입한 폭도들을 버스를 휩쓸고 지나가는 파도에 비유한 바 있다. 또 부두의 폭도들에 대해서는 마치 토네이도 바람과 흡사했다고 말한 바 있다. 황혼녘이 되자, 이제 그 격렬한 회오리바람은 내륙으로 이동하면서 제 몸을 먹고 살았다. 바닷가재, 포도주, 전자 장비, 커튼, 옷걸이, 담배, 의자, 카펫, 타월, 침대 시트 등을 지닌 사람들 자신이 서로 간에 약탈 대상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선장은 망대에서 기어 내려왔다. 디딤목들 탓에 그의 부드러운 맨발에 타박상이 생겼다. 그는 바이아 데 다윈 호와 부두를 통틀어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먼저 선장실로 갔다. 팬티만 달랑 걸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약탈자들이 옷가지를 조금이라도 남겨 두었길 바랐다. 하지만, 그가 선실 안의 전등 스위치를 올렸는데도, 전등이 하나도 켜지지 않았다. 전구를 모조리 빼 가 버린 것이었다.
그래도 전기가 끊어진 것은 아니었다. 기관실에 있는 축전지 저장소는 아직도 멀쩡했다. 배터리며 발전기며 시동 모터들이 도난당하기 전에, 전구 도둑들이 먼저 기관실을 칠흑으로 만들어 버린 덕분이었다. 그러므로 어떤 의미에서 그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인류에게 크나큰 은혜를 베푼 셈이었다. 그들 덕택에 바이아 데 다윈 호는 의연히 항해하게 된다. 항해 장비가 없으니 세레나 매킨토시와 다를 바 없는 장님 신세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아 데 다윈 호는 그 지역에서 가장 빠른 배였고, 칠흑의 기관실에 뭔가 잘못되지만 않는다면 필요할 경우 연료를 다시 공급하지 않고도 최고 속도로 스무 날이나 물살을 가를 수 있었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그러나 항해를 시작한 지 겨우 닷새 만에 그 칠흑의 기관실에서 뭔가가 한참 잘못되고 만다.
벌거벗은 몸뚱이를 가려 줄 옷가지들을 찾아 선실을 더듬고 있을 때, 선장은 분명 바다로 나갈 생각이 없었다. 선실 안에는 하다못해 손수건이나 세면 수건도 없었다. 그렇게 그는 난생 처음 직물 결핍 사태를 맛보고 있었다. 그것은 그 순간엔 그저 불편하게만 느껴졌지만, 그 후 30년 동안 심히 고통스러울 것이었다. 낮엔 햇볕에 타지 않도록, 밤엔 추위에 떨지 않도록 그의 피부를 보호해 줄 직물은 더 이상 구할 수 없을 것이었다. 선장을 비롯한 첫 정착자들은 후에 아키코의 털코트를 무척이나 부러워하게 된다.
아키코 자신이 털북숭이 아이들을 낳기까지는, 그녀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낮이면 깃털과 물고기 내장으로 만든 엉성한 망토와 모자를 착용해야 했다.
만다락스가 역설적으로 가라사대:
인간은 털 없는 두발짐승이다.
― 플라톤(B.C. 427?∼347)
자기 방을 뒤지고 있을 때 선장은 아직 냉정을 잃지 않고 있었다. 화장실 샤워에서 물방울이 듣고 있는 걸 보고는 밸브를 꼭 잠갔다. 그 정도로 정신이 온전했다는 말이다. 내 이미 말했듯이, 그의 소화계는 아직 처리할 음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의 평화에 훨씬 더 중요했던 것은 그에게 뭘 의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바이아 데 다윈 호의 약탈자들에게는 거의 모두가 절박한 상황에 빠져 있는, 그래서 칸카보노 소녀들처럼 눈을 희번덕이며 손가락으로 목구멍을 가리킬 일가친척이 수없이 많았다.
선장은 유명한 그의 유머 감각을 잃지 않고 있었고,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이 그것에 탐닉했다. 이제 그 누구를 위해서도 인생이 진지한 것인 양 가장할 필요가 없었다. 바이아 데 다윈 호에는 쥐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처음부터 쥐들이 없었는데, 그것은 인류에게 또 하나의 행운이었다. 만약 쥐들이 최초의 인간 정착자들과 함께 산타 로살리아 섬에 상륙했다면, 여섯 달이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굶주림에 직면했을 것이다.
그리고 쥐들도 사람들과 저희들이 마지막 남긴 살덩이까지 먹어치운 후 굶주려 죽었을 것이다.
만다락스 가라사대:
쥐들!놈들은 개들과 싸우고 고양이들을 죽였으며,
요람 속 아기들을 물었고,큰 통에서 치즈를 먹었고,
요리사의 국자에서 스프를 핥았으며,
절인 청어가 든 나무통을 깨뜨려 열었고,
남자들의 나들이 모자 안에다 집을 지었으며,
쉰 가지 높고 낮은 음으로
찍찍 끽끽 울어 대서
목소리를 무색케 함으로써
여인네의 한담을 망쳐 놓기까지 했다.
― 로버트 브라우닝(1812∼89)
선장의 정교한 손가락들은 칠흑의 화장실을 더듬다가 변기 수조 위에 놓여 있는 코냑 반병과 조우했다. 이것은 배에 있는 것으로는 어떤 종류로도 마지막 병이었고, 그 내용물은 이물에서 고물까지, 망대에서 용골까지를 통틀어 인간이 신진 대사할 수 있는 마지막 물질이었다. 물론, 이는 식인(食人)의 가능성은 제외하고 하는 말이다. 선장 자신도 식용으로 손색이 없었으니까.
한데, 선장의 손가락들이 어둠 속에서 그 병목을 확실히 잡은 순간, 외부에서 뭔가가 바이아 데 다윈 호에 육중한 충격을 가했다. 동시에 구명정이 있는 아래쪽 갑판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때 아래쪽에서는 콜롬비아 화물선 산 마테오 호에 연료와 식량을 싣고 왔던 예인선 선원들이 바이아 데 다윈 호의 구명정 둘을 끌어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바이아 데 다윈 호의 이물 밧줄을 풀어 놓은 상태에서 바이아 데 다윈 호 우현의 구명정을 바다로 끌어내리기 위해 예인선 이물을 강어귀로 향한 채 서서히 나아갔다.
하여, 바이아 데 다윈 호는 이제 고물 밧줄 한 가닥만으로 남미 대륙과 연결되어 있었다. 시적으로 말하면, 그 고물 밧줄은 모든 현대 인류의 하얀 나일론 생명선이었다.
선장은 바이아 데 다윈 호에서 나의 동료 유령이나 진배없었다. 우리의 구명정을 끌어가는 사람들은 배에 또 다른 영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나를 제외하면 다시 완전히 혼자가 된 선장은 술에 취해 갔다. 이제 와서 그게 뭐 중요하냐고? 예인선은 구명정들을 끌고 유유히 상류 쪽으로 사라졌다. 산 마테오 호는 브리지 꼭대기에서 접시 레이다가 회전하는 가운데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온통 불을 밝힌 채 하류 쪽으로 사라졌다. 해서, 선장은 브리지에서 불쾌한 이목을 끌지 않고도 원껏 소리칠 수 있었다. 그는 두 손을 타륜(舵輪)에 얹고서 별빛 밝은 밤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사람이 배에서 떨어졌다!”
그는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무심코 그는 좌측 엔진의 시동 버튼을 눌렀다. 우르르르, 배의 내장으로부터 거대한 디젤 엔진의 숨죽인 소리가 떨려 나왔다. 그는 우측 시동 버튼도 눌러 일란성 쌍둥이 엔진의 다른 쪽에도 생명을 불어넣었다. 이 믿음직스런, 불평 하나 없는 노예들은 인디애나 주 콜럼버스에서 태어났다. 메리 헵번이 동물학 석사 학위를 받은 인디애나 대학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좁은 세상!
디젤 엔진이 아직도 작동한다는 사실은 선장에게는 그저 코냑으로 자신을 황폐하고 어리석게 만들 또 한 가지 이유일 뿐이었다. 그는 스위치를 내려 엔진을 껐는데, 그것만은 잘한 일이었다. 엔진이 제대로 가열될 때까지 계속 가동되었더라면, 그 이례적인 온도 변화가 성층권을 날고 있던 페루 전폭기의 전자 장치의 주의를 끌었을지 모른다. 베트남에서 우리는 밤이면 적외선 감지기를 갖고 다녔다. 이 도구는 아주 예민해서 사람은 물론이고 포유류라면 어떤 동물의 존재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들의 몸이 주위보다 조금이라도 더 따뜻했기 때문이었다.
한번은 내가 물소 한 마리 때문에 포탄 세례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무엇인가 탐지되었다 하면 대개 적이었다. 살금살금 다가들어 기회만 있으면 우리를 죽이려는 사람들. 이 무슨 어처구니없는 생명이란 말인가! 나는 모든 무기를 버리고 차라리 어부가 되었으면 싶었다.
그것은 브리지에서 선장이 떠올리고 있는 생각이기도 했다.
“이 무슨 어처구니없는 생명이란 말인가!”
웃기는 싫었지만, 사실 그 모든 게 우스웠다. 그는 생명이 이제 막 자기를 평가해서 자기가 별반 쓸모없는 존재라는 걸 알았고, 따라서 이제 자기와 관계를 끊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는 브리지와 고급 선원실 뒤쪽의 상갑판으로 나갔다. 맨 철판 위에 맨발이었다. 카페트를 벗겨가 버렸으니, 무기 장착을 위해 뚫어 놓은 구멍의 마개들이 별빛에도 뚜렷했다. 나도 상갑판 철판을 네 장이나 용접했다. 그러나 내 작품의 대부분은, 그리고 나의 가장 훌륭한 작품은 배 안 깊숙이 들어 있었다.
선장이 별들을 쳐다보고 있는데, 그의 큰 뇌가 그에게 지구는 우주에 있는 보잘것없는 먼지터럭이고 그는 그 먼지터럭 위의 세균이며 따라서 그에게 일어나는 일보다 더 무의미한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수작은 그 커다란 뇌들이 남아도는 용량으로 늘상 하는 짓이었다. 그런 식으로 그들은 쉼 없이 지껄여댔던 것이다.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그랬던 걸까? 오늘날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때 유성 하나가 스치고 지나갔다. 대기권 언저리에서 불타며 떨어지는 운석 말이다. 그때 거기서 우주복 차림의 레이예스 중령이 페루가 에콰도르와 공식적으로 전쟁에 돌입했다는 통신을 막 접수했다. 그 유성에 자극을 받은 선장의 큰 뇌가 또 그로 하여금 지구 표면을 강타하는 운석들에 대한 사람들의 대비가 얼마나 소홀한지 걱정하게 했다.
그 순간 저편 공항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미사일과 접시 레이다가 밀월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푸른발부비새, 바다이구아나, 펭귄, 가마우지 등등이 잔뜩 그려진 ‘무용단 버스’는 그 시각 어떤 병원 앞에 서 있었다. 선장의 동생 *지그프리드가 의식을 잃어 가는 *제임스 웨이트를 도울 사람을 부르러 안으로 들어가려는 참이었다. 공항으로 가는 도중 *웨이트의 돌연한 심장 발작으로 이렇게 우회했던 것인데,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목숨을 건진 건 분명 그 덕분이었다.
폭발의 충격파로 생긴 거대한 기포는 벽돌만큼이나 조밀했다.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바로 그 병원이 폭발한 것으로 보였다. 버스의 앞 유리며 차창이 날려 들어왔지만, 버스 유리창은 다행히 안전 유리여서 유산탄 파편으로 돌변하진 않았다. 메리와 히사코와 셀레나와 *카자크와 가엾은 *웨이트와 칸카보노 소녀들과 선장의 동생은 대신 흰 옥수수 낟알 같은 유리알들을 뒤집어썼다.
바이아 데 다윈 호도 같은 일을 겪게 된다. 유리창이 있는 대로 다 깨져 흰 낟알들이 사방에 널리게 되는 것이다.
도시 전체가 그랬지만, 방금 전까지 불빛이 휘황했던 병원이 지금은 암흑에 휩싸였고, 안에서는 도움을 청하는 울부짖음이 터져 나왔다. 고맙게도 버스 엔진은 계속 돌아가고 있었고, 헤드라이트는 앞쪽의 잔해들을 뚫고 좁은 도로를 비추고 있었다. *지그프리드는 그때쯤에는 마비가 더 심해져 있었지만, 그래도 용케 차를 몰고 그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폭파된 병원 안에 있는 생존자들에게, 그나마 생존자가 있을 때의 이야기지만, 그들 버스 안의 사람들이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었겠는가?
빌빌거리며 파편의 미로를 따라가다 보니 버스는 어느새 폭발의 중심부를 벗어나 부두로 향하고 있었다. 도시 변두리에서 물 깊은 선창까지 늪지대를 가로지르는 도로는 폭발의 잔해가 없이 말끔했다. 그쪽엔 폭발의 충격파가 때려눕힐 것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지그프리드 폰 클라이스트는 차를 부두 쪽으로 몰았다. 그 길이 장애가 가장 적었기 때문이다. 차에 탄 사람들 중 그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한 사람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버스 바닥에 쭈그리고 있었다. 메리 헵번이 의식을 잃은 *제임스 웨이트를 칸카보노 소녀들에게서 멀찍이 끌어다가 자기 무릎을 베개 삼아 반듯이 뉘었다. 칸카보노들의 뇌는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짐작조차 못한 채 완전히 조업을 중단했다. 히사코 히로구치와 셀레나 매킨토시와 *카자크는 하나같이 꼼짝 않고 있었다.
모두가 귀머거리가 되어 있었다. 충격파가 그들의 내이(內耳)에 있는 뼈에, 그러니까 신체에서 가장 조그만 뼈에 엄청난 폭력을 가했기 때문이었다. 그들 중 청각을 완전히 회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산타 로살리아 섬의 첫 정착자들은 선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경미한 귀머거리들이어서, 이 나라 저 나라 말로 하는 그들 대화는 많은 부분이 “뭐요?”와 “더 크게!”로 구성되게 된다.
이러한 결함은 다행히 유전되지는 않았다.
앤드류 매킨토시나 젠지 히로구치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무엇이 자기들을 강타했는지 영원히 알지 못한다. 내세로 통하는 하늘색 터널의 저쪽 끝에 이르러서나 그 해답을 얻을까? 그들은 그 폭발과 앞으로 있을 또 한번의 폭발이 외계에서 오는 운석 소나기 때문이라는 선장의 이론을 받아들인다. 선장이 많은 것들을 터무니없이 잘못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온전히 믿지 않게 되었지만.
몸이 마비된 선장의 동생은 귀가 아직도 우는 가운데 청력이 약간 회복되었을 때쯤 버스를 바이아 데 다윈 호 가까이에 멈추었다. 바이아 데 다윈 호가 피난처가 되어 주리라 기대한 건 아니었다. 유리창이 온통 날아가 버리고 구명정도 없이 고물의 한 가닥 줄로 부두에 간신히 묶인 채 어둠에 싸여 영락없는 폐선 꼴을 하고 있는 그 모습을 보고도 그는 놀라지 않았다. 밧줄이 풀려 부두에서 한참 멀어진 이물에서는 트랩이 물 위에 드리워져 있었다.
바이아 데 다윈 호나 호텔 엘도라도나 약탈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부두는 포장지며 판지들 그리고 약탈자들이 내버리고 간 온갖 잡동사니로 어지러웠다.
*지그프리드는 거기서 형을 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형이 뉴욕을 떠났다는 말을 듣긴 했어도, 실제 과야킬에 도착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형이 과야킬 어딘가에 있다면, 그는 필시 죽었거나 부상당했을 것이며, 어떤 경우라도 누구에게 큰 도움이 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의 그 대목에서는 과야킬에 있는 그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만한 위치에 있지 못했다.
만다락스 가라사대:
스스로 도우라. 그리하면 하늘이 그대를 도우리라.
― 장 드 라 퐁텐(1621∼95)
그는 이 혼돈 속에서 차를 세울 만한 안전한 곳만 찾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어 보였다.
그는 ‘뛰면서 머리 위로 손뼉치기’든 ‘팔굽혀 펴기’든 ‘앉았다 일어나기’든 운동을 해서 어떻게든 헌팅턴 무도병이 일으키는 비자발적 춤을 억눌러 볼 요량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때 사람의 형상 하나가 상갑판에서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형의 모습이었지만 얼굴이 그늘에 가려 *지그프리드는 알아보지 못했다.
*지그프리드는 배에 유령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은 적이 있었다. 그는 지금 자신이 유령을 보고 있다고 믿었다. 그는 그 유령이 나라고 생각했다. 그는 지금 레온 트라우트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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