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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삽질 공화국> 미술품 철거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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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삽질 공화국> 미술품 철거 압력"

광주시에 전화로 압력…논란 되자 '없었던 일'로

국가정보원이 이명박 대통령과 4대강 사업을 풍자한 미술 작품 철거를 요구해 한때 전시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는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넘어선 것일뿐 아니라 공권력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3일 광주민족미술인협의회(광주민미협)에 이 대통령을 풍자한 설치작품을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이 날은 광주민미협이 광주 5·18기념문화센터에서 4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2009환경기획전 '江강水원來(강강수원래)'를 시작한 날이다.

그런데 개막 직전, 광주시의 5·18문화센터 담당 공무원이 찾아와 "이 대통령을 비판한 작품을 철거하지 않으면 전시를 계속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문제가 된 작품은 <삽질 공화국>(김병택 작)이라는 제목의 가로 1.2m, 세로 5.5m 규모의 삽 모양의 설치미술품이다. 여기에는 이 대통령의 얼굴 그림 170여 장이 삽날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제호가 삽자루에 모자이크로 새겨져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국정원 광주지부의 한 직원이 3일 오후 3~4시께 시 문화예술 부서와 5·18기념문화센터 대관부서에 전화를 걸어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대통령을 풍자한 <삽질 공화국>이라는 작품이 있느냐. 광주시의 입장은 무엇이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광주시는 "전화를 받은 뒤 문화관 운영조례를 검토해보니 이 작품의 전시가 전시장 설치 목적에 어긋나고 공공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돼 주최 단체에 철거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박철우 광주민미협 대표는 5일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광주시의 연락을 받은 뒤) 저희 민미협은 곧바로 비상 체제로 돌입하고 회의를 연 후, 작품 철거 불가 입장을 밝혔다"며 "그리고 4일 하루는 전시장이 폐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박철우 대표는 "그날 오후, 언론에 이 사실이 보도되자 5·18문화센터 소장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더 이상 작품의 철수 요구를 하지 않겠으니 없었던 일로 하자'고 했다"며 "전시회가 다시 열리게 되어 다행이나 참으로 씁쓸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광주지부 측은 이 같은 주장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전시는 오는 12일까지 계속된다.

▲ <삽질공화국>(김병택 작) ⓒ박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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