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과 류승범. 연기력에 관한한 이견이 없는 두 배우가 출연해 촬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범죄영화 <사생결단>이 4월 18일 시사회를 갖고 언론에 공개됐다. <사생결단>은 두 배우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뿐 아니라 철저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시나리오, 스타일리쉬한 영상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다. 영화계 역시 올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잔뜩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상태. 서울 강남 메가박스에서 열린 시사회는 모두 3개관에서 동시 진행됐으며 국내외 언론과 평론가 등 1천여명이 몰리는 등 영화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중견제작사인 MK픽쳐스 제작으로 MK는 이번에 배급도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다. 시사회 직후 영화계의 반응을 정리한다.
. <사생결단>은 어떤 영화? 폼생폼사 정신으로 살아가는 이상도(류승범)는 3만 명의 고객이 우글거리는 황금 구역인 부산시 연제구 연제동을 관리하는 마약 중간 판매상. 부산시경 소속 형사 도진광 경장(황정민)이 마약계의 거물 장철(이도경)을 잡겠다고 덤비기 전까지 이상도의 삶은 비교적 평화로웠다. 그러나 도진광 경장에게 약점을 잡히면서 이상도의 인생은 삐그덕거리기 시작한다.  | | 사생결단 ⓒ프레시안무비 | 한편 장철에게 최고 형량을 받게 하기 위해 마약 유통의 핵심인 제조 현장을 덮치기로 계획한 도경장은 이상도가 3개월이 지나도 정보를 넘겨주지 않자 그를 족치게 되고, 결국 자신을 보호해준다는 각서를 받고서야 이상도는 마약 제조 전문가인 삼촌 이택조(김희라)의 행방을 알려준다. 그러나 장철과 이택조가 만나는 현장을 덮친 도경장이 경찰 내부의 적과 맞닥뜨리게 되면서 도경장과 이상도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하고 만다. 범죄영화 <사생결단>은 <바이준>과 <후아유> 등 20대의 트렌디한 감성을 잡아낸 작품으로 감각을 인정받았던 최호 감독이 실제로 2년여에 걸친 취재를 거쳐 완성된 탄탄한 대본을 바탕으로 남자들의 비열한 세계를 날 것 그대로인 듯 생생하게 묘사해낸 작품이다. |
. 영화평론가들의 '보자마자' 평 김영진 : 대개의 한국영화 시나리오가 책상에 앉아서 쓴 전문가집단의 스케치에 그친다면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망망대해에서 갓 낚은 물고기를 보는 것처럼 모든 디테일들이 살아서 펄쩍 펄쩍 뛴다. 도덕이나 윤리 이전에 오로지 돈의 이익을 좇아 마약을 거래하는 인간들의 비열한 거리를 옆에서 지켜보는 듯이 묘사하지만, 이전작들에서 그랬듯이 이 영화에서도 상당수 화면을 들고찍기로 연출하는 최호 감독의 스타일은 인물의 감정을 따라잡으려는 혈기는 알겠으나 카메라가 설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가끔 70년대 영화를 보는 느낌이 나는 것은 좋았다. 옛날 영화를 볼 때처럼 과감하게 줌인이나 아웃을 사용하는 것도 박력 있다. 그러나 카메라가 언제 멈춰야할지 모른다. 영화 속 대사처럼 회전목마를 타고 끝까지 달리는 기분이다. 가끔은 어디 있는지 둘러보는 순간을 마련해놓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물론, 기대했던 대로 배우들의 연기는 최상급이다. 황정민, 류승범, 추자현, 김희라에 이르기까지 다 잊혀지지 않는 캐릭터를 창조했다. 타락한 인간들이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아무도 그들에게 돌을 던지고 싶지 않은 것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 그게 누아르 영화의 본령이란 점에서 제대로 된 범죄 영화가 한 편 나왔다고 해야할 것이다. 너무 비극적인 엔딩은 눈이 시릴 정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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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결단> 시사회에 참석한 최호 감독, 배우 김희라, 추자현, 황정민, 류승범(왼쪽부터)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이상용 : 일단 아귀가 맞물리는 각본의 힘이 돋보인다. 한국영화에서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는 마약이라는 소재를 인물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엮어놓는 힘이 영화를 달려가게 만든다. <사생결단>은 70년대 누아르 영화의 스타일을 차용한 점도 눈에 띄는데 줌의 사용을 비롯한 여러 시각 장치들이 '돌아와요 부산항에'와 더불어 깔리면서 옛날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과도한 들고 찍기 화면이나 편집의 연결은 거칠게 느껴지는 편이다. <사생결단>은 최근 한국남성영화의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서로가 서로를 배신하는, 운명 공동체가 깨어진 남성 사회의 비극을 결말로 삼으면서 어두운 사회상을 대변하고 있다.
황정민(도진광 경장 역) 2005년 <너는 내 운명>에서 사랑에 목숨 건 순진한 농촌 총각 역으로 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명배우 황정민이 마약계 거물을 잡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힌 광기 어린 마약계 형사로 돌아왔다. 2001년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한물간 밴드의 일원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황정민은 <로드무비>(2002), <바람난 가족>(2003), <마지막 늑대>(2004), <여자, 정혜>(2005), <달콤한 인생>(2005),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 <너는 내 운명>(2005) 등 출연작마다 탁월한 연기력으로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한몸에 받았다. 황정민은 <사생결단>에서 마약계 거물인 장철을 잡기 위해 마약 중간 판매상인 이상도를 집요하게 괴롭히는 등 무슨 짓이든 하는 지독한 집념을 가진 형사 도진광 역을 예의 탁월한 연기력으로 생생하게 살려낸다. 류승범(이상도 역) <사생결단>에서는 부산에서도 가장 잘 나가는 구역을 관리하는 5년 경력의 마약 중간 판매상 이상도 역을 맡아 황정민과 선의의 연기대결을 펼치는 류승범. 2000년 <죽거나 나쁘거나>로 데뷔한 이후 타고난 연기력으로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피도 눈물도 없이>(2002), <묻지마 패밀리>(2002), <품행제로>(2002),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 <주먹이 운다>(2005>, <야수와 미녀>(2005) 등 출연작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류승범은 <사생결단>에서도 장사를 위해서는 가족도 동료도 다 버리는 독종이지만, 정작 자신은 약에 손도 대지 않는 진짜 장사꾼, 속칭 '뽕쟁이'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류승범은 자신을 이용해 마약계 거물 장철을 잡으려는 도경장에게 결코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는 독종 이상도 역을 실감나게 연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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