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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을 딛고 우리 다시 싸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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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을 딛고 우리 다시 싸웁시다"

[노무현을 기억하며] 나는 왜 그를 추모하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모든 국민을 일거에 충격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런데 뒤이은 추모 열기에 저는 더욱 놀랐습니다. 무엇이 그 엄청난 추모 열기를 만드는 것일까!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갱신되기 전까지는 재임 기간 내내 최악의 인기를 누렸던 대통령 아니었던가! 그런 그의 죽음에 이 엄청난 추모인파가 모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보 노무현'으로 불리던 그가 대통령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IMF 경제 위기로 한국의 중산층이 붕괴되면서 특권층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고도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세대라는 자부심 속에 착실하게 직장 생활하며 나름 사회 비판적이기도 하고 때론 보수적 성향을 보이기도 했던 한국의 중산층은 IMF 경제 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에 의해 명예퇴직자, 자영업자로 변신, 창업 실패 등을 거쳐 빈곤층으로 전락해야 했습니다.

단순히 자신의 중산층의 삶이 무너진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성장은 멈추었고 더 이상 빈곤층이 개인의 노력을 통해 중산층으로 올라가기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 시작했습니다. 즉 자식도 이 빈곤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겠다는 좌절감이 엄습했습니다.

반면 그 사이 몇몇 소수는 주식으로, 부동산으로 나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잘 나갔습니다. 부동산 투기 열풍은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고 강남이 주도하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교육비 경쟁은 우리 사회의 유일한 계층상승 루트였던 교육을 통한 중산층 진입의 가능성마저 원천 봉쇄하고 있습니다. 당장의 양극화에 더해 부와 빈곤의 대물림이 구조화되는 가운데서 몰락한 중산층들의 좌절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박 신화와 함께 견고하게 자리 잡은 신특권층과 붕괴된 중산층의 정서적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2002년 대선은 치러졌고 그 속에서 '바보 노무현'은 '대통령 노무현'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반칙과 특권'의 상징이었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직하게 일하다가 결국 버림받은 붕괴된 중산층의 정서적 상징이었습니다. 그래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 특히 지지자의 애정은 남달랐습니다.

하지만 그는 재임 기간 내내 특권층과의 갈등을 증폭시킨 것에 비하면 자신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낸 무너진 중산층, 빈곤층을 대변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정치적 입지가 극도로 좁아지기도 했습니다. 봉하 마을에서 소박한 퇴임 대통령으로 살아가던 그는, 정치적으로는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듯했던 바보 노무현은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경제 살리기가 소수를 위한 부자 정치, 특권 정치로 흐르자 다시 이에 맞선 정치 이미지로 부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그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그의 죽음은 단순한 비리 의혹에 대한 모욕감 혹은 수사에 대한 중압감 따위로 폄훼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의 존재 자체가 오랜 민주화 투쟁을 통해 우리가 없앴다고 믿었던 특권,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정치 권력, 혹은 부의 세습을 통해 이 사회를 좌우하는 기업집단 등에 맞서려는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의 상징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대통령이 된 것도, 퇴임 후 더 높은 인기를 유지한 것도 바로 그 힘 때문이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의 죽음은 바로 거대 특권에 맞서려던 한국 사회의 힘이 최종적으로 좌절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을 무시하는 기업집단, 국민을 우습게 보는 정치권력, 자신의 기득권을 국익이라고 우기는 거짓언론 등 특권층의 부활을 막지 못한 우리 모두의 죽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것이 아마 대대적인 추모 열기의 원인일 것입니다.

늘 그의 왼편에서의 정치적 비판자였던 저로서는 고난어린 우리 사회의 민주화 투쟁이 결국은 새로운 특권층의 부활로 귀결된 데 대해 한없는 회한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 추모 열기가 단순히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는 것으로 귀결되지 않으리라 확신합니다. 이상하리만큼 엄숙하고도 슬픈 추모 열기야말로 다시 부활한 반칙과 특권, 우리가 민주화 투쟁을 통해 제거하지 못한 바로 그것들을 다시 없애겠다는 국민적 결의의 결집이라고 믿습니다.

그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가슴 아프게 그의 영정에 헌화하면서 스스로 거대한 특권에 맞설 용기를 다시 한 번 다졌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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