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람을 위해 멀티플렉스 극장을 찾던 관객들의 발걸음이 바뀌고 있다. 마니아급 관객일수록 멀티플렉스보다는 작은 규모의 단관극장으로 몰리며 예술영화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크게 보여주고 있는 것. 이를 반영하듯 최근 개봉한 비상업 예술영화들이 눈에 띄는 선전을 하면서 국내 박스오피스에 속속 랭크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박스오피스에 오르는 작품 편수도 매주 평균 14~15편에 이르고 있을 정도로 늘고 있다. 이는 박스오피스 8위까지의 순위집계도 어려웠을 정도로 개봉 영화편수가 부족했던 지금까지의 사정을 감안하면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비상업영화 예술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지지야말로 다양한 장르의 영화배급으로 이어지면서 극장가의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멀티플렉스는 이제 그만?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서울 대학로의 예술영화전용관 하이퍼텍 나다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장선영 씨는 "예술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성향이 지속적일지는 아직까지는 더 두고 봐야 하는 일이지만 같은 영화를 몇 개 스크린에 동시에 걸고 있는 지금의 멀티플렉스의 운영 행태에 대해 불만이 나타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이퍼텍 나다의 관객이 올 상반기 들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영화계에서는 적게는 5개에서 많게는 10개 이상의 스크린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관객들의 다양한 관람욕구를 채워주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성수기에 심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국내 대표적인 멀티플렉스 체인인 CGV의 경우 4~5개의 영화만으로 10여 개의 스크린을 채우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이에 비해 지난 1월 27일 하이퍼텍 나다에서 개봉한 <미 앤 유 앤 에브리원>과 <스테이션 에이전트>는 개봉 초기 70% 이상의 객석점유율을 기록하며 현재까지 상영이 이어지고 있다. 극장 측에서는 이런 추세대로라면 2월 말까지 상영은 무난하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작은 규모의 예술영화가 극장 수입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 300~400개 스크린에서 와이드 릴리즈로 개봉되는 메이저 영화에 비해 단관 수준으로 개봉되는 이들 영화의 매표 수익은 극히 한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선영 씨는 "극장수입만으로 영화의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어렵지만 부가판권수익을 더하면 손해는 아니다"라며 "3월에는 애니메이션 <키리쿠와 야수들>을 20개 관에서 상영, 이런 종류의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과 태도가 얼마나 변화하고 있는지를 좀더 면밀하게 따져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 영화제의 활성화와 관심이 기폭제 작은 영화의 '알찬' 흥행에 불을 당긴 작품은 짐 자무쉬 감독의 <브로큰 플라워>와 이누도 잇신 감독의 <메종 드 히미코>. 12월 8일 전국 2개 관에서 개봉된 <브로큰 플라워>는 상영 두 달 만에 관객 2만 명을 돌파했으며 현재 광주극장과 부산시네마테크에서 롱런 중이다. 5개관에서 개봉된 <메종 드 히미코>는 개봉 4주차인 현재 4만 명의 관객을 넘어선 상황. 두 영화를 배급한 영화사 스폰지의 이지혜 부장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영화를 영화제를 통해 만나게 되면서 관객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부산과 전주, 부천 등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영화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졌고 간간히 유럽과 일본 영화를 소개하는 군소영화제가 개최되면서 예술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 스폰지는 올해부터 아예 서울 다운타운가에 있는 시네코아 극장의 한 개 관을 임대해 '스폰지 하우스'란 이름의 예술영화 전용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지혜 부장은 "멀티플렉스와 차별화된 극장의 분위기도 관객의 발걸음을 잡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하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국내 메이저 영화들이 흥행 위주로 마케팅을 한다면 작은 규모의 영화들은 적은 비용으로 영화를 좀 더 정직하게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 영화를 어렵게 멀티플렉스에 넣어서 상영했을 때보다 예술영화전용관에서 상영할 때 흥행성적이 훨씬 좋게 나타난다는 것. 3월 개봉될 작은 규모의 영화로는 우리 영화 <신성일의 행방불명>과 <달려라 장미>,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상을 수상한 중국영화 <망종>과 2005년 일본 최고 영화로 선정된 <박치기!> 등 4~5편 수준이다.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관객들의 변화가 비상업 예술영화에 대한 관심과 더 나아가 국내 영화문화의 다양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