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의 행보가 빨라졌다. 간간이 TV CF에서 사람좋은 미소를 흘리던 그가 스크린에 등장하는 텀이 짧아지고 있다. <유령>에서 <무사>까지의 기간이 2년, 그리고 다시 2년 후에 <똥개>에 출연했다면, <내 머릿속의 지우개> 이후에는 <새드무비>, <데이지> 등의 작품에 연이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작 <데이지>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촬영하고 지난해 10월 중국 헝디엔으로 날아간 그는 이 영화의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중국 헝디엔종합촬영소에서 장발의 검은 가발과 통일신라시대 의상을 입고 퇴마무사로 분한 정우성을 만났다. 촬영장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와의 일문일답.
- 네덜란드에서 중국까지 해외에서 생활이 꽤 오래됐다. <데이지> 때문에 암스테르담에 있었고 지난 10월에 <중천> 때문에 중국에서 지내고 있다. <데이지> 개봉때 잠깐 한국에 있었던 것을 빼면 8개월 동안 외국생활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즐겁다. 영화촬영장보다 즐거운 곳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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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CJ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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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데이지>가 상영 중인데 신경쓰이는 부분이 없지 않겠다. 흥행(웃음). 사실 배우는 흥행과 상관없이 영화에서 얻어가는 부분이 있다. <데이지>를 촬영하면서 한가지 정도 얻어가길 바랬는데 결과적으로 다섯가지 정도를 얻은 것 같다. 합작이란 점도 그랬고 외국 감독, 스탭과의 작업에서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작품 만큼은 정말 흥행이 잘 됐으면 하고 바랬다.
- 최근에는 영화에 출연하는 텀이 많이 짧아졌다. 촬영이 계속되고 있는데. 사실 더하고 싶은 욕심이다. 한국배우들처럼 작품수가 적은 배우들은 전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20대에 청춘영화를 더 많이 했어야 했다고 후회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30대에 할 수 있는 작품을 해놔야 40대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또 우연치않게 30대가 되면서 좋은 작품에 대한 제의가 많았다.
- 그 동안의 행보를 돌아본다면, 스스로 어떠한가? 사람이란 게 그렇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이만큼 알게됐구나라고 느낄 수는 없는 것 같다. 그저 카메라 앞에서 표현하는 방법이 좀더 다양해지고 자신감이 생겼다. 내가 가진 재능이 어떤 것인지 조금씩 알아나가고 있다.
- <중천>은 이승과 저승, 중간계에서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퇴마무사 이곽으로 분했는데, 어떤 캐릭터인가. 돌이켜보면 나와 전혀 다른 캐릭터로 분한 건 <똥개>의 철민이었다. 그 외에 내가 갖고 있는 성향을 끊임없이 투영했던 것 같다. 그렇기에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고 그랬던 것도 같고(웃음). 이곽 역시 내 성향과 가치관이 가장 많이 투영되어 있는 캐릭터가 아닐까. 다시 슬픈 사랑에 눈물 흘리고 있다(웃음).
- 강도 높은 액션신이 기대된다. 정두홍 무술감독은 "이제 정우성은 액션의 각이 나온다"고 하던데. 사실 나이가 어렸을 때는 더 겁 없이 몸을 던졌다. <비트>때는 허리 디스크가 파열될 정도 였으니까. 물론 지금은 덜 힘들다. 두홍이 형 말로는 내공이 쌓여서 그렇다는데, 같은 합을 하더라도 준비하는 시간이 많이 짧아졌다. 물론 체력은 좀 떨어지는 것 같고(웃음). 와이어 액션을 처음했기 때문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와이어가 주는 매력은 도움닫기 몇 번에 초능력을 발휘한다는 거다. 정말 대단하다(웃음).
- 부상을 염려해서 보험에 가입했다고 들었다. 별로 큰 부상은 없었다. (곰곰히 생각하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지난 번에 와이어를 탔는데 잡아줘야 할 부분에서 놓치는 바람에 뒤로 넘어져서 뼈가 보일만큼 살이 파인 것 외에는 뭐(웃음).
- 이곽의 상대 소화 역에 김태희가 캐스팅됐는데, 그녀와는 첫 호흡이다. 태희가 <중천>을 통해서 영화작업에 대한 매력에 빠졌으면 좋겠다. 사람과 사람의 교류에 대해 충분히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행히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성격인 것 같다.
- 작품을 같이하기 전에는 전혀 교류가 없었는데. TV에서 한번 정도 봤는데 눈을 굉장히 무섭게 뜨떠라(웃음). 그게 TV드라마 '천국의 계단'이었는데 역할이 그래서 그랬던 것 같다. 촬영하다보니까 눈이 참 예쁘더라. 내가 데뷔 초에 정우성은 왜 그리 눈에 힘을 주냐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 친구도 그런 여지가 있는 눈을 갖고 있다(웃음). 눈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한다.
- 이른바 한류의 최일선에 있는 배우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글쎄. 난 그저 배우로서 연기를 할뿐이다. 한류가 시작될 때도 그랬고 끝난다고 해도 그럴 것이다. 한류가 사라진다고 해서 배우로서의 내 삶이 끝나는 것은 아니지 않나.
- <중천>을 통해서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이 작품에서는 관객에게 정우성은 무협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듣고 싶다.
- <중천>에서는 천인 소화와 운명을 거스른 사랑을 그리고 있다. 지금까지 힘겨운 러브스토리가 필모그래피를 채우고 있는데. 내가 기획자라면 <귀여운 여인> 같은 영화에 캐스팅 할텐데(웃음). 지금까지 눈물 많은 연기가 많았기 때문에 유쾌하고 발랄한 사랑을 연기하고 싶다. 더불어 신분상승도 해야지. 지금까지 노비, 백수, 킬러 이런 역할들만 했으니까(웃음).
- 연출을 하고자 하는 꿈은 여전한가. 계획은 어떤가. 영화는 내게 감독이 되고픈 꿈을 줬다. 시나리오 작업은 여전히 하고 있고 빠른 시간 안에 그 꿈을 이루고 싶다.
. TV시트콤 '레츠고'로 데뷔한 지 4년. 그 동안 탤런트 김태희는 7편의 TV드라마에 출연하며 자신이 입지를 굳혔다. <천국의 계단>,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이후에는 아시아 한류의 선봉에 자리하며 미녀 탤런트의 대명사로 꼽히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지난해 가을 소속사를 옮겼을 때 많은 영화관계자들이 쾌재를 불렀다. 연기자가 소속사를 옮긴다는 건 새로운 장르에 대해 도전하고픈 욕망이 내재됐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여자배우의 부재에 고민하던 제작사들은 그녀에게 시나리오를 배달했고 김태희는 나비픽처스가 보내온 조동오 감독의 판타지액션멜로 <중천>을 첫 주연작으로 선택했다. 물론 우여곡절도 있었다. 처음 <중천>의 시나리오를 보곤 대사의 무협용어를 이해하지 못해 정중히 거절했고 그런 그녀를 위해 제작사는 시나리오 밑에 각주를 달아 다시 보내왔다. 그녀 스스로 "무협만화나 소설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을 처음으로 후회했다"고 한다. 2001년 <선물>과 2002년 단편영화 <신도시인>에 출연한 일이 있지만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처음이기에, 김태희는 중국 현지에서의 촬영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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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CJ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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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비해 살이 많이 빠졌다. 5kg이나 빠졌다. 중학교 이후로 이렇게 빠지긴 처음이다(웃음).
- 그동안 CF제의도 포기하고 <중천>에 올인했다고 들었다. 중국 헝디엔에서 6개월이다. 사실 나 뿐만 아니라 정우성 선배님도 많이 포기하셨는데(웃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지나고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
- 액션이 많다보니 처음 와이어를 타고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고. 사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없었는데 영화란 장르에 대해 적응해야하고 부담도 커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런 와중에 액션을 하다보니 별로 아프지도 않았는데 눈물이 나왔다(웃음).
- <중천>에서 이승과 저승의 중간계인 중천을 지키는 천인 소화로 분했다. 촬영 전에 모델로 삼은 작품이 있을 것 같은데. <영웅>과 <연인>, <무사>를 봤다. 무협지나 무협만화를 많이 읽었으면 좋았을텐데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처음엔 시나리오에 나오는 용어들이 많이 어려웠다. 시나리오를 이해하고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어릴때 <천녀유혼>을 봤던 기억이 나서 다시 봤는데 왕조현씨가 연기한 캐릭터와 소화는 많이 달랐다. 왕조현씨 캐릭터가 섹시하다면 난 순수한 캐릭터라서. 음… 전혀 섹시하진 않다(웃음).
- 판타지 액션이란 장르가 쉽지 않을텐데. 게다가 무협요소가 강하다. 독특한 장르가 끌렸다. 난 잔잔한 멜로물을 좋아하는데 이런 장르를 언제 다시 해볼 수 있을까란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다. 또 나와 비슷한 점도 많았다. 어린 시절에는 굉장히 남자같고 골목대장 스타일이었다.
- 왜 지금 영화를 선택한 건가. 앞으로는 영화만 할 거야 이런 생각은 없고, 드라마든 영화든 내게 맞는 역할이 있으면 하고 싶다. 지금은 영화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TV드라마를 하면서 스케줄에 쫓겨 연기에 대해 고민할 시간조차 없었는데, 중국에 와서 오랫동안 지내다 보니 연기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도 많고 느끼는 것도 많다. 앞으로 배워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됐다.
- 정우성과의 첫 연기인데, 두 사람의 호흡은 어떤가. 드라마를 하면서는 상대배우와 리허설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는데 영화를 하면서 촬영 전에 많은 얘길를 나누고 호흡을 맞춰볼 수 있다. 선배님이 많이 도와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신다.
- 자신의 외모 때문에 캐릭터에 대해 제약이 따르진 않나. 이른바 망가지는 역할이라던가. 글쎄. 아직은 없는 것 같다. 아직 연기를 한 지 얼마되지 않았고 스스로 만들어가야 할 이미지가 많기 때문에 하나하나 배워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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