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필립의 다큐멘터리 <조지 루카스 : 이 사람을 고발합니다>는 그 제목에서 충분히 유추할 수 있듯이 거대한 <스타워즈> 팬덤과 <스타워즈>시리즈의 창조주이자 독재자인 조지 루카스 사이의 갈등을 다룬다. 이 다큐멘터리는 팬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와 다양한 팬워크를 통해 <스타워즈 : 새로운 희망> 개봉 당시의 폭발적인 반응을 조명하고, 단순히 원작을 향유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장난감들을 이용해 다른 이야기를 창조하고 심지어 수많은 편집본이나 패러디를 직접 제작하기도 하는 능동적인 팬덤으로 자라난 <스타워즈> 팬덤의 특징을 부각시킨다.
▲ <조지 루카스 : 이 사람을 고발합니다>를 연출한 알렉산드르 필립 감독. |
또한 다큐멘터리는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 복원판을 만들면서 원작의 몇몇 부분을 수정하고 오리지널 버전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함으로써 팬들의 반발을 산 일화를 다루면서 단순히 <스타워즈>시리즈의 팬덤과 제작사 간의 갈등에 국한되지 않은, 조금 더 진지한 화두를 던진다. '대중 예술', 혹은 '예술'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 팬들은 <스타워즈> 시리즈의 수동적인 수용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 신화 만들기에 참여했으며 그 총체가 바로 현재의 <스타워즈>이다. 만약 다빈치가 시간을 건너와 그의 역작인 모나 리자를 고치려고 든다면? 잭슨 폴락이 작품에 찍힌 자신의 발자국과 담배 자국을 의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우려 든다면? 많은 팬들은 그럴 수 없다고 말한다. 이미 대중 앞에 발표되고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예술 작품은 창작자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문화 유산의 일부이며, 설령 창작자가 다시 고치고 싶다고 해도 마음대로 없었던 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그 주장이다. 그러나 반대 의견 역시 만만찮다. 인터뷰이 중 하나인 미국 작가 닐 게이먼은 자신의 작품이라면 마땅히 마음대로 수정하고 삭제하고 덧붙일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에 반박한다.
그런가 하면 이 작품은 과거 거대자본과 시스템에 꾸준히 대항해 온 조지 루카스가 <스타 워즈>시리즈의 엄청난 성공을 기점으로 재능을 보이던 영화인으로서의 커리어를 거의 상실하고 자신이 거대한 자본 그 자체가 되고 만 아이러니한 상황에 연민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 <조지 루카스 : 이 사람을 고발합니다> |
인터뷰에 응한 한 인터뷰이는 팬덤의 속성을 '매혹과 실망'으로 정의한다. 고도로 발달한 팬덤은 끊임없이 그 대상에 매혹되면서도 언제나 더 나은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기대에 못 미치는 요소에 실망하고 비난을 가하게 된다. <스타워즈> 팬덤이 조지 루카스에게 가하는 비난은 때로는 도를 넘거나 비이성적이며, 단순히 자신의 '신성한 팬심'을 지키기 위한 습관적인 공격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팬들은 또한 무한히 관대하며, 조지 루카스의 새로운 계획들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할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 역시 애절한 팬송으로 마무리된다. "조지 루카스, 당신은 진짜 나쁜 놈이에요. 하지만 부디 <스타워즈 3.5>를 만들어 주세요. 그건 분명히 <스타워즈> 역사상 최고의 시리즈가 될 테니까요." 이 시리즈에 낚였다는 슬픈 원죄를 진 팬들은 만 번이라도 루카스를 용서할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조지 루카스! 당신이 <스타워즈 : 제다이의 귀환> 에서 세바스티언 쇼 대신 헤이든 크리스텐슨을 넣은 건 정말 미친 짓이에요. 그러나 나 역시 다스 베이더를 나에게 준 당신을 무한히 사랑함을 고백합니다. 근데요, 그래도 그거 좀 다시 고쳐 주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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