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오기현 |
출연 명계남, 성지루, 성현아, 이선균
제작 조우필름 | 배급 시네마서비스|
등급 18세 관람가
시간 104분 | 2006년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의 영화제목처럼 실제로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는 법이다. 하물며 자신이 저지른 일을 다른 누군가가 물고 늘어졌을 때 사람들은 극한 공포에 스스로 무너져 내린다. '협박난무 느와르'라 스스로 칭한 <손님은 왕이다>는 이발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순진한 이발사와 무자비한 협박자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끌려가는 남자와 이유도 대지 않고 그의 뺨을 갈겨대는 남자. 영문도 모르는 피해자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의아해 하지만 계속되는 뭇매에 이내 눈물을 흘리며 가해자의 바지가랑이를 부여잡는다. 도대체 어떤 이유가 이들에게 이런 종속적인 관계를 부여했을까? 영화는 바로 그같은 의문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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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왕이다 ⓒ프레시안무비 |
변두리 이발관에서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안창진(성지루)은 소심하고 순진한 이발사다. 어느날 그의 가게에 자신을 김양길(명계남)이라 밝힌 남자가 들어오면서 평화롭던 일상이 깨진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지…"라며 대뜸 폭력을 휘두르는 김양길에게 영문도 모른채 당하기만 하는 안창진. 하지만 뺑소니 사고를 목격했다는 그의 말에 뒤가 뜨끔한다. 이발관에 찾아올 때마다 두배씩 돈을 뜯어가는 그에게 안창진은 사채까지 얻어 돈을 댄다. 하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내(성현아)까지 넘보자 해결사(이선균)에게 김양길의 뒷조사를 부탁한다. 이 영화로 데뷔한 오기현 감독은 대학시절 감명깊게 본 연극 <콘트라베이스>를 보고 <손님은 왕이다>의 영감을 얻었다. 당시 이 연극은 명계남이 주연으로 출연(현재 상연중이다)했고 오감독은 미국 유학 후 시나리오 한권을 완성했다. '명배우 죽이기'로 이름붙여진 당시의 그 시나리오가 <손님은 왕이다>의 초고였던 셈. 결국 이 영화는 배우 명계남의 삶에서 영감을 얻은 셈이다. 협박과 불안, 긴장과 호기심이 이어지던 영화는 후반부에 들어서 영화 속 김양길에게 영화 밖 명계남의 삶을 접목시킨다. 반전을 노린 영화의 결말에 명계남의 삶이 힌트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 실험적 시도는 그리 파장이 커보이지 않는다. 급격한 클라이막스 후에 예상치 못한 실체적 진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야말로 이런 장르의 영화가 지니는 특징이자 재미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지점에서 영화는 다소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추락한다. 김양길의 정체가 밝혀지고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지만 이미 바닥을 드러낸 호기심을 추스르기엔 역부족이다. 한때 한국영화는 명계남이 출연하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로 나뉘었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이 영화가 조금 더 일찍 만들어졌어야 하는 건 그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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