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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첫 날인 지난 10일 오후 3시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연극 '가을소나타'의 최종 리허설이 있었다. 연출을 맡은 박혜선은 리허설에 앞서 "프레스 리허설은 평소 때보다 더 긴장이 된다.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고 극의 흐름에 대한 직관적인 시선들을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원작 영화의 감독인 잉마르 베르히만은 매우 냉철하고 깔끔하면서도 열정이 담긴 작품들을 주로 만들어왔다. 연극 '가을소나타' 역시 그런 작가 특유의 화법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작품은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다룬 여타의 작품들과는 달리 두 모녀의 애증관계를 냉철하고 논리적으로 풀어냈다.
박혜선 연출가는 "7년 만에 재회한 모녀의 갈등은 아픈 둘째 딸을 계기로 하나씩 하나씩 드러난다. 베르히만 감독이 냉정한 게 작품이 끝날 때까지 이 두 모녀가 화해를 한다거나 깊은 포옹을 한다거나 하는 해피엔딩을 보여주지 않는다. 다음 기회가 되면 이를 통해 좀 더 나은 관계로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희망만을 던져준다. 마치 사람이 한 번에 모두 변할 수 없는 것처럼 성장의 여지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극 '가을소나타'는 한 사람 당 A4 한 장이 넘는 분량의 긴 대사를 통해 이러한 엄마와 딸의 심리를 섬세하고 밀도 있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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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숙은 성취욕이 강한 피아니스트인 샬롯을 연기한다. "45년이 넘게 피아니스트로 살아왔지만 엄마 역엔 굉장히 서툰 여자예요. 딸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 문제가 있죠. 가정과 일을 동시에 병행하다보니까 딸이 어렸을 때부터 불만이 많았어요. 7년 만에 찾아간 딸 집에서 거의 도망치듯이 빠져나오지만 다음번에 만날 땐 좀 더 가까워져서 만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딸 에바는 어렸을 때 엄마와의 관계에서 상처가 있는 인물이다. 20살 연상의 목사 빅토르와 결혼한 뒤 나름대로 평온한 삶을 살고 있는 에바는 과거의 상처는 이제 추억쯤으로 넘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엄마인 샬롯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두 모녀의 갈등은 샬롯의 방문으로부터 시작된다.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내면의 상처는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극 중 에바가 7년 만에 엄마와 다시 만나게 되는데 기대와 달리 예전의 그 상처들이 되살아난다. 에바는 엄마를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엄마를 증오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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