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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를 오픈하는 날이다. 소감을 말한다면?
우선 매우 담담하다. 반응이 좋아야할 텐데. 어젯밤에는 잠이 잘 안와서 소주 한잔 마시고 잤다. 오늘 보니 극단들이 너무 열심히 준비하고 밤을 새면서 땀 흘리는 모습을 보니까 잘 될 것 같다.
▷연극 '그남자 그여자'를 올리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연극 '그남자 그여자'는 요즘 젊은이들의 연애풍속이나 이성교제에 대한 생각들을 함축시켜놓은 연극이다. 특히 강남지역의 리버럴한 젊은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연극이라 생각해서 개관작으로 선택하게 됐다. 연극의 전체적인 짜임이나 연기자들의 연기가 상당히 무르익었다고 할까, 다지고 다진 흔적들이 있다. 물론 처음 무대에 서는 생경한 맛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굉장히 다듬어진 무대라는 생각이 든다.
▷연출가나 대표의 생각은 어떠했나?
제가 특별히 연출자나 대표하고 긴 이야기 나눈 것은 아니다. 연극이나 레퍼토리를 고를 때는 일단 첫눈에 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그 여자가 어디가 예쁘냐고 물어도 단순히 '눈이 예쁘다, 코가 예쁘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나. 그냥 처음에 탁 오는 느낌이 있다. 서로 그런 느낌이 중요한데 처음 대학로에서 이 연극을 보면서 강남에 가져가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들에게 '그 남자 그 여자'는 이런 매력이 있다고 할 만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연극 '그남자 그여자'의 매력은 우선 이야기 전개의 간결성과 세련됨이다. 지지부진하게 끌고 가는 드라마가 아니라 간단하게 생략할 부분은 생략하고 상징적으로 보여 줄 부분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종료 역시 간결하기 때문에 '뒤끝이 깨끗한' 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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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작품의 플롯이나 완성도가 높다는 것인가?
완성도가 높다. 이 연극은 한 번에 끝낸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연출가와 연기자들이 고치고 고쳐오면서 완성도를 높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돈을 많이 들이거나 이름 있는 연기자들이 나오는 연극이 아닌데 사람들이 몰려온다는 것은 그만큼 연극이 가지는 간결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군더더기 없고 다이어트가 잘된 아름다운 여성을 보는 그런 느낌이겠다.
▷'오세습'으로 넘어가 보겠다. '오세습'은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흥행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다. 게다가 롱런까지 해 대학로의 모범적인 작품이다. 작가나 연출가와 어떤 교감이 있어서 선택하게 됐나?
작가나 연출가를 만나지 않는다. 우선 작품을 보아야한다. 그런 사람들을 먼저 만나면 선입관을 가지게 된다. 작품을 보고 작품만을 평가해 봐야한다. '오세습'을 봤을 때 '그남자 그여자'와 비교하면 처절하도록 사실주의에 매달려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무대장치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세탁소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도록 관객들을 배려를 했고, 그래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조그만 세탁소 앞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훔쳐보는 것 같은 사실감을 주는 연극이라 느꼈다. 대부분의 소극장 연극의 무대를 보면 생략하거나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오세습'에서는 찾아가지 않은 옷의 비닐 하나마저 깨끗하게 보관하고 20여 년 전 찾아가지 않은 옷도 정성스럽게 보관해서 거지가 된 아들에게 건네준다. 그런 극사실주의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껴 선택하게 됐다.
▷'오세습'의 작품에는 감동과 웃음의 포인트가 많이 있는데 관객들에게 관전 포인트를 알려준다면?
'오세습'은 풍자적인 면이 많다. 돈을 좇는 요즘의 세태, 돈을 위해 다투는 군상들, 여기서는 자식들이겠다. 그런 것들은 물론 흔한 이야기이지만 '오세습'은 작은 세탁소를 빌려 우리 동네나 가정에서 보이는 마음의 추한 찌꺼기들을 잘 표현했다고 본다. 보는 이로 하여금 상당히 풍자적인 맛을 느끼게 한다.
▷'오세습'의 작품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작품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오세습' 역시 굉장히 잘 다듬어진 작품이다. 젊은 연기자들은 특별히 이름이 있는 배우들은 아니다. 하지만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표현하고자하는 욕구가 무대에서 느껴진다. 젊은 연기자들의 열기와 파워와 오랫동안 다듬어 온 완성도 높은 작품과 잘 결합되어서 관객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다.
▷왜 '오세습'이 인기가 있다고 생각하나? 물론 작품성은 있지만 작품성이 있는 작품들은 많이 있다. '오세습'은 작품성도 있으면서 흥행성이 뛰어난 것 같다. 그 키워드는 과연 무엇일까?
바로 그 안에 해학이 있다는 것이다. 억지로 웃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생활과 세태를 슬쩍 비꼬고 꼬집는다. 어떨 때는 아프게 꼬집기도 하면서 공감을 자아내기 때문에 인기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대표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차라리 압구정동에 오아시스 세탁소를 하나 차리자, 가끔은 그 오아시스 세탁소 앞에서 공연을 하자, 꼭 우리 극장에서만 할 것이 아니라 전국에 오아시스 세탁소를 차려놓고 돌아가면서 공연을 해보자'고 말이다. '오세습'을 하나의 신드롬으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예가 그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스갯소리이기는 하지만 한번 시도해보면 어떨까. 세탁소 이름은 오아시스 세탁소, 그리고 우리 배우들 연기하는 사진을 간판으로 걸어놓으면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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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엔 극장을 오픈했고 오늘은 콘텐츠 오픈인데 그 사이가 한 달쯤 된다. 그때하고 지금은 심정은 어떻게 다른가?
어느 덧 환갑을 넘은지 꽤 되었고 수많은 드라마와 프로그램을 해왔기 때문에 조급함은 없었다. 허나 개관식이 끝나고 난 후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인사치레일수도 있지만 '극장이 전체적으로 그림이 잘나왔다, 로비나 부속시설, 갤러리 등도 짜임새 있고 편안하게 잘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그냥 연극만 보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쉴 수 있는,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라는 말도 들었다. 그런 말들을 듣고 참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동안 무대조명이나 음향, 방음 등을 테스트 하면서 지속적으로 고치고 조정했다. 한 달은 오늘 공연에 문제가 없도록 시간을 번거라 생각한다. 극단들과 무대에서 실제로 조명을 맞추고 음향도 조절했다. 조명기가 부족하면 더 사기도 하고 방음에 문제가 있으면 문을 뜯어 고치도 했다. 그래서 지금은 어느 정도 괜찮지 않나 생각한다. 극장도 조금씩 연륜을 쌓아가면서 명품극장으로 만들 생각이다.
▷윤당아트홀의 정체성 혹은 색깔을 말한다면?
윤당아트홀을 처음 지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개관사 때도 말씀드렸지만 우리나라 극장은 중간이 없다. 큰 것은 아주 크고 럭셔리하고 기가 막히다. 예를 들어 국립극장,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등은 굉장히 좋다. 그리고 대학로다. 대학로는 아주 열악한 분위기다. 그 중간이 필요하다. 특히 이 강남이라는 곳은 어느 정도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이곳을 소극장의 맛을 살리면서도 편안한 극장으로 만들고 싶었다. 우리가 축구를 할 때 공격수만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나. 공격수가 골을 넣기 위해서는 중간허리가 필요하듯 윤당아트홀은 우리나라 극장의 미드필더 역할을 할 것이다. 강남지역은 주차공간도 충분하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자리매김을 해볼까한다. 아주 실험적인 연극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오세습', '그남자 그여자', '헬로~, 모차르트'로 시작하지만 관객들, 그리고 극단들과 꾸준히 대화해나가면서 점차 윤당아트홀의 포지션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강남에 이런 소극장이 많지 않고 소극장이 강남에서 성공한 예도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긴장도 하고 있다. 관객들을 눈초리를 잘 살피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윤당아트홀만의 색깔을 만들어 갈 것이다. 규모나 위치는 변함없겠지만 처음부터 '윤당아트홀은 이 색깔이오' 하고 색깔을 정해놓는 것보다 윤당아트홀하면 '아, 어떤 연극을 하는 곳이다, 무엇을 추구하는 곳이다'라는 것들을 정착시켜나가고자 한다.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오늘은 가슴이 참 설레기도 한다. 사실 윤당아트홀을 잘 모르시지 않나. 강남에 소극장이 생겼으니 찾아가 봐야지 하는 분들은 참 고마운 분들이다. 그런 분들이 '윤당아트홀은 레퍼토리도 좋지만 극장도 참 좋다'고 생각하셨으면 한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전화해 '다음에 우리 술 먹는 것보다 여기서 연극 한편 보고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배우들과 이야기하는 모임을 가지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방과 후, 퇴근 후에 술 마시고 떠드는 문화도 좋겠지만 소극장에서 만나 연극을 관람하고 배우들과 토론도 하고 연출자나 작가도 만나는 문화도 좋지 않나. 그런 문화적인 풍속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 우리 관객들이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도록 관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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