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정말 사랑해요. 나와 결혼해 주세요. 난 정말 외롭습니다. 정말 두려워요.”
메리 헵번은 *제임스 웨이트의 말에 몽상에서 깨어났다.
“기력을 아끼세요, 플레밍 씨.”
그녀가 말했다.
“손 좀 줘 봐요.”
그는 밤새도록 헛소리처럼 청혼을 반복하고 있었다.
“손을 한번 잡으면 놓아 주시지 않더군요.”
“약속합니다. 놓아 드리겠소.”
그녀가 손을 내밀자, 그가 힘없이 잡았다. 그는 미래나 과거에 대해 아무런 환상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는 섬유성 연축을 일으키고 있는 심장에 지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아래층에서 흔들리는 변기와 세면대 사이에서 쐐기처럼 끼여 자는 히사코 히로구치가 태아와 자궁에 지나지 않았다.
뱃속의 아이가 아니라면 살 희망이 없다는 것이 히사코의 생각이었다.
사람들은 늘 그랬던 대로 지금도 딸꾹질을 하며, 지금도 누군가 방귀를 뀌면 무두들 웃음을 터트린다. 그들은 지금도 아픈 사람이 생기면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하려 애쓴다. 바이아 데 다윈 호의 갑판에서 지금 *제임스 웨이트의 말벗이 되어 주고 있는 메리의 목소리처럼. 말이야 있든 없든, 그런 다정한 목소리에는 백만 년 전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환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그 무엇인가가 실려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모든 게 다 잘 될 거예요.” 메리는 이렇게 *웨이트에게 여러 가지로 말했지만, 그녀의 목소리만은 똑같은 메시지를 전했을 것이다.
물론 오늘날은 어떤 간병인도 메리 헵번만큼 복잡한 연애는 하지 않으며, 어떤 환자도 *제임스 웨이트만큼 복잡한 연애는 하지 않는다. 오늘날은 인간의 어떤 사랑 이야기도 그 위기는 하나같이 지극히 단순한 문제에서 비롯한다. 당사자들이 발정기이냐 아니냐는 것이다. 이제 남자와 여자는 1년에 딱 두 번 발정을 하는데, 물고기가 바닥났을 때는 그나마 단 한 번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는 곳은 지느러미발에 있는 작은 뼈 동강이다. 정말 많은 것이 물고기에 좌우된다.
메리 헵번과 *제임스 웨이트는 적당한 상황만 주어진다면 거의 언제고 사랑에 의해 자기네 상식을 뒤엎을 수 있었다.
태양이 떠오르기 직전 거기 상갑판에서, *웨이트는 진심으로 메리에게 사랑을 느꼈고 메리는 진심으로 그에게 사랑을 느꼈다. 밤새도록 그녀는 그를 ‘플레밍 씨’라 불렀는데, 그는 그녀더러 자신을 ‘윌러드’라고 불러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왜? 그는 거기서 자기 이름이 무엇으로 통하는지 기억할 수조차 없었기 때문에.
“당신을 굉장한 부자로 만들어 주겠소.”
*웨이트가 말했다.
“그래요, 그래,” 하며 메리가 그를 달랬다.
“이자가 복리로 늘고 있소.”
“기력을 아끼세요, 플레밍 씨.”
“나와 결혼해 줘요.”
“발트라에 가서 이야기하기로 해요.”
그녀는 그에게 삶의 희망으로 발트라를 제시하고 있었다. 밤새도록 그녀는 그에게 발트라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그 모든 좋은 것들에 대해 소곤소곤 속삭여 주었던 것이다. 마치 그곳이 파라다이스나 되는 듯이. 그곳 부두에는 성인들이며 천사들이 온갖 음식과 응급약을 갖고서 그들을 맞으러 나와 있을 터였다.
그는 자신이 죽어 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당신은 굉장히 부유한 미망인이 될 거요.”
“이제 그런 이야기는 그만하기로 해요.”
그와 결혼해서 그의 미망인이 되었다면, 그녀는 법적 상속 재산을 다 찾을 수 있었을까?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뇌를 가진 탐정이라도 그 가장 작은 실마리도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곳곳에 존재하지도 않는 가공인물을 만들어 놓았으니 그럴 수밖에. 지구 전체가 아무리 가난해진다 할지라도, 그들의 재산은 꾸준히 불어나고 있었고 그들의 예금은 미국이나 캐나다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멕시코의 과달라야라에 페소화로 개설해 둔 예금 계좌는 그때쯤엔 이미 말소된 상태였다.
만약 그때 불어나던 속도로 계속 불어났더라면, *제임스 웨이트의 소유지는 지금 온 우주를 둘러싸고도 남을 것이다. 만약 사람의 인구가 그때 불어나던 속도로 계속 불어났더라면, *제임스 웨이트의 소유지는 지금 꽉 차고도 넘칠 것이다.
어제만 해도, 백만 년 전만 해도, 인간은 뭔가 불리려는 그 불가능한 꿈들에 왜 그리도 열중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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