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카보노 처녀 하나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선장은 아주 늦게야 알았다. 아무도 그에게 말해주려 하지 않은 탓도 있고, 칸카보노 처녀들이 인종주의자인 그를 싫어해서 피해 다닌 때문이기도 했다. 그들은 대개 그가 깊이 잠든 야밤에만 물을 길으러 분화구 건너편의 그가 있는 쪽으로 왔다. 그들은 선장의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그를 싫어한다. 자기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아이들의 아버지인데도.
가미가제가 태어나기 한 달 전, 선장은 메리와 함께 쓰는 깃털 침대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분화구 꼭대기에서 파 내려가 물이 새는 곳을 찾아 샘물이 새나오는 속도를 통제하는 힘을 확보한다는 멋진 계획을 그의 큰 뇌가 들이미는 바람에 괜히 마음이 들뜨고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 샘물의 속도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도.
그 일은 쿠푸의 대 피라미드나 파나마 운하보다 더 힘들 것이 없는 토목사업이었다. 선장은 한밤중에 침대에서 일어나 바람을 쐬러 나갔다. 보름달이 중천에 올라 있었다. 그가 샘에 이르렀을 때, 칸카보노 여자들이 거기서 마치 애완동물을 쓰다듬듯 대야에 가득한 물을 어루만지기도 하고 서로 튀기기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무척이나 재미있게 놀고 있었고, 다들 머지않아 아이를 낳을 참이라서 특히 기분이 좋았다.
그들은 선장을 보자 곧 장난을 멈췄다. 그의 출현이 불쾌했던 것이다. 선장 역시 벌거벗고 있었기 때문에 무척 당황했다. 거기 누가 있으리라고 예상하지 못한 그는 이구아나 껍질로 만든 기저귀조차 걸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칸카보노 여자들은 산타 로살리아 생활 10년만에 처음으로 남자의 생식기를 보게 되었다. 그들은 웃을 수밖에 없었고, 그 웃음은 멈춰지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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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은 거처로 돌아갔다. 메리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는 칸카보노 여자들의 웃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곧 잊어버렸다. 처녀 하나는 뱃속에 종양이나 기생충이나 전염병을 가졌고, 그러니 지금은 저렇게 낄낄거리고 있어도 아마 얼마 못 가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그가 메리에게 그 불룩한 배에 대해 말하자, 메리는 그를 보고 이상야릇한 웃음을 던졌다.
“그게 웃을 일이오?”
“제가 웃었나요? 이런, 웃을 일이 아닌데.”
“그건 절대로 작은 병이 아니오.”
“전적으로 동감이에요. 하지만 지켜볼 밖에요. 우리가 달리 어떻게 하겠어요?”
“그 앤 아주 명랑했소. 근데 참 이상하단 말이야. 배가 그 지경인데도 조금도 개의치 않는 눈치니…….”
“당신이 늘 말하는 것처럼 그 애들은 우리와 달라요. 생각이 아주 원시적이죠. 무엇이든 얻을 생각만 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들 생각하죠. 그래서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예요.”
메리는 만다락스를 침대 머리에 두고 있었다. 그때 겨우 열 살이던 털북숭이 아키코와 메리 외에는 정착자들 가운데 만다락스에게서 아직 조금이라도 기쁨을 얻어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선장이든 셀레나든 히사코든 누군가가 만다락스의 쓸데없는 충고, 공허한 지혜나 따분한 유머에 넌더리가 나서 오래 전에 바다에 내던져버렸을 것이었다.
선장은 사실 만다락스에게서 인간적인 모욕을 느꼈다. ꡐ펄럭이는 커튼ꡑ의 우스꽝스런 선장을 다룬 시를 찾아낸 것이 만다락스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메리는 만다락스에게서 배가 부어오르는데도 낄낄거릴 수 있는 그 칸카보노 여자의 선장이 생각하는 바 무지에 관한 논평을 찾아낼 수 있었다.
가장 행복한 삶은 슬픔과 기쁨을 알기 전의 무지에 있다.
― 소포클레스(BC 496∼BC 406)
아무튼 메리는 과거에 남성이었던 나로서는 밉살맞은 짓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선장을 농락하고 있었다. 내가 여자로 태어났더라면 달리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당시 재생산 과정에서 남성들이 수행하던, 그리고 지금도 수행하고 있는 역할이 빈약함을 은근히 야유하는 메리 헵번에게 갈채를 보냈을지도 모른다. 재생산 과정에서 남성의 역할은 달라진 게 없다. 남자란 그저 흥분하면 싱싱한 정자를 쏟아내는 멍청이일 뿐이다.
처음에는 은근하던 메리의 야유가 차츰 노골적이고 심술궂은 것으로 변하게 된다. 가미가제가 태어나고 그가 자기 아들임을 알게 되자 선장은 왜 자기와 상의하지 않았냐고 말을 더듬어 가며 항의했다.
이에 메리가 대답했다. “당신은 아이를 아홉 달 동안 배지 않아도 되었고, 또 아이를 두 다리 사이로 뽑아낼 필요도 없었어요. 그럴 리도 없겠지만 당신이 설령 그럴 뜻이 있더라도 아이에게 젖을 줄 수도 없어요. 그리고 아이를 기르는 걸 당신이 도와주리라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당신은 제발 간섭만 하지 않으면 된다구요.”
“그래도 그렇지…….” 그가 수그러들지 않으려 했다.
“어이구, 맙소사! 바다이구아나 침으로라도 아이를 만들 수 있었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폐하를 성가시지 않게 할 걸 그랬죠?” 메리가 윽박질러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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