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으로 돌아온 <하이스쿨 뮤지컬>시리즈
▲ 하이스쿨 뮤지컬 : 졸업반 |
N : 저는 무척 재밌게 봤어요! 농구를 하는 장면을 그대로 뮤지컬 안무로 살린 첫 장면부터 워낙 임팩트가 있어서 끝까지 계속 몰입해서 봤어요. 나오는 애들도 너무 예쁘고. 이런 식으로 틴에이저물과 뮤지컬 영화를 섞을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죠. 그래서 앞엣 1, 2편까지 찾아봤고요.
S : 3편은 극장판이라 힘 좀 팍 쓰고 만든 것 같아요. 안무나 넘버들이 전편보다 화려해요.
A : 1편과 2편은 TV 영화 사이즈라 그런지 좀 소박한 편이죠. 3편은 안무를 다양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재미있는 시도들이 눈에 띄었어요. 시리즈 전반의 공통점이기도 하지만 십대들이 좋아할 만한 혼성 장르적인 넘버들을 사용한 것도 귀에 쏙쏙 잘 들어왔고요.
B : 아까 N씨가 언급하신 농구공을 사용한 안무도 그렇고, 중간에 락커룸이 돌아가면서 잭 애프론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재미있었죠. 영화가 오리지널이고 그 인기에 힘입어 무대로 올려지게 될 작품인데, 실제로 무대에 올려질 때 과연 어떤 형태가 될지 궁금한 부분이 많이 보였어요.
A : 청소년 타겟의 영화라서 의상의 색 배합 등 시각적인 면에도 신경을 쓴 티가 많이 나더라고요. 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의상에 색깔도 다채롭죠.
<하이스쿨 뮤지컬>의 인기 요인은?
S : <하이스쿨 뮤지컬>의 첫 번째 시리즈는 디즈니 채널에서 방영되어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죠. 엄청나게 인기를 끌어서 책이나 팬시 등의 관련 상품들도 쏟아져 나왔어요. 따지고 보면 그렇게 대단한 작품도 아닌데,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요?
A : 일단 여자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로맨틱한 요소를 전면에 배치한 틴에이저 영화라는 점이 먹히지 않았을까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사용된 넘버들도 굉장히 아이들 취향이고 귀에 잘 감기는 팝송들이예요. 기존의 뮤지컬 영화와는 조금 다르죠.
B : 실제 스캔들은 또 어떻구요. 바네사 앤 허진스와 잭 애프론은 실제로도 사귀는 사이잖아요. 사람들은 이런 걸 꽤 좋아하죠.
S : 또 주연 배우들이 예쁘고 잘생기기도 했네요. 잭 애프론은 누가 봐도 잘생긴 소년이고, 바네사 앤 허진스는 전형적인 미인상은 아니지만 요즘 미국 취향의 라티노 미인이죠. 샤페이 역의 애쉴리 티스데일도 전형적인 금발 미녀고.
N : 굉장히 신선한 방식의 장르 결합이면서도 한 편으로는 진부하리만치 전형적인 장르 클리셰들을 살리고 있는 게 매력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장르 이야기를 좀 해 볼까요?
말랑말랑한 틴에이저 영화와 뮤지컬의 경계에서
S : 틴에이져 영화라 하면 역시 너드가 있고 여왕이 있고 프롬이 있는 로맨틱하고도 비정한 세계 아닌가요?
N : 미식축구 선수들도 빼먹을 수 없죠. 주로 연애 이야기가 주가 되고. 게다가 틴에이져 영화 속의 계급 공식은 꽤 확고해요. 스포츠를 하는 남학생, 특히 미식 축구 쿼터백 포지션의 소년과 치어리더를 하는 소녀가 가장 상위 계급이고, 공부는 잘 하지만 하는 행동은 바보같은 너드와 기크들이 있죠. 소수의 괴쫘 왕따들도 있고.
S : 틴에이져 계급의 가장 전형적인 공식을 드러내주는 영화로 드류 베리모어가 나오는 <25살의 키스>같은 게 생각나는데요.
▲ 한 번 너드는 영원한 너드라는 냉혹한 진실을 가르쳐 주는 <25살의 키스> |
N : 아, 그렇죠, <25살의 키스>! 고등학교에서 본래 너드 계급이었던 주인공이 기자가 되어 잠입기사를 쓰기 위해 고등학생으로 위장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요. 근데 어른이 되어 돌아가도 또 너드인거야.
S : 으악, 역시 비정해.
A : 비정한 걸로 따지면 <퀸카로 살아남는 법> 같은 영화도 있죠. 그런데 난 왜 이 영화가 별로였을까. 꽤 호평을 받았죠?
N : 전 그 영화는 틴에이지물의 계보에 넣을 수 없다고 봐요. 아이들 세계의 로맨틱한 이야기나 그 나이 또래들의 고민 같은 걸 그려내는 시선이 달라요. 오히려 어른들의 세계를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풍자한 쪽에 가깝지 않나요? 알렉산더 페인의 <일렉션>처럼요.
A : <일렉션>은 안 봤지만,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마치 어른들이 아이들을 내려다보고 훈계하는 듯한 뉘앙스가 있어요. 애들도 사악하기만 하고.
N : 저도 그 영화 별로예요. 틴에이저물은 뭣보다도 애들의 고민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면이 있는 일종의 우화같은 영화들인데 그 영화는 그런 게 없죠. 더 나가면 잘 만든 틴에이져 영화들은 단순히 좁은 청소년들의 사회를 묘사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에 대한 예리한 시선을 가미하는 경우가 많아요. <브링 잇 온>에서는 인종과 빈곤 문제를 걸고 넘어지기도 하고,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에서는 페미니스트 여학생이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요. 근데 <하이스쿨 뮤지컬>은 지나치게 나이브한 편이죠.
B :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는 한참 어린 시절의 히스 레저가 나오는 영화 맞죠?
A : 네, <하이스쿨 뮤지컬>에서 그렇게 계급이 다른 애들도 서로 대립없이 무난히 융화되어서 잘 지내는 건 사실이에요. 심각한 사회적 고민 같은 건 더더욱 없고요.
S : 보통 틴에이저 영화에서도 계급의 차이가 연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갈등 요소가 되긴 하는데, <하이스쿨 뮤지컬>의 세계에서는 그 모든 문제가 너무 쉽게 해결되죠. 트로이와 가브리엘라, 채드와 타일러 같은 스포츠맨과 너드 여학생 커플들이 사랑에 빠지는 데에 장애가 거의 없어요.
B : 주로 나오는 게 트로이의 고민인데 앞으로 뭘 할까, 여자친구랑 앞으로 어떻게 할까에 국한되는 정도죠. 뭐 이런 문제도 성장물로서 굉장히 중요하긴 하지만 시야가 좁은 건 사실이에요. 마지막에도 주인공들의 진로는 순탄하게 결정되고 갈등을 빚던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도 이해받으면서 끝나죠. 운동도 하고 노래도 하고 대학도 가고.
A : 그것도 장학금 준다고 서로 모셔가려는 대학 중에서 골라서 가잖아요. 버클리에서 장학금을 주고 모셔간대, 세상에!
S : 이게 어쩌면 디즈니의 한계이자 장점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디즈니 채널의 타겟은 하이틴보다는 조금 어린 로우틴 정도거든요. 비정한 학교 생활을 얘네들에게 보여줘 봤자 뭐가 재미있겠어요. 그맘때쯤 아이들은 고등학교 생활에 환상을 품게 마련이죠. 연애나 꿈에 대한 갈등 정도가 로우틴 연령층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 아니겠어요? 연령대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보기 편하고 재미있는 드라마와 영화를 생산하는 게 디즈니의 특성이니까요.
▲ 사랑도, 대학도, 친구도, 학교 옥상도 늬들이 다 가져라! |
B : 무대 뮤지컬, 혹은 뮤지컬 영화의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요? 3편 중간에 에반스 쌍둥이가 식당에서 상상하는 쇼 장면이 있잖아요. 몰입해서 보고 있는 도중에 아무렇지도 않게 꿈이라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끝나는 게 흥미로웠어요.
S : 쇼 자체도 전형적인 브로드웨이풍의 화려한 쇼인데,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들어가더군요.
N : 극 중 극 형식이란 점도 재미있지 않나요? 사건들이 자꾸 주인공들이 공연하는 뮤지컬 장면 속으로 섞여 들어가면서 착각을 일으켜요. 아이들의 현실이 곧 뮤지컬의 내용이 돼버리고. 프롬(졸업파티) 씬을 보세요. 드레스를 고르고, 파트너가 방문하고, 파트너의 차를 타고 무도회에 가서 춤을 추는 일련의 복잡한 과정이 노래 한 곡의 뮤지컬로 경쾌하게 끝나 버려요. 그건 아이들의 현실이기도 하고, 극 중 뮤지컬의 내용이기도 하죠.
A : 보통은 드라마에서 노래로 빠졌다가 다시 드라마로 돌아오는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죠. 한데 섞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전개가 되요. 뮤지컬 영화 전통을 따르는 것 같으면서도 살짝살짝 어긋나 있다고나 할까요.
N : 한마디로 말해 메타 뮤지컬의 성격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겠어요?
B : 또 영상물이기 때문에 가능한 재미있는 장면들이 있어요. 락커룸이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트로이의 내면 상태를 표현해주는 부분 같은 거요. 폐차장에서 트로이와 채드가 춤을 추는 장면도 그렇죠.
S : 다른 사람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어려졌다가 다시 커졌다가 하는 식으로, 마치 뮤직 비디오처럼 역동적으로 만들어졌죠.
B : 맞아요. 영화에서 '편집'의 힘이랄까. 그 장면 역시 실제 무대에 올렸을 때 어떤 식으로 표현할지 궁금한 장면이에요. 영화니가 쉽게 표현될 수 있었던 장면들이 무대에선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 제약을 과연 어떤 식으로 뚫고 지나갈 것인가가 무대에 올려질 때의 가장 큰 숙제가 될 거예요.
▲ 채드와 트로이 |
앞으로 <하이스쿨 뮤지컬>은 어디로 갈까?
B : 그런데 미국도 아니고 한국에서 정말로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게 잘 하는 짓일까요? 과연 얼마나 주목을 받을 수 있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어요. 이런 외국 틴에이저 장르 공식이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편은 아닌 것 같거든요. 특히 뮤지컬로 가면 흠, 글쎄요....
A : 영화 전체가 한국의 청소년들의 현실하곤 거리가 너무 멀어요. 자기 꿈 갖고 고민도 하고 재밌게 놀고 연애도 하다가 대학에서도 모셔가는 얘기가 한국의 청소년들한테 과연 얼마나 어필할 수 있겠어요? 프람이란 것도 한국에선 낯선 문화죠. 결정적으로 이 시리즈가 겨냥하고 있는 청소년 계층은 뮤지컬을 보러 갈 시간도 돈도 없다고요.
N : 그래도 미국의 틴에이저 영화들이 한국에 이미 소개된 게 얼마인데요. 프롬같은 것도 저런 게 있다는 정도는 다 알지 않나?
A : 글쎄요. 최근에 B씨랑 <자나, 돈트>라는 뮤지컬을 보러 갔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썰렁하던걸요. <자나, 돈트>는 틴에이져물의 공식을 절묘하게 뒤집은 뮤지컬이거든요. 스포츠보다 체스가 섹시한 스포츠가 되고 이성애보다 동성애가 당연한 연애 방식이 되는 식이에요. 난 무지 재미있게 보다가 막판엔 춤까지 따라췄는데!
B : <자나 돈트>는 뮤지컬적 전통 쪽에서 보면 <그리스>를 비틀고 <렌트>를 가미한 듯한 느낌의 뮤지컬이에요. 어쨌든 틴에이저물의 기본 공식을 모르면 웃을 수 없는 뮤지컬이라는 건데, 호흥이 적었던 건 사실이에요. <브링 잇 온> 같은 영화도 사실 옛날 영화라고요. 요즘 젊은 관객들 중 본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N : 그러고 보니 과거엔 미국산의 로맨틱한 틴에이저물이 비디오물로라도 계속 들어오긴 했는데 어느 순간 끊기긴 했어요. 극장개봉은 <브링 잇 온>이 거의 끝이었던 것 같고. 비디오 문화가 망하고 한국영화만 흥행하던 때와 겹치는 것도 같네요.
A: 국내에 비디오로 나온 미국산 틴에이저물들을 찾아보고 좋아했던 세대 중 제가 거의 마지막 나이일걸요.
N : 흠, 배우들은 어때요? 전 일단 잭 애프론은 성공할 것 같아요. 애가 스타성이 있어요.
S : 카메라 앞에서 반짝반짝한달까.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추고 얼굴도 핸섬하죠.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왕자님 스타일이예요. 게다가 디즈니식 한계를 이미 많이 벗어나기도 했고요.
B : 전 사실 잭 애프론에 별 관심 없었는데 이번 극장판을 보고 나서는 정말 푹 빠졌어요. 1편 때보다 훨씬 더 멋져진 것 같아요! 애가 어찌나 쑥쑥 자랐는지.
A : 반면에 바네사 앤 허진스는 조금 애매하죠. 춤이나 노래 둘다 그렇게 못하는 건 아닌데 자기 매력을 잘 못 살리는 것 같아요. 동작이 지나치게 과장이 많고 노래도 부담스러워요. 난 사실 얘가 예쁜지도 잘 모르겠는데.
S : 캐릭터도 밍숭맹숭하죠. 트로이에 비교하면 가브리엘라는 그냥 공부 잘 하는 여학생 설정 빼곤 캐릭터가 비어있다는 느낌이예요.
A : 가브리엘라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잖아요. 공부만 잘 하지, 노래와 춤이라면 오히려 샤페이와 라이언이 있죠. 둘 다 굉장한 노력파인 데다 라이언은 재능도 넘쳐서 결국 줄리어드 티켓을 따죠. 전 라이언이 제일 좋더라고요.
▲ 사랑스러운 엔터테이너 쌍둥이, 샤페이와 라이언 |
S : 라이언은 정말로 춤추는 안무가처럼 보여요. 샤페이는 확실히 노력파 악녀죠. 역을 맡은 애쉴리 티스데일도 귀여워요. 디즈니의 티비 시리즈에서 너무 이미지가 많이 소모되는 감이 없진 않지만요. 라이언과 샤폐이는 캐릭터 자체부터가 사랑스럽죠.
A : 사실 샤페이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기 짝이 없죠.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뮤지컬을 해왔는데 가브리엘라가 어느 날 불쑥 들어와 자기 자리를 빼앗는 거니까. 가브리엘라가 특별히 노래와 춤에 엄청 소질이 있다면 몰라, 남자주인공의 여자친구란 거 외엔 아무 것도 없잖아요?
B : 동감이에요. 샤페이는 뮤지컬 하나만을 위해 사는 애죠.
N : 저도 동감. 샤페이가 악당이라곤 해도 그렇게 눈쌀이 찌푸려질 정도로 비열한 짓을 하지도 않아요.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 넷 다 가브리엘라보다 샤페이를 지지하는 데엔 의견이 일치하네요. 근데 전 보면 볼수록 채드가 눈에 띄어요. 라이언은 훈련 잘 받은 댄서처럼 보이는 반면 채드는 가장 신나고 파워풀하게 춤을 추잖아요. 보는 사람까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죠. 특히 폐차장 씬은...
B : 설정상으로는 뮤지컬을 하고 싶어하는 트로이를 맨날 구박하고 비난하는 애잖아요. 그렇게 트로이와 대척점에 서 있는 전형적인 스포츠맨 캐릭터인데 가만 보면 자기가 더 열심히 춰요. 어쩌라는 건지.
S : 하하하. 그럼 이제 슬슬 마무리해볼까요? 다들 결론 한 마디씩.
N : 잭 에프론이 너무 예뻐요!
S : 엥? 그게 결론이예요?
B : 저도 잭 에프론.
A : 전 아까도 말했지만 당연히 라이언 역의 루카스 그라빌.
S : 어휴, 그럼 저도 라이언 할래요. 트로이 팬들 다 덤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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