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대우 |
출연 한석규, 이범수, 김민정, 오달수, 김기현
제작 비단길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
등급 18세 관람가
시간 139분 | 2006년 사대부 집안 장손이자 당대 최고의 문장가 김윤서(한석규)는 친동생이 당파싸움에 휘말려도 그저 묵묵히 바라보기만 하는 소심한 양반이다. 왕의 총애를 받는 정빈(김민정)은 그런 그를 맘에 두고 자신과 관련된 사건 해결을 맡긴다. 김윤서는 가문의 숙적이자 악명높은 의금부도사 광헌(이범수)을 대동하고 저자거리로 나선다. 이 와중에 유기전 한귀퉁에서 난생 처음 난잡한 책을 접한 그는 알 수 없는 흥분에 사로잡힌다. 동생일과 관련된 상소를 올리라는 집안의 성화는 뒤로 한 채 난잡한 책에 정신을 빼앗긴 김윤서. 급기야 추월색이란 필명으로 음란소설에 도전하고 총판을 맡고 있는 유기전 주인(오달수)은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의 책은 광헌이 그린 삽화가 첨부되며 장안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되고 윤서는 자신에게 다가온 정빈과의 관계마저 책속에 녹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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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서생 ⓒ프레시안무비 |
과연 <왕의 남자>가 몰고 온 사극의 바람을 <음란서생>이 이어갈 수 있을까? 이 작품으로 데뷔한 김대우 감독은 이제껏 보지못한 신선한 유머를 포인트로 삼았다. 현재의 음담패설이 사극의 시대상황과 접목되는 방식은 꽤나 재기발랄하다. 현시대의 룸살롱 문화와 댓글, 동영상 등의 단어가 등장하며 화류계에서나 오갈 법한 음란한 상상을 그리고 있지만 계급사회의 규범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그것들을 포장해 낸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시나리오를 쓴 김대우 감독은 자신의 연출작 <음란서생>에서도 세련되고 기품있는 대사를 주무기로 삼는다. 덕분에 한석규의 느릿하고 젠체하는 말투는 제자리를 찾은 듯 김윤서의 의뭉스러움을 도드라지게 한다. 김 감독은 그런 김윤서의 목소리를 빌어 '글쓰는 이=시나리오 작가=영화감독'의 애환을 유머러스하게 토해낸다. 감독 자신이 시나리오 작가였던 만큼 마감과 독자의 반응에 민감해 하는 김윤서의 작가생활이 꽤나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건 바로 그때문이다. 코믹한 드라마의 줄기에 김윤서와 정빈의 사랑이 첨가되면 영화는 사뭇 엄숙한 표정을 짓는다. 그들의 관계를 질투하는 왕과 삼각관계의 로맨스가 만들어지지만 감정 터치는 다소 허공을 맴도는 느낌이다. 차라리 유머와 웃음에 집중했다면 어땠을까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그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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