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주영화제의 마스터클래스는 10주년을 맞아 특별히 영화평론을 주제로 준비됐다. 5월 5일, 6일 양일간에 걸쳐 하루 2회씩 준비된 만큼 예년의 마스터클래스보다 규모도 무게도 크다. 전세계적으로 인쇄매체가 후퇴하며 비평과 저널리즘의 위기라 칭해지는 때인 만큼, 이번 마스터클래스의 의미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마스터클래스 팀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마스터클래스는 '영화평론'을 주제로 이틀 총 4회에 걸쳐 열리게 된다. 왼쪽부터 민병록 집행위워장, 영화평론가 레이몽 벨루, 영화평론가 리처드 포튼, 영화평론가 에이드리언 마틴, 정수완 프로그래머. ⓒ프레시안 |
프랑스에서 영화이론가로, 교수로, 영화잡지 「트라픽」의 공동편집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레이몽 벨루는 5일 2회의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한다. 1회에서는 필립 그랑드리외 감독의 2008년작 <호수>를 상영한 뒤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한 관객들과 대화를, 2회에서는 크리스 마르케 감독의 1996년작 <레벨 5>를 상영한 뒤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미국의 유명 영화계간지 「시네아스트」의 공동편집장인 리처드 포튼은 6일 1회 마스터클래스에서 두샹 마카베예프 감독의 악명높은 걸작 <WR : 유기체의 신비>를 주제로 상영과 대화 시간을 갖는다. 또한 작년에 타계한 미국의 영화평론가 마니 파버의 글을 함께 보며 영화비평에 대한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6일 마스터클래스 2회에는 호주출신의 영화평론가 에이드리언 마틴이 모리스 피알라 감독의 1974년작 <벌어진 입>을 주제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한다. 에이드리언 마틴은 현재 웹진 「루즈」의 공동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마스터클래스의 주제로 자신이 고른 영화들에 대한 자부심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레이몽 벨루는 특히 2회 마스터클래스의 주제작인 <레벨 5>에 대해 "감독 자신의 작품세계의 전환점이 된 작품이자, 영화라는 것의 개념을 바꾼 영화로, 지난 10여 년간 이 영화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글을 계속 써왔다"고 밝혔다. 리처드 포튼이 선택한 <WR : 유기체의 신비>는 유고의 감독이었던 두상 마카베예프가 결국 고국에서 추방되었던 계기가 된 작품이다. 그는 "처음 마스터클래스 강연의 제안을 받았을 때 제일 먼저 떠올린 영화"라고 밝히면서, "절대 지루하지 않은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에이드리언 마틴은 <벌어진 입>이 섹스와 폭력과 온갖 드라마가 넘쳐나는 작품이라는 농담으로 좌중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또한 영화평론가 마니 파버에 대해서는 "그는 자신만의 글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가 마니 파버의 글을 소개하는 것도 그처럼 쓰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한 사람 각자가 그의 글을 통해 영감을 얻고 자신만의 글을 찾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 말했다.
▲ 레이몽 벨루는 5일 <호수>와 <레벨 5>를, 리처드 포튼은 6일 |
국적도 나이도 각각 다른 세 명의 영화평론가는 모두 인쇄매체 평론과 인터넷 평론이 서로 대립하거나 대체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역할이 다른 상보적인 관계라는 사실에 동의를 표했다. 리처드 포튼은 "아무리 인터넷이 매체의 저장고라고는 하지만 10년 전에 내가 쓴 글까지 저장돼 있는 건 아니다. 인터넷이 인쇄매체를 대신할 수는 없는 것"이라 말했다. 또한 초기 온라인 평론가들과 인쇄매체 평론가들의 대립은 결국 인쇄매체 평론가들의 기득권이 위협을 받았기 때문에 생긴 것일 뿐, 두 매체의 역할을 다르다고 말했다. 웹진 「루즈」의 공동편집장인 에이드리언 마틴 역시 인쇄매체의 평론과 온라인 평론은 "상호 보완적으로 존재하는 매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세 영화평론가는 영화평론이라는 것이 결국 직업이 아닌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레이몽 벨루는 "이제껏 영화평을 쓰면서 돈을 받지 않거나 소액만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히면서 자신을 '아마추어 평론가'라 표현했다. 에이드리언 마틴도 자신은 15년간 매체에 속해 매주 영화평을 썼지만 자신의 영화평론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평론가란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그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이다. 여기 계신 저명한 두 분(레이몽 벨루, 리처드 포튼)도 자신을 아마추어라 평하는 반면 타임지나 유수의 매체의 평론가가 되는 것은 직업일 뿐이라는 패러독스가 존재한다. 아마추어가 만약 대상을 지극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뜻한다면, 모든 훌륭한 영화평론가는 다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리처드 포튼도 "영화를 보고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영화평론"이라고 말했다. 또한 근래에는 전통적인 방식의 평론이 아닌 다양한 형식의 평론이 인터넷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본업을 평론으로 삼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에서는 짐 호버만 같은 예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매우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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