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폭발도 첫 번째 것과 마찬가지였다. 미사일이 접시 레이다와 교미를 한 것이었다. 이번의 레이다는 콜롬비아의 소형 화물선 산 마테오 호의 꼭대기에 있었다. 미사일에 생명의 불꽃을 부여한 페루 조종사 피카르도 코르테즈 소령은 그 미사일이 바이아 데 다윈 호의 접시 레이다와 사랑에 빠졌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바이아 데 다윈 호에는 이제 레이다가 없었고, 그래서 그 배는 그 '레이다 연모자'가 성적 매력을 느낄 만한 대상이 못되었다.
백만 년 전, 코르테즈 소령은 소위 '순전한 실수'라는 걸 저질렀던 셈이다.
덧붙여 말하면, '세기의 자연 유람'이 세계적 명사들을 한 배 가득 싣고 이미 예정대로 시작되었더라면, 페루는 바이아 데 다윈 호에 대한 공격을 명령하지 않았을 것이다. 페루가 세계 여론에 그렇게까지 둔감하진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항해가 취소되자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바이아 데 다윈 호는 말하자면 에콰도르 해군에 취역할 수 있는 '잠재적 군함'이었고, 따라서 폭탄이나 네이팜탄 혹은 기관총 세례를 받는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처지였다.
이때 산 마테오 호의 선원들은 달빛 가득한 늪지대에서 1주일 만에 처음으로 맛난 음식을 먹으면서, 그리고 머리 위에서 돌고 있는 접시 레이다가 성처녀 마리아처럼 자기들을 지켜 주리라 생각하면서, 난바다로 고향을 향해 가고 있었다. 마리아께서 어떤 위험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먹고 있던 것은 더는 제대로 우유를 제공할 수 없는 늙은 젖소였다. 그것은 산 마테오 호에 물자를 대는 거룻배에서 방수천에 덮여 있던 것이었다. 당시 젖소는 아직도 팔팔하게 살아 있었다. 선원들은 젖소를 해변 쪽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반대편 선측으로 끌어올렸다. 해에는 그 젖소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을 절망적인 사람들이 우글거렸다.
아무튼 엄청난 양의 단백질이 지금 에콰도르를 떠나고 있는 셈이었다.
그들이 젖소를 끌어올린 방법이 재미있다. 그들은 멜빵이나 짐그물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들은 밧줄로 두 뿔을 칭칭 동여맨 다음, 크레인 케이블 끝의 쇠갈고리를 매듭 깊숙이 찔러 넣었다. 그리고 크레인 기사가 케이블을 감아올리기 시작하자, 젖소는 이내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이렇게 처음 곧추 선 자세를 취하기는 평생 처음일 것이었다. 뒷발은 비스듬히 뻗고, 젖통은 드러내고, 앞발은 수평으로 내밀고 있는 꼴이 영낙 없이 캥거루가 서 있는 모양이었다.
이 커다란 포유동물을 만들어 낸 진화 과정은 이 동물이 온몸의 무게를 목으로 지탱하며 그런 자세를 취하게 되리라고는 짐작도 못했을 것이다. 젖소의 목은 이때 푸른발부비새나 백조 혹은 날지 못하는 가마우지의 목을 닮아 가고 있었다.
그때 당시 어떤 부류의 뇌들이 이 젖소의 비행 모습을 보았다면 배꼽을 잡고 웃었을 것이다. 그것은 정말이지 '우아'라는 낱말과는 거리가 먼 장면이었다.
산 마테오 호에 내려졌을 때, 젖소는 어찌나 심한 상처를 입었던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예상했던 바였고, 기꺼이 감수할 수 있었다. 선원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그렇게 끌어올린 소도 한 주 이상 살 수 있으며 잡아먹힐 때까지 제 살이 부패하는 걸 스스로 방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젖소가 당한 일은 과거 범선 시대에 커다란 육지거북이 당했던 일의 요약판이었다.
어느 경우든, 냉장은 필요 없었다.
그 행복한 콜롬비아인들이 '대고나이트'라는 최신형 고성능 폭약에 의해 산산이 박살난 것은 그들이 그 불쌍한 암소 고기를 씹고 있을 때였다. 대고나이트는 말하자면, 같은 회사에서 만든 '글라코'라는 약한 폭약의 아들이었다. 그러니까 글라코는 대고나이트를 낳았고, 그 둘 다 그리스 화약과 다이너마이트와 코르다이트와 TNT의 후손이었다.
그러므로, 크게 보면, 대고나이트를 발명한 커다란 뇌들이 젖소를 학대한 콜롬비아인들을 신속하고 무시무시한 징벌에 처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콜롬비아인들이 젖소를 얼마나 악랄하게 다루었던지, 소리보다도 더 빨리 날고 있던 리카르도 코르테즈 소령이 먼 옛날의 자비로운 기사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그때 그 역시 온몸으로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미사일이 무엇을 강타한지도 모른 채 윗사람들에게 바이아 데 다윈 호가 폭파되었다고 무선 연락을 취했다. 그는 그날 오후 과야킬 공항에다 미사일을 풀어 주고 지상에 돌아가 있던 동료 레이예스 중령에게 스페인어로 이런 메시지가 전달되도록 조치했다.
"맞는 말이더군요."
레이예스는 이 메시지를 받으면 미사일 발사가 성교만큼이나 짜릿하다는 데 그가 동의했음을 알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코르테즈 소령이 바이아 데 다윈 호를 침몰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은 결코 알지 못할 것이었다. 강어귀에서 박살나 햄버거 신세가 된 콜롬비아인들의 친지들 역시 그들이 그런 황당한 일을 당하게 된 연유를 결코 알지 못할 것이었다.
다윈의 견지에서 보면, 과야킬 공항에 명중한 미사일은 산 마테오 호에 명중한 미사일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었다. 공항의 폭발은 수천의 사람, 새, 개, 고양이, 쥐, 생쥐 등을 죽인 반면, 늪지대의 폭발은 단지 14명의 선원과 배에 있던 쥐 5백 마리와 새 2, 3백 마리 그리고 게와 물고기 몇 마리를 죽이는 데 그쳤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사실이 있다. 먹이 사슬의 맨 밑바닥에 대해서는, 그러니까 자기네 배설물과 조상들의 시체와 더불어 늪지대의 진창을 구성하는 수십억 수백억의 미생물에 대해서는, 그것이 효율적인 공격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미생물은 그 폭발이 그리 해가 될 게 없었다. 그들은 갑작스런 출발과 정지에 따르는 충격에 그리 예민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미생물들은 그래서 설령 마음이 있었더라도 핸들을 잡은 *지그프리드 폰 클라이스트가 기도하려는 식으로 갑작스런 정지를 통해 자살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그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별안간 옮겨졌을 뿐이다. 그들은 수많은 이웃들과 함께 공중을 날아 물보라를 치며 떨어졌다. 그리고 그들 대다수는 오히려 그 폭발이 선사한 젖소와 쥐들과 선원들과 여타 고등 생물들의 유해를 먹고 더욱 크게 번성하기까지 했다.
만다락스 가라사대:
자연이 얼마나 하찮은 것에 만족하는지 알면 경이롭다.
- 미셸 에켕 드 몽테뉴(1533∼92)
명망 높은 다이너마이트의 직계 후손 글라코의 아들인 대고나이트의 폭발은 강어귀에 엄청난 파도를 일으켰는데, 그 파도가 과야킬 부두에서 버스를 쓸어내려 기를 쓰고 죽고자 했던 *지그프리드 폰 클라이스트를 익사시켰을 때는 그 높이가 6미터에 달했다.
이때 훨씬 더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 파도가 인류의 미래를 대륙과 이어 주는 하얀 나일론 생명선을 툭 끊어 버렸던 것이다.
파도는 바이아 데 다윈 호를 1킬로미터 상류로 실어다가, 그곳 얕은 진창에 얌전히 올려놓았다. 배 주위는 어둡지 않았다. 달빛이 환한데다 과야킬 도처에 어지럽게 일어난 화재가 조명 구실을 해 주었다.
선장이 드디어 브리지에 올랐다. 그는 저 아래 어둠 속에 잠겨 있는 쌍둥이 디젤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쌍둥이 스크루를 작동시키자 배는 진창을 미끄러져 벗어났다. 자유였다.
선장은 뱃머리를 하류로 돌려 난바다로 향했다.
만다락스 가라사대:
그 배, 지구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은
유성처럼 외로이 빠르게 나아갔다.
―조셉 콘라드(1857∼1924)
바이아 데 다윈 호는 범상한 배가 아니었다. 인류에게 그것은 '제 2의 노아의 방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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