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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팬더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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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팬더가 돌아왔다

[김이석의 올드 & 뉴] 숀 레비의 <핑크 팬더>와 블레이크 에드워즈의 <핑크 팬더>

가만히 들여다보면 분홍빛 표범이 보인다는 다이아몬드. 핑크 팬더라고 불리는 이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파리 경시청 소속의 형사 자크 클루조가 있다. 언제나 실수연발임에도 불구하고 그 실수가 전화위복이 되어 문제를 해결하곤 하는 이 유쾌한 경찰관의 캐릭터는 1963년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과 피터 셀레스 콤비에 의해 탄생되었다. 1980년 피러 셀레스의 사망으로 인해 더 이상 만날 수 없었던 자크 클루조 형사가 스티브 마틴을 통해 되살아났다. 프랑스와 중국간의 축구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경기장. 프랑스 팀이 극적인 승리를 거두는 순간 프랑스팀의 감독이 독침에 의해 살해된다. 그리고 그가 끼고 있던 분홍빛 다이아몬드 '핑크 팬더'도 사라진다. 야심가인 파리 경시청 총경 드레퓌스는 이 사건의 담당자로 클루조 경감을 선택한다. 드레퓌스의 속셈은 이 얼간이 형사가 사건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린 순간 자신이 등장해서 모든 것을 정리함으로써 명성을 얻겠다는 것이다. 드레퓌스의 계획은 거의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클루조는 사건을 해결하기는커녕 실수를 연발함으로써 상황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곤 한다. 다만 드레퓌스가 간과한 점이 있었다면 이 얼간이 형사가 '어쨌든' 사건을 해결하곤 했다는 점이다. 이번 시리즈에서도 예외없이 클루조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건의 핵심에 뛰어들게 되고 결국 난관에 부딪혔던 '핑크 팬더' 도난 사건을 해결하고 만다.
숀 레비 감독, 스티브 마틴 주연의 <핑크 팬더> ⓒ프레시안무비
. 스티브 마틴의 <핑크 팬더>는 이 시리즈의 종합편 숀 레비 감독이 연출하고 스티브 마틴이 주연을 맡은 새로운 <핑크 팬더>는 이제까지 <핑크 팬더> 시리즈의 종합편 형식을 띠고 있다. 친숙한 캐릭터, 익숙한 설정, 이전 시리즈를 기억하는 관객들을 위해 슬쩍슬쩍 삽입된 오마쥬들, 그리고 무엇보다 헨리 맨시니의 주제곡까지 <핑크 팬더> 시리즈의 핵심 코드들이 모두 재현되고 있다. 이 새로운 <핑크 팬더>를 포함해서 지금까지 <핑크 팬더> 시리즈는 10편이 만들어졌다. (그 중에는 외전격인 <형사 클루조> (1968)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피터 셀레스가 연기한 클루조 형사의 캐릭터는 코미디 장르에서는 채플린의 '찰리'와 자크 타티의 '윌로'에 버금갈 정도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캐릭터이며, 형사물 장르에서도 '제임스 본드'만큼이나 장수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 실수연발 얼간이 형사가 영화사에서 가장 사랑받는 인물들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블레이크 에드워즈와 피터 셀레스의 재능 덕분이다. 1955년 데뷔한 이래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을 비롯하여 <핑크 팬더>(1963), <아빠, 전쟁터에서 뭘 하신 거예요?>(1966), <파티>(1968), 쥴리 앤드류스가 주연한 <10>(1979)과 <빅터, 빅토리아>(1982), 킴 베이싱어와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블라인드 데이트> (1987), 그리고 1991년작 <스위치> 등에 이르기까지 40년 가까이 왕성한 창작활동을 해온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은 기상천외한 유머감각과 독창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영화세계를 구축해왔다. 어떤 배우와 어떤 장르의 영화를 연출하건 그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지만 특히 피터 셀레스와 함께 한 작품에서 이 감독의 재능은 더욱 빛난다. . 피터 셀레스와 블레이크 에즈워드 콤비 1960년대와 1970년대 최고의 코미디 배우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피터 셀레스는 스탠리 큐브릭의 <로리타>(1962)와 <닥터 스트레인지러브>(1964),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외전격인 <007, 카지노 로얄>(1967) 등에 출연한 바 있다. 특히 큐브릭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에서 보여준 것처럼 천의 얼굴을 가졌다고 할 정도로 1인 2역 이상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도 익숙했던 이 배우는 백치처럼 보이지만 결코 어리석게 느껴지지 않는 묘한 인물을 만들어내곤 했다.
스탠리 큐브릭과 함께 한 작업에서 다소 냉정하고 차가운 코믹 연기를 선보였던 피터 셀레스가 관객들에게 좀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었던 것은 블레이크 에드워즈를 만나면서부터다. 두 콤비의 대표작으로는 <핑크 팬더> 시리즈를 비롯해서 비록 당시 흥행에는 실패하였지만 훗날 이들의 최고작이라고 일컬어지는 <파티> 등이 있다. 이 작품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돌발적인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어내고, 뒤죽박죽인 상황이 시간이 흐르면서 수습불가능한 상태로 빠져들곤 하는 블레이크 에드워즈 특유의 유머감각과 슬랩스틱이 벌어지는 순간에도 차분함을 유지하고, 실수를 연발하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피터 셀레스의 연기력이 한데 어우러진 작품들이다. 새로운 <핑크 팬더>에서는 흰 머리와 기분좋은 미소가 인상적인 스티브 마틴이 클루조 형사역을 연기하였다. 이처럼 잘 알려진 작품과 인물을 리메이크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피터 셀레스 못지않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스티브 마틴의 경우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 스티브 마틴이 피터 셀레스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우고 새로운 클루조를 완성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스티브 마틴은 새로운 클루조를 만들어내기보다는 기존의 클루조의 모습에 자기만의 색채를 조금만 더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늘 차분한 톤을 유지하는 셀레스의 연기와 다소 과장스러운 스티브 마틴의 연기 사이에는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숀 레비와 스티브 마틴 콤비의 <핑크 팬더>는 블레이크 에드워즈와 피터 셀레스의 <핑크 팬더>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블레이크 에드워즈의 <핑크 팬더> 시리즈가 블레이크 에드워즈와 피터 셀레즈의 재능이 결합된 합작품이라면 숀 레비의 <핑크 팬더>는 스티브 마틴이라는 배우만이 보인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덧붙임 10편의 <핑크 팬더> 시리즈 중에서 블레이크 에드워즈와 피터 셀레스 콤비의 작품은 6편이다. 이 시리즈에 남다른 애착을 가졌던 블레이크 에드워즈는 피터 셀레스가 사망한 이후에도 과거 시리즈 중에서 촬영을 해놓고도 사용하지 않았던 필름들과 새롭게 찍은 장면들을 연결시킨 새로운 <핑크 팬더> 시리즈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후에도 로베르토 베니니가 출연하는 <핑크 팬더의 아들> (1993) 등을 최근까지 연출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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