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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입맞추기까지, 떨리는 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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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입맞추기까지, 떨리는 긴 시간

[Film Festival] 전주영화제 개막, 개막작 <입맞춤> 기자회견 열려

올해로 제9회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가 오늘(5월 1일) 개막식을 갖고 9일간의 일정의 막을 올리는 가운데, 개막식에 앞서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입맞춤>의 기자시사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병록 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정수완 수석 프로그래머와 함께 <입맞춤>을 연출한 만도 쿠니토시 감독, 주연을 맡은 배우 나카무라 토오루, 코이케 에이코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자회견은 취재진들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핸드프린팅 행사도 함께 가졌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간다천 음란전쟁>, <도레미파 소녀의 피가 끓는다> 등의 각본 및 조연출로 참여한 바 있는 만도 쿠니토시 감독은 <언러브드>, <터널> 등으로 칸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있는 감독으로, <입맞춤>은 그의 세 번째 장편영화로 작년 일본에서 개봉했다. 영화 <입맞춤>은 일가족 세 명을 살해한 사카구치와 그에게 강한 동병상련을 느끼는 평범한 사무직 여성 교코, 그리고 사카구치의 변호사이자 교코를 사랑하는 하세가와, 이렇게 세 사람 사이의 삼각관계를 그리는 다소 기괴한 감성의 멜로드라마다. 도망을 치기는커녕 언론과 경찰에 먼저 연락해 순순히 체포된 사카구치는 자신의 범행에 대해 후회와 자책은커녕 자신을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취재진들을 향해 활짝 웃음을 짓는다. 교코가 사카구치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바로 TV에 중계된 그의 웃음을 보고서다. 그 웃음을 통해 사카구치가 자신과 같은 종류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직감한 것.
개막작 <입맞춤> 기자회견
그러나 국선변호사로서 자신의 일에 충실하지만 사카구치도, 그에게 끌리는 교코도 이해할 수 없는 하세가와는 이런 교코가 안타깝고 걱정스럽기만 하다. 불행한 과거가 있고 죽도록 고독한 사람 모두가 사카구치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 하세가와에게, 교코는 사카구치와는 다른 종류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객들 역시 하세가와 입장에서 사카구치와 교코 사이에 흐르는 강한 유대감과 애정을 지켜보게 된다. 각종 잔혹범죄 뉴스가 늘상 미디어의 1면을 장식하는 일본사회에서, 만도 쿠니토시 감독은 이런 잔혹범죄의 원인을 소외되고 고독한 인간들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으로 파악하는 듯하다. 교코와 지속적인 만남을 갖게 된 뒤 비로소 태도의 변화를 보이는 사카구치는 자신이 가장 두려운 것은 사람을 죽이는 데에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괴물 같은 자신이다. 더 이상 자신의 존재도, 그리고 타인의 존재도 '사람'이 아닌 그저 '사물'로 느끼는 이런 극단적인 소외는 바로 극단적인 산업사회, 대중사회의 산물이기도 하다. 교코 역을 맡은 코이케 에이코는 기자회견장에서 "처음에는 교코를 이해하기가 힘들었고 심지어 경멸감까지 들었지만, 연기를 해나갈수록 교코를 받아들이게 됐으며 자신 안에도 교코와 비슷한 면이 일부 존재함을 깨닫고 깜짝 놀란 적도 있다"며 교코라는 캐릭터에 대한 자신의 소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개막작 <입맞춤>의 감독, 주연배우의 핸드프린팅 행사
그러나 교코나 사카구치 같은 인물을 온전히 이해하는 건 여전히 어렵다. 한편으로는 우리사회에서도 불과 얼마 전 초등학생 납치 및 강간살해와 같은 사건이 일어났던 만큼, 이런 영화가 어쩐지 우리의 머지않은 앞날을 미리 보여주는 것 같아 공포스러운 것 역시 사실이다. 성실한 하세가와의 모습 역시 도덕적이고 인간적인 감성을 유지하고 있다기보다는 그저 제도와 시스템에 순응한 채 당위만 읊조리는 생기없는 인물로 묘사된 것 역시 공포를 더한다. 결국 이 영화를 보면서 느끼게 되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이 얼마나 어렵고 기적과 같은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야 비로소 이루어지는 교코와 사카구치의 뜨거운 포옹 및 교코와 하세가와의 입맞춤이 결국 그런 형태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이 영화의 공포를 결국 '절망과 슬픔'으로 갈음한다. 전주영화제 게스트로 전주를 방문한 만도 쿠니토시 감독과 나카무라 토오루, 코이케 에이코는 이후 열린 개막식에 참석했으며, 만도 쿠니토시 감독은 3일 있을 <입맞춤> 상영의 GV에 참석하여 관객과의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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