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다진 인맥으로 난국을 타개하라

[협상은 영화처럼 영화는 협상처럼]<17> 대부 2

감독/각본 :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주연: 로버트 드니로(비토 꼴레오네 역), 알 파치노(마이클 꼴레오네 역), 로버트 듀발(톰 헤이근 역), 다이안 키튼(케이 아담스 역)

대부 2는 전작 대부 1의 중심 인물인 비토 꼴레오네가 시실리에서 혈혈단신으로 미국에 건너 와 뒷골목 노동자로 출발해 마피아의 보스인 돈 꼴레오네가 되어 가는 얘기와, 2대 대부인 마이클 꼴레오네가 본거지를 라스베가스로 옮기고 어떻게든 패밀리의 사업을 가급적 합법적인 사업으로 변모 시키려 애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비극적인 가족사를 현재와 과거 장면을 번갈아 가며 보여 주고 있다.

▲ 대부 2

자신을 제거하려는 음모에 맞서 냉정하고 치밀하기 그지없는 마이클과 인간적인 보스로 성장하는 과거의 비토 콜레오네의 대조, 그리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고군분투 패밀리를 이끌어 가면서 혼자서만 삭혀야 하는 마이클의 인간적 고뇌를 밀도 있게 표현한 알 파치노의 내면 연기 또한 눈 여겨 볼만하다.

영화의 중반, 마이클은 살인교사, 마약, 도박, 매춘, 불법 이권 개입등 수 많은 범죄의 피의자 신분으로 의회 청문회장에 앉아 있다. 본격적인 심문이 시작 되기 전, 기소자 측에 앉아 있던 기어리 의원이 다른 일정을 핑계 대며 자리를 뜨기 전에 마이클을 두둔하는 발언을 한다.

기어리 의원 : "본 의원은 이태리계 미국 국민들이야말로 이 나라에서 그 누구보다도 신뢰할 만하며, 법을 엄수하며, 애국적이고, 근면 성실한 미국 시민 이라고 서슴없이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그들이야말로 바로 이 땅을 깨끗하게 지켜내는 소금이자 이 나라를 떠 받치는 소중한 동냥들인 것입니다." (I can state from my own knowledge and experience that Italian-Americans are among the most loyal, most law-abiding, patriotic, hard-working American citizens in this land. They are the salt of the earth and one of the backbones of this country.)

살인, 마약, 도박, 매춘, 이권 개입 등 온갖 잔혹 무도한 범죄로 기소된 악명 높은 마피아 두목 기소를 위한 청문회장에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중진 상원 의원의 도를 넘는 찬사. 엄단 해야 할 범죄조직이 아니라 아무리 칭송해도 지나치지 않은 위대한 애국시민이라고 침을 튀기며 역설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궤변에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당황해 하는 동료 의원들.

▲ 대부 2

몇 해 전, 기어리 의원은 마이클의 형 프레도가 운영하는 비밀 살롱에서 콜걸과 하루 밤을 즐긴다. 그런데 그 다음날 아침 깨어나 보니 옆자리에 그녀가 유혈이 낭자한 시체로 누워있는 게 아닌가. 게다가 도무지 기억이 없는 데, 그녀를 살해한 사람이 다름아닌 자신이라는 얘기에 어쩔 줄 몰라 머리를 쥐어 뜯는다. 상원의원으로서의 정치 생명 뿐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나락으로 추락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그때 꼴레오네 패밀리의 법률고문이자 해결사인 톰 헤이근(로버트 듀발 분)이 찾아와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 준다. 절망의 나락에서 구세주처럼 그를 구해준 톰에게 감격하는 기어리 의원에게 던지는 톰의 한마디가 왠지 여운이 남는다.

톰 : "제가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번 일은 우정의 표시로 간직하죠." (I thought I could help you, senator. All that's left is our friendship.)

사실, 콜걸을 살해한 자는 다름 아닌 마이클의 수하였다. 사사건건 마이클의 사업에 제동을 걸어 오는 골치거리인 기어리 의원의 버릇을 들이기 위해 꾸며 놓은 덫이었던 것이다. 기어리 의원도 이젠 어쩔 수 없이 대부의 또 한 명의 정치인 끄나풀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1. 비즈니스 인맥 관리전략: 평소에 다진 인맥으로 난국을 타개하라.

흔히 인간 관계가 중요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당신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인간관계의 성립은 당신이 타인에게 도움과 배려를 베풀었을 때 형성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필자가 모그룹에서 해외투자사업 담당자로 근무할 때 들었던 얘기다. 90년대 초, 이제 막 문호를 열기 시작한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다름 아닌 중국 고위층에 손이 닿는 국내 유력인사를 찾는 일이었다고 한다. 오랜 동안 공산주의를 경험한 탓에 자본주의에 대해 내심 경계심이 없지 않은 데다, 중국인 특유의 꽌시로 대변되는 까다로운 낯가림은, 내로라 하는 대기업의 거물급 인사라 하더라도 어지간해선 선뜻 만나 주지도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초 중국 예방에서 초고위급 당간부들과 별 어려움 없이 미팅이 이루어지고, 국빈급만 간다는 조어대 만찬에 초청되는 등 일은 일사 천리로 진행이 되었으며, 이후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중국 진출사업은 대단히 성공적으로 진척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어떻게 처음부터 이런 엄청나 성과가 가능 했던 것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필자는 화교 출신의 한 임원 분의 집안과 오래 전 맺어진 중국의 고위층 일부와의 독특한 인연 덕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오래전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일찌감치 정착하셨던 그 분의 한 친척이 만리 타국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온 중국 고위당간부들의 자제들을 현지에서 여러모로 따뜻하게 보살펴 주었다고 한다. 이들이 유학을 마치고 본국으로 귀국한 후 승승장구한 건 당연지사. 오래 전 베풀어 준 은인에 대한 감사와 보은의 마음은, 은인의 가까운 친인척이었던 이 임원 분에게 중국고위정부기관과 관료들과 순조로운 협조관계를 주선해 주게 된 것이었다.

Reciprocity Effect 란 말이 있다. 호혜 효과, 즉 서로서로 신세를 갚는다는 얘기다. 일단 일이 터진 다음에 도와 달라고 하면 늦다. 그리고 나중에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 누가 도움이 될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냥 매일의 만남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으로 상대를 배려하고 챙겨주면서 조금씩 우호적인 인연을 키워나가라.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당신, 성공 비즈니스는 당신의 것이다.

마이클을 기소하는데 콜레오네 패밀리의 실제 멤버로서 결정적 증언을 하기로 하고 청문회장에 들어서는 프랭키 팬탄젤리. 바야흐로 FBI의 숙원인 콜레오네 패밀리의 붕괴는 프랭키의 증언 한마디면 이루어진다. FBI의 신변보호를 믿고 기세 등등한 프랭키. 그러나 마이클의 뒤를 따라 청문회장에 들어서는 한 시실리 촌로의 눈길과 마주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시실리 산골에 틀어 박혀 있어야 할 프랭키의 친형이 온 것이다. 마이클의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원망어린 눈길로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 보는 프랭키의 형.

삼엄한 경계망 때문에 프랭키 제거는 불가능한 상황. 백척간두 위기 상황에서 마이클이 찾은 해결책은 바로 프랭키의 친형을 프랭키의 눈앞에 데려다 놓는 것이었다. 즉, 함부로 입 놀리면 형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무언의 협박인 것이다.

▲ 대부 2

마침내 마이클을 기소하는 청문회가 시작되고 검사가 프랭키에게 마피아와 '대부' 마이클 꼴레오네의 죄목에 대해 증언하라고 한다.

프랭키 : "나는 대부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소.(I never knew any Godfather.)"

프랭키의 급변한 태도에 청문회장은 술렁이기 시작하고, 당황한 검사측은 뻔뻔하게 증언을 번복한 프랭키를 다그치기 시작한다.

위원장 : "펜탄젤리씨, 당신은 지금 자신의 법정 진술을 번복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당신은 마이클 콜레오네가 두목으로 있던 범죄 조직의 일원이었던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습니까?"

프랭키 : "무슨 얘길 하는 지 도통 모르겠군요. 나는 FBI가 시키는 대로 마이클 콜로오네에 대해 얘기를 꾸며냈을 뿐이요. 내가 한 말은 죄다 거짓말이요. 전부 다! "(I know nothing about that. The FBI guys promised me a deal. So I made up a lot of stuff about Michael Corleone, just to please the. But it was all lies. Everything!)

결국 프랭키의 결정적인 증언 번복으로 마이클은 무사히 기소에서 풀려난다.

2. 마피아의 압박협상전략 : 간접적 경고로 상대를 압박하라. (Indirect
but shivering warning)

중국의 고전 36계에 지상매괴 (指桑罵槐) 란 말이 있다. 풀이하면, '뽕 나무를 가리키며 홰나무 욕을 한다'란 말이다. 정작 매맞을 사람은 따로 있는 데 엉뚱한 사람을 야단친다는 말이다. 눈치가 있으면 알아서 처신하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던지는 셈이다.

자금 이나 시간 압박 등을 노골적으로 행사할 때 자칫 상대의 강력한 반발을 야기시킬 수 있다. 물론, 상황적으로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는 경우엔 초기부터 강한 압박을 통해 상대의 양보나 타협을 이끌어 내야겠지만, 가급적 한번 보고 말 상대가 아니라면 지나치게 부정적이고 고압적인 표현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 대신, 상대로 하여금 자신의 역량이나 입장에 맞지 않는 지나친 요구나 양보를 고지할 경우 자칫 감당하지 못할 막대한 손실이나 피해를 자초할 수 있음을 넌지시 일깨워 주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 업체를 압박할 때 '모 업체가 지나친 가격인상 요구를 했다가 거래 자체가 끊겼다'든지, '시설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었다'든지, 하다 못해 '미운 털이 박혀 아직도 여러모로 고생하고 있다'든지 하는 얘기를 넌지시 들려 주거나 혹은 제3자를 통해 듣게 만드는 것이다.

한 마디로 상대방에게 '小貪大失(소탐대실)의 누를 범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