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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들, '해외연수' 가서 '관광' 잘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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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들, '해외연수' 가서 '관광' 잘 하셨나요?"

[백서] 지방의원들의 기상천외한 연수 일정과 보고서들

  제4기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기간 중 광역의원들은 평균 13.3%만을, 기초의원들은 평균 16.9%만을 연수 목적에 부합하는 활동에 사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80% 이상의 나머지 시간은 관광성 일정으로 채워졌다는 얘기다. 광역·기초 지방의회는 203억 원의 해외연수비용을 낭비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조사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과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가 전국 광역 및 기초의회 250개 전체를 대상으로 2004~05년에 걸친 해외연수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인한 것으로, 그 조사결과가 3일 백서로 출간됐다.
  
  이 백서에는 광주광역시, 서울 양천구를 비롯해 광역단체 2곳 및 기초단체 31곳의 의회에서 연수 목적에 해당하는 일정이 전혀 없이 '관광 외유'를 다녀온 일정표가 자세히 예시돼 있다. 전남 보성군의회의 경우는 4번의 해외연수가 100% 관광 일정으로 채워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백서에는 여비 이중지출 사례, 찬조금 및 민간인 해외여비를 전용한 사례, 결과보고서에 인터넷 해외여행 사이트의 관광지 소개 내용을 '긁어다 붙인' 사례 등의 각종 '변칙·관광성 외유'의 행적이 종합되어 있다. 백서의 부록에는 자세한 관광코스가 기재된 해외연수 일정표를 비롯해 감상 위주의 결과보고서도 실려 있어 지방의원 해외연수의 실태를 가늠케 했다.
  
  2006년 1~2월은 집중연수시기?
  
  특히 2006년 1~2월에 전국 지방의회의 약 20%에 해당하는 46개의 의회가 해외연수를 다녀온 사실은 연수 목적의 시급성 여부를 떠나 6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관광성 해외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풀이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백서는 "이는 올해 책정된 의정활동 관련 예산 가운데 절반을 쓰고 보자는 심리에 따라 예산을 소진시키는 행태로서 부적절할 뿐 아니라 도덕성 해이 논란까지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백서의 공동발간 추진단장을 맡았던 이지문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공익정보센터 소장은 "250개 지방자치단체 중 공무 국외여행 규칙을 두고 있는 곳은 148곳으로 그 비율이 낮지 않은 편이나 심사위원회, 결과보고서 등 규칙에 지정된 과정이 형식적인 운용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나 자신도 서울시 시의원을 해보았으나 심사위원회가 없는 경우 여행사에서 일정을 받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오영택 공무원노조 부위원장은 "자치단체의 견제 및 감시의 책임이 있는 지방의회에 오히려 그 자체의 견제·감시세력이 없어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규칙은 존재하나 엄격히 통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감사를 하는 경우에도 '지도감독 방안을 마련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무의미한 권고로 끝났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편 흥사단과 공무원노조는 앞으로 '지방의회의원 공무 국외여행 규칙'의 강화 및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운동을 전개할 것이며 백서 발간 등을 통한 감시운동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관광상품 못지 않은 해외연수일정표
  
  이 백서에 부록으로 실린 30여 개의 "100% 관광성 외유 공무국외여행 일정표"에는 여느 여행사의 관광상품 못지않은 일정이 기록되어 있다.
  
  전남 무안군의회의 2005년 10박11일 연수일정을 보면, 연수목적은 선진 지방의정 체험 및 선진시설 견학이며 연수지역은 그리스, 이집트, 터키, 이탈리아다. 그러나 이들의 일정은 이집트의 스핑크스, 피라미드 견학 및 나일강 크루즈,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및 로마시대 유적지, 터키의 사원 및 궁전 견학으로 꽉 채워져 있었다.
  
  경남 진해시의회의 2005년 해외연수는 동남아관광여행과 다름없었다. 5박6일의 일정에는 앙코르와트 유적지 관광, 부비트렙 박물관, 중앙우체국 견학, 호치민시 열대과수 농장 및 주민 생활상 체험이 포함되어 있었다.
  
  서울 양천구의회 2005년 연수일정도 만만치 않다. 6박7일로 다녀온 일정에는 하롱베이 문화탐방, 수중인형극 관람, 앙코르 유적지 관광, 전쟁 박물관 탐방, 선상 디너크루즈 탑승이 보고되어 있다.

  
2004년 대전 유성구의회 해외연수보고서
  
  연수 후 제출한 결과보고서는 더욱 흥미롭다. 백서에 실린 2004년도 대전 유성구 의회의 보고서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해 소개한다.
  
  2004년 4월 30일, 1일차
  (…) 현지 시간으로 3시 30분에 마닐라 공항에 도착. 한국인 현지가이드를 만나 연수계획을 설명 듣고 곧바로 리잘파크와 산티아고 요새 관람 및 시티투어에 나섰다. (…)
  
  2일차
  8시 30분 호텔을 출발하여 세계 7대 절경인 팍상한 폭포로 이동. 평탄한 강줄기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조금씩 경사가 생기면서 배의 양쪽 주변에 깍은 듯이 갈라선 절벽을 통과하는 모습과 그 높은 절벽에 빽빽이 들어선 코코넛 숲과 작은 폭포들이 멋있어 보였다.(…)
  
  3일차
  8시 50분 호텔을 출발하여 세계에서 제일 작은 활화산 따가이따가로 이동. 필리핀은 화산으로 인한 섬이기 때문에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말라리아에 걸릴 염려가 없다. 다행이다.(…)
  
  4일차
  오늘은 홍콩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 해양공원에 도착하니 오후 4시. 전망대까지 리프트카를 타고 해안을 감상하며 수족관으로 향했다. 수족관은 3단계로 구분되어 있는데 특히 에스컬레이터를 타며 감상하는 것이 색달랐다.
  
  5일차
  오늘도 일정이 바쁘다. 오전은 홍콩에서 지내고 오후에 심천으로 이동한다. 홍콩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리펄스 베이에 도착했다. 이곳은 외국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고 홍콩에서 최고로 인기있는 해수욕장인데 해변의 모래는 외국에서 수입해서 깔았다고 한다.
  
  오후 3시 45분에 심천에 도착하였다. 관광객이 심천에 오면 제일 먼저 들러서 신고하는 곳이 바로 특산물 판매장이란다. 여행사에서 준비한 버스를 타고 판매장으로 가는데 (…) 먼저 금수중화를 관람했는데 심천에만 있는 관광지로 작은 중국이나 소인국이라고 할 만큼 재미있는 곳이다. (…)
  
  6일차
  오늘은 여행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날이다. 홍콩에서 비행기를 타기 때문에 홍콩으로 이동하는데 유람선을 타고 간다. 유람선으로 홍콩까지 가는데 약 1시간 정도. 홍콩시내를 버스로 관광 후 쇼핑을 하고 홍콩 현지 시간 오후 4시 5분에 홍콩을 이륙하여 8시 5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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