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순환고속도로 공동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강남순환고속도로 재추진의 문제점"이라는 주제로 김현우 민주노동당 진보서울정치연구소 연구실장이 발제했다. 이어 "서울시 교통정책과 강남순환고속도로"라는 주제로 양장일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환경, 주민피해, 주민의견 수렴 측면에서 본 강남순환고속도로"라는 주제로 유정희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 대표가, "강남순환고속도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오준호, 한국사회당 서울시당 위원장) 등의 토론자가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 내용을 바탕으로 '강남', '고속도로' 라는 개념부터 이 건설계획의 내용과 재추진되고 있는 '돌아온 강남순환고속도로'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조목조목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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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순환고속도로는 지난 1994년부터 서울시가 추진한 도로건설 사업이다.
애초 목적은 남부순환도로와 올림픽대로의 교통량 분산(당초노선)이었다. 그러나 1999년 노선이 확 바뀌면서 경기도 남서부에서 양재 부근으로의 소통이 개선된다는 점만 강조하고 있다. (V자 노선-현재노선)
강남순환고속도로의 문제점은 많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서울 남부의 교통혼잡을 해소하겠다는 처음의 취지는 거의 사라졌다. 안양천을 따라 건설되는 서부구간과 관악산 우면산을 관통하는 남부구간을 나누어서 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그나마 서부간선은 민간투자사업으로 전환이 되어서 언제 추진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순환도로로서의 의미를 상실했다.
둘째, 1994년부터 추진하였고 당초노선에서 현재의 V자 노선으로 변경되고 또 서부간선과의 분리 추진과 제2경인 고속도로(안양-성남간)와의 중복으로 인한 교통량 분산 등의 이유로 인해 예상 교통량이 감소되었고 이에 따라 도로건설의 필요성이 감소했다. 하긴 애당초 이 도로건설의 계획하면서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교통영향평가에서도 남부순환도로의 교통소통에는 거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스스로 밝힌 바도 있다.
셋째, 이렇게 해놓고 서울시는 소위 '대안노선'추진을 논의하고 있다. 대안노선이란 안양교에서 관악IC까지 4차로를 8.1km 지하도로로 건설하겠다는 것인데 이 대안노선이라고 하는 것은 실은 1997년 계획된 당초노선과 상당히 유사하다. 이는 2001년의 V자형 노선이 더 이상 순환도로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고백이라 할 수 있다.
넷째, 강남순환고속도로는 전체 34,8km의 4~6차로 도로다. 그런데 그 중에서 11.9km가 안양천을 따라 지하로 건설되고 12.4km가 관악산, 우면산을 관통하는 등 관악산, 우면산을 훼손하고 안양천과 도림천을 메마르게 하는 환경훼손 계획이다.
안양천 옆 간선도로의 지하로 10km나 도로가 건설되면 다시 살아나고 있는 안양천이 메마르고 점차 죽어버릴 것이다. 6차선 도로가 관악산 우면산을 뚫고 지나가고 환기를 위해 지름 5m의 수직 환기구가 관악산 곳곳에 만들어지면 관악산에 살고 있는 천연기념물은 황조롱이를 비롯해서 동물과 나무들이 살기 힘들어진다. 1천만 서울시민이 호흡하는 서울의 허파인 관악산이 죽어버릴 지도 모를 죽음의 도로인 것이다.
다섯째, 인터체인지, 고가도로, 고속도로 주변은 슬럼화 된다. 인근 지역주민들의 삶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 열악해지고, 매연, 분진, 소음 등으로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게 된다.
'브라에스의 역설'(독일의 수학자 디트리히 브라에스가 증명한 명제. "도로를 넓히면 교통 수요가 더 늘어나서 교통 체증이 더 심해지는 결과를 낳는다"라는 내용)이 말해주듯 더 넓어진 길은 고통이 원활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차를 부른다. 이제 우리의 교통정책은 확 바뀌어야 한다.
처음부터 계속 주장해온 이야기지만 강남과 강서를 30분 빨리 가자고 이 수 많은 낭비와 지역주민들의 고통을 자아내는 강남순환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는 2조, 3조의 예산이면 현재의 대중교통체계와 서비스를 확 바꿀 수 있다. 마을버스, 대중교통의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이 먼 나라 이야기가 절대로 아니다.
여섯째, 지역주민들의 의견은 애초부터 무시되었다. 강남순환고속도로 반대투쟁은 동사무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우연히 동사무소에 공람공고된 도로건설사업계획을 본 영등포구 현대아파트 주민들이 동장을 만나 확인하는 것을 시작으로 서울시에 천여명씩 몰려가서 시위를 해서 백지화 약속을 받아낼 때까지, 강남순환고속도로 건설 백지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10만명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숱하게 토론회, 공청회를 요구를 해도 지자체나 서울시에서 주민의견을 경청해보겠다는 조금의 성의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공대위의 투쟁에 굴복하여 공대위의 동의가 없다면 강남순환고속도로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구두약속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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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 그리고 2007년 현재이다. 행정은 연속적이고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공무원들은 쉽게 잊는 모양이다. 개발과 투자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강남순환고속도로라는 유령이 되살아났다.
지난 7월 26일 금천구 시흥동에서 대대적으로 착공식을 하였다. 그래서 도로백지화를 위해 싸워왔던 공대위도 다시 활동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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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난달 22일 개최된 토론회에서 논의하였다. 도로건설을 반대하기로 해놓고 슬그머니 발뺌하는 서울대를 우선 성토해야 한다는 지역주민의 발언, 관악산의 훼손과 도림천의 영원한 죽음, 그리고 이로 인한 지역주민의 불안하고 불행한 삶에 대해 널리 알리자는 지역주민, 서울시 곳곳을 다니면서 교육, 홍보를 해야하고 이런 사안이야말로 주민투표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 도대체 서울시장의 생각은 무엇인지 만나서 이야기해보자는 제안, 지난날 함께 싸웠던 투지와 열정이 되살아난다는 발언...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밤을 새도 끝없는 논의가 될 것 같았지만 우선 다음을 기약하고 토론회를 마쳤다.
이에 대한 의견과 질문, 그리고 참여의사가 있는 분들은 연락주시라. 우리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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