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에서 1시간30분 남짓 서남향 비행이 마무리될 즈음, 중국 저장(浙江)성의 항저우(杭州)가 눈에 들어온다. 생각보다 작은 규모의 항저우 국제공항은 최근 아시아 영화인들의 발걸음이 잦아진 곳이다. <영웅>과 <무극> 등의 작품이 촬영된 중국헝디엔종합촬영소(橫店影視城)로 이동하려면 이곳에서 육상교통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곳에는 정우성, 김태희 주연의 우리영화 <중천>(제작 나비픽처스, 조동오 감독)이 막바지 촬영을 진행중이다. 공항에서 2시간30분을 달려 도착한 그곳에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3국 영화스탭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지난 27일 늦은 밤에 찾은 헝디엔종합촬영소. 1840년대 광저우(廣州) 거리를 재현하며 <아편전쟁>(1995)을 촬영한 이후, 이곳은 진시황궁과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중국 청명절 도성을 묘사한 그림), 광저우제(廣州街), 작년에 완성된 자금성(紫禁城) 세트와 대규모 실내스튜디오가 건설되면서 영화세트장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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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천 ⓒCJ엔터테인먼트 |
작년 10월부터 이곳에서 촬영을 시작한 <중천>은 죽은 영혼이 49일간 머물수 있는 공간인 '중천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 중천으로 빨려들어간 퇴마무사 이곽(정우성)이 그곳을 지키는 천인 소화(김태희)를 만나 사랑을 느끼게 되고, 중천에서 반란을 일으킨 반추(허준호)와 피할수 없는 대결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통일신라가 시대적 배경이지만 진시황궁과 청명상하도 세트를 중심으로 중천세계를 표현하며 현재 90%가량 촬영을 마쳤다.
. 순제작비 110억원, 한중일 스탭들 참여 밤 9시 경 촬영이 시작된 실내스튜디오에는 한, 중, 일 스탭들의 대화가 한창이다. 서로 자국어로 묻고 답하지만 6개월 간 함께 뒹굴다보니 웬만한 의사소통은 눈짓, 몸짓만으로 충분하단다. 수염이 덥수룩해진 최정화 프로듀서는 "한국스탭이 메인을, 중국스탭이 보조를 해주고 있지만 '이렇게 하자' 한마디면 모든 게 원활히 움직인다"며 언어소통의 어려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날 촬영한 내용은 이곽과 반추의 마지막 대결 장면. 반추에게 사로잡힌 소화를 구출하기 위해 이곽의 칼이 허공을 가른다. 약 80일 동안 가로 25m, 세로 40m, 높이 16m의 실내스튜디오에 32개의 기둥을 설치하고, 바닥에 130t의 물을 채운 세트에는 허준호와 정우성이 서로 칼을 겨누고 있고 한쪽 기둥에 김태희가 매달려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마지막 액션촬영을 위해 촬영장을 지키고 있는 정두홍 무술감독은 "간간이 대역들이 카메라 앞에서 서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액션을 배우들이 소화하고 있다"며 "특히 정우성의 액션은 <무사>때보다 각이 살아 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중천> 촬영팀이 굳이 헝디엔에 촬영장을 꾸민대는 이런 대규모 세트장과 싼 인건비가 한몫 했다. 판타지무협멜로를 표방한 <중천>의 순수제작비는 110억 원. 투자배급을 맡은 CJ엔터테인먼트 측이 대규모 마케팅을 예고한 만큼 총 제작비는 약 15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트임대료가 거의 들지 않는 헝디엔종합촬영소는 <중천>의 촬영장으로 최적의 조건이었다. 최정화 프로듀서는 "한국에 비해 세트임대료와 인건비가 상상할수 없을 만큼 싸고 이미 완비된 대규모 세트가 한국에서 시도하기 힘들었던 다양한 장면의 촬영을 가능하게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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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천 ⓒCJ엔터테인먼트 |
. 헝디엔촬영소 최초의 나이트 신 하지만 규모의 장점은 때로 단점이 되기도 했다. '중천'이란 공간이 이승과 저승의 중간계를 표방한 탓에 영혼이 부유하는 밤에 주로 촬영이 시작됐고, 촬영팀은 헝디엔촬영소가 생긴 이래 최초로 나이트 신을 촬영했다. 문제는 필요한 조명기기가 생각보다 많아야 했다는 것. 상하이까지 제작부를 보내 모든 조명회사의 조명기를 구했지만 넓은 세트에 제대로 빛을 조절할 수 없어 다른 지방에까지 범위를 넓혀야만 했다. 제작사 나비픽처스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성수(<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연출) 감독은 "<영웅>을 촬영한 진시황궁에 대형 크레인 8대를 설치하고 1400kW의 전력으로 빛을 쏟아냈다"며 "그때의 장관은 잊을 수가 없다. 이곳에 1억 원을 들여 새로운 세트장을 짓기도 했는데 한국에서 이 정도 규모라면 5억 원 정도가 소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천>에는 이 외에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제작된 디지털 배우가 주연배우의 고난도 액션연기를 대신할 예정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디지털 콘텐츠 연구단이 총 288억 원을 들여 개발한 디지털 액터가 직접 영화에 출연한다고. 배우들의 머리카락과 피부, 근육 등의 동작을 컴퓨터로 모델링하고 실제와 똑같은 캐릭터를 제작해 영화에 삽입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에 모든 촬영을 마친 <중천>은 컴퓨터그래픽 등의 정교한 후반작업을 거쳐 올 연말 개봉될 예정이다.
아시아 영화의 메카를 꿈꾸는 중국헝디엔종합촬영소 <영웅>에서 이연걸이 진시황을 알현하는 진시황궁 세트와 송나라 시대의 화가 장택단의 그림 '청명상하도'를 재현한 세트장, 1800년대 초의 광저우 지역을 그대로 옮겨놓은 광저우제(廣州街)와 80%의 비율로 완성된 자금성 세트. 1997년 첸카이거 감독의 <시황제의 암살>을 통해 이름을 알린 헝디엔종합촬영소는 연 80~100여편의 TV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장으로 이용되며 중국내 관광지로 급부상 중인 곳이다.  | | 헝디엔종합촬영소 전경 ⓒ프레시안무비 | 실크와 식품을 주업으로 하는 중국 헝디엔 그룹이 아시아권 영화촬영과 관광지로의 수입을 위해 개발을 시도했고, 현재 숙박과 요식업으로 헝디엔 전체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중천>의 나이트신이 촬영된 진시황궁 세트에만 130억 원이 투여됐으며 앞으로 상하이 거리 등이 재현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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