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성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7.9의 강진으로 희생자가 10만여 명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되고 있다. 끔찍한 자연재해로 유명을 달리한 이들의 명복을 빌며 하루빨리 구조와 복구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한편, 이번 지진은 인구밀도가 높으며, 핵발전소와 같은 위험시설이 대도시 인근에 집중되어 있는 한국사회의 안전 불감증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2004년 5월 29일, 울진핵발전소에서 불과 10㎞ 떨어진 곳에서 리히터 규모 5.2에 달하는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이 지진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후로 가장 강한 규모의 지진이었지만 다행히 발전소 안전에는 이상이 없었다. 당시 은영수 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세계적으로 지진에 의하여 원전의 안전에 피해가 보고된 바는 없다"며 지진으로 인한 핵발전소 안전에 대해 확신했다.
안전문제에 대해서 보수적으로 판단해야 할 안전기술원장으로서 적절한 발언이 아니기도 했지만 2007년 7월 16일에 일본 니가타현에서 발생한 규모 6.8의 강진은 이 발언을 무색케 했다. 이 지진으로 가시와자키 가리와 핵발전소에서는 보관 중이던 핵폐기물이 쏟아지고 화재가 발생했으며 결국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어 '안전과 클린'을 강조하던 일본 핵산업계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일본은 지진 발생횟수가 높지만 이곳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대로 알려져 있었다. 또 일본 핵산업계는 내진설계로 인해 핵발전소 안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를 쳐 왔다. '절대적인 안전'을 확신하는 것은 오만이었다.
이번 중국 지진에서 부실 공사 의심을 받고 있는 학교 건물이 쉽게 무너져 어린 학생들의 희생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중국산 불량 철근이 불법유통 되고 있다는 보도가 16일 있었다. 안전사고에는 불량, 부실 시비로 인한 인재가 항상 뒤따른다. 2002년 국정 감사에서 울진핵발전소 3, 4호기에서 불량자재를 썼다는 지적을 받았다. 화재 등의 비상시에 방사성물질의 누출을 막는 밀폐재에 입증된 제품이 아닌 불량제품을 썼던 것이다.
더구나 한국 핵발전소의 내진설계는 0.2g로 일본 보다 낮은 것뿐만 아니라 대형병원이나 변전소 기준보다 낮다. 이 기준은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로 인식되던 1978년에 미국의 기준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지질학계에서 여러 논문으로 발표되고 있다. 특히, 가동 중인 4개의 월성 핵발전소, 신규 건설 중인 두 개의 신월성 핵발전소와 중저준위 핵폐기장이 있는 경주 인근 월성은 읍천 단층 등 잠재적인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활성단층이 다수 분포 되어 있다. 여기서도 이렇게 낮은 내진설계로 건설되고 있다. 중저준위 핵폐기장은 지질안전 조사 보고서도 공개 되지 않고 추진되고 있다. 신월성 1, 2호기는 지질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5년 5개월이나 건설허가가 미뤄졌지만 내진설계 상향 조정 없이 건설되고 있다.
2007년 6월 26일자 <주간 동아>에 따르면 정부는 설계기준을 높이지 못하는 이유를 "기존 원전과의 관계를 고민하고 있다. (…) 가동 중인 원전을 중단해야 하고 일이 복잡해진다"라고 밝히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당국자들이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안전 관리 책임을 져야할 원자력안전기술원장이 오히려 사업자를 대변해서 안전을 강변하고 있으니 정부의 안전관리에 구멍이 뚫려 있는 셈이다.
이번 쓰촨성 지진이 있기 전 2002년에 이미 중국 내 지질학연구소의 전문가가 지진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이에 대한 대처를 하지 못했고 결국 오늘과 같은 참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경주시 이 세 대도시 인근에 핵발전소가 8기 가동 중이고 4기가 건설 중이며 중저준위 핵폐기장이 건설 중이다. 핵사고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온다. 사전 예방 차원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아깝지 않은 것이 핵발전소의 안전성 강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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