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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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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41>

김기협 위원의 SF기획 - 보네거트 작/박웅희 옮김

그런데, *웨이트는 재생산 경력자였다. 그는 아주 오래 전에 한 골동품상을 내세로 통하는 하늘색 터널로 보내 버리기도 했지만, 한 상속자의 탄생을 거들기도 했던 것이다. 진화론의 기준에서 보면, 그는 살인자로서도 아버지로서도 썩 쓸만한 존재였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는 고작 열여섯의 나이에, 그러니까 백만 년 전의 기준으로 인간 수컷의 성적 황금기에 아버지가 되었다. 그 내력은 이랬다.

아직 오하이오의 미들랜드에 있을 때인 유월의 어느 뜨거운 오후, 그는 자동차 판매업자로 패스트푸드점도 여럿 가진 드워인 후버라는 부자네 잔디밭에서 잔디를 깎고 있었다. 그에겐 아내만 있었지 자식이 없었다. 마침 후버 씨가 업무차 신시내티에 간 탓에 후버 여사만 집에 있었는데, *웨이트는 여러 번 그 집 잔디를 깎았음에도 그녀의 얼굴조차 보지 못한 터였다. 그녀는 은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커다란 뇌가 너무나 괴팍해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가 어려웠다. *웨이트가 듣기에 그녀는 술과 마약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었다.

당시의 *웨이트는 미남자였다.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 역시 잘 생긴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인물이 좋은 집안에서 났던 것이다. 날이 몹시 더웠는데도 *웨이트는 한사코 셔츠를 벗지 않았다. 여러 양부모들을 거치면서 받은 체벌이 몸 여기저기에 온갖 흉터를 남겨 놓았기 때문이었다. 후에 맨해튼 섬에서 남창 생활을 할 때, 그의 고객들은 담뱃불과 허리띠 버클 같은 것들에서 입은 그 흉터들을 보고는 무척이나 흥분들 하곤 했다.

*웨이트가 섹스에 미쳐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는 가출 후 어쩌다 맨해튼으로 갔을 뿐이었고, 감방 신세를 질 생각도 전혀 없었다. 그는 경찰에 얼굴이 꽤나 팔려서 그 자신은 한 차례도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는데도, 강도사건 같은 것이 터질 때마다 경찰이 찾아와 이것저것 캐묻곤 했다. 경찰은 어떤 식으로든 늘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종종 이런 식의 말을 던졌다.

"애송아, 넌 언제든 걸려들게 돼 있어."

어쨌든, 그날은 후버 여사가 몸에 착 달라붙는 수영복 차림으로 현관에 나타났다. 집 뒤에 수영장이 있었다. 얼굴은 주름이 패이고 삭았고 치아는 형편없었지만, 몸매는 아직도 삼삼했다. 그녀는 *웨이트에게 냉방중이니까 집안으로 들어가 냉차나 레모네이드나 한 잔 마시며 땀 좀 식히라고 권했다.

그 다음 벌어진 일에 대한 *웨이트의 기억은 그녀가 그와 섹스를 하면서 자기들 두 사람은 다 패배자라며 흉터에 키스를 해대고 어쩌고 했다는 것이 전부였다.

후버 여사는 임신을 해서 아홉 달 후엔 아이를 출산했고, 후버 씨는 그 애를 자기 아이라 믿었다. 잘 생긴 사내아이였는데, 자라면 음악성이 뛰어난 훌륭한 무용수가 될 터였다. 꼭 *웨이트처럼.

*웨이트는 맨해튼으로 옮겨간 후에 그 아이에 대해 들었지만, 그 아이를 피붙이로 여길 수는 없었다. 그는 그 아이 일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수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커다란 뇌가 느닷없이, 그가 아니었으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그 사내아이가 이 세상 어딘가에서 춤을 추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 생각만 하면 안절부절 못하곤 했다. 그것은 그토록 하찮은 사건이 낳은 결과로는 너무나 큰 것이었다.

그 어렸을 적 그가 무엇 때문에 아들을 바랐겠는가? 그로서는 아예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다.

덧붙이자면, 오늘날 인간 수컷의 성적 황금기는 여섯 살 무렵이다. 여섯 살배기가 발정한 여성을 만나면, 성교에 미치는 것을 막을 재간이란 아예 없다.

나는 *웨이트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 열여섯 살 때 내가 어땠는지를 지금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토록 흥분되면 정말 죽을 맛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몇 차례 오르가즘을 느껴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한 차례의 오르가즘을 겪은 뒤 또 한 10분 지나면, 어땠을 것 같은가? 또 한 번 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소용이 없었다. 숙제할 것은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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